“북, 사회주의생활양식확립을 위한 ‘전사회적 대중투쟁’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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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14일자 1면에 수록된 “사회주의생활양식확립은 혁명의 전진발전을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당이 제시한 ‘강령적 과업실천’을 위해서는 “사회주의생활양식을 철저히 고수하고 확립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면서,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사회주의적 생활규범과 행동준칙에 따라 살며, 일해나가는 참된 인간들로 준비시킬 것”을 주장했습니다. 사회주의생활양식을 확립하는 사업은 “전체인민을 고상한 정신도덕적 풍모를 지닌 참된 인간으로 키우고, 경제건설을 힘있게 다그쳐 나가며, 우리 식 사회주의를 튼튼히 지키고 빛내이기 위한 필수적이며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회주의생활양식을 확립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침투책동에 대한 각성”을 높이고, “부르조아사상문화와 생활양식의 침습을 막기 위한 전사회적, 대중적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며, “비사회주의적 요소들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에 한사람 같이 떨쳐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제8차 당대회와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제시한 ‘과업관철 투쟁수단’의 하나로, 전형적인 사회통제 방법인 ‘사회주의생활양식확립’의 중요성을 들고 나왔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김정은의 말을 인용해 “사회주의생활양식과 고상한 도덕기풍을 확립하기 위한 된바람”을 일으켜, “비도덕적이고 비문화적인 풍조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며, 우리(북한) 사회를 덕과 정으로 화목한 하나의 대가정으로 꾸려나가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사회주의생활양식확립은 “혁명과 건설을 전진시키는가 아니면 말아먹는가 하는 심각한 정치투쟁, 계급투쟁”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전체 인민을 참다운 사회주의 근로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것이라도, 사회주의생활양식과 어긋나는 자그마한 요소나 현상에 대해서는 사상적 변질로 보고 각성있게 대하며, 제때에 투쟁의 불을 지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생활풍조가 싹트지 못하게 집중적인 선전공세, 강도 높은 투쟁을 벌려나갈 때, 혁명적이고 문명한 생활기풍이 철저히 확립하게 된다”며, 주민들에 대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정치사상적 통제의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생활양식은 객관적환경과 조건을 무시한채 정치사상적 통제만으로는 확립되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특정 사회단계의 생활양식은 생산력과 생산수단이 결합된 당시의 생산양식(사회구성체)에 조응하고 있으며, 이외에 정치사회적 제도와 선진적인 사상의식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만약 정치사상적 통제 강화만으로 사회주의생활양식의 확립이 가능한 일이라면 과거 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사회주의생활양식확립 투쟁의 정당성을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에서 찾고 있으며, 사회주의생활양식확립을 ‘우리 식 사회주의’의 체제유지문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인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이 주민들의 생활양식을 ‘우리 식 사회주의’라는 특정형태안에 가두어 보겠다는 인식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주체사상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자주성’을 갖고 있는 ‘주체적인 사람’입니다. 주민 각자가 ‘개인의 자주성’ 실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그 노력의 결과에 따라 자신만의 고유한 ‘생활양식’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주민들이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생활양식’을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침투 차단이나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강압적인 ‘사회주의 생활규범과 행동준칙’으로 얽어매겠다는 것은 불순한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말해 줄 뿐입니다. 정상적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우수한 사상과 문화를 수용하고 융합발전시켜 나가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온갖 잡사상, 잡귀신들이 사람들의 머리에 침습하지 못하게 사상교양사업을 공세적이고 진공적으로 벌릴 것”을 주장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이처럼 강경한 사상통제에 나선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2012년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북한의 사회통제는 체제유지와 세습독재정권 안착을 목표로, 전체주의통제방식인 테러와 공포정치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빈번하게 반복된 테러와 숙청의 공포정치는 주민들의 내면에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자발적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사회주의생활양식확립은 전체주의사회통제방식 보다는 ‘완화된 형태’의 사회통제유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북한 통치집단이 현 시점에서 사회주의생활양식확립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김정은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공포정치’와 같은 강압적인 수단으로는 더 이상 효율적으로 통제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봉건적 세습독재정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전체주의체제에서 횡행했던 강압적이고 잔인한 사회통제 방식이 언제든지 재가동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사회주의생활양식확립과 함께 “비사회주의적 요소를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에 한 사람 같이 떨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부르조아사상과 문화를 가장 많이 접하고 즐기는 계층은 당고위 간부와 권력기관 종사자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은 중국 접경지역을 통해 들어온 자본주의나라의 영화, 음악, 노래, 춤 등이 담긴 CD나 USB를 즐겨보고 있지만, 불시 검열에 걸려드는 사람은 힘없는 사람들 뿐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고위층과 그 자제들의 솔선수범이 없는 사상통제를 곧이 곧대로 곱게 따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