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5만세대 건설, ‘새로운 평양속도·건설신화 창조’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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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25일자 1면에 수록된 “우리 당의 숭고한 뜻을 새로운 평양속도, 건설신화창조로 받들어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전체 일군들과 건설자들은 김정은이 수여해준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건설지휘부기발을 높이 날리며, 오늘의 보람찬 투쟁에서 새로운 평양속도, 건설신화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로운 평양속도와 건설신화를 창조하는 것은 “당의 존엄과 권위를 결사보위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 실무적인 사업이 아니라 당의 존엄사수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민군대와 정치, 당조직들은 “정치사업, 사상사업을 앞세워 인민군군인들과 건설자들의 정신력과 창조적 지혜를 남김없이 발양시키며, 온 건설장이 충천한 기세로 들끓게 하여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3월 23일 평양시 사동구역에서 ‘5만세대 살림집건설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이번 사설은 5만세대 살림집건설의 ‘정치적 의미’를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이 제시하고 있는 정치적 의미는 첫째, 5만세대 살림집 건설이 “당의 존엄사수전”이고, 건설현장에서 새로운 평양속도와 건설신화를 창조하는 것은 “당의 존엄과 권위를 결사보위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이라는 것입니다. 당의 ‘영도’와 직결된 건설사업이라는 것입니다. 이어 “도전과 장애가 그 어느 때보다 혹심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대규모 건설을 하는 것은 우리 당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라고 적어, 당의 ‘유일적 역량’을 과시하고 ‘정치적 위상강화’를 위한 사업이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둘째로, 5만세대 살림집 건설은 “내부적 힘, 무궁무진한 발전잠재력에 의거하여 진군의 보폭을 더 크게 내짚기 위한 일대 공격전”이며, “자기식으로, 자기힘으로, 자기 손으로 건축물들을 보란듯이 일떠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해, 이번 살림집 건설이 ‘자력갱생노선의 과시’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셋째로, “김정은의 영도는 새로운 평양속도, 건설신화창조의 근본담보”라고 주장해, 대규모 살림집 건설이 ‘김정은의 지도력강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습니다. 건설자들의 ‘영광’은 일체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살림집 건설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평양속도와 건설신화를 창조할 것”과 “비상한 공격정신과 완강한 돌격투쟁에 나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의 이와 같은 ‘사회주의경쟁’ 건설방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사회주의건설은 ‘국가의 군민(軍民)에 대한 노동력 착취’를 기본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 역시 사회주의경쟁을 미화 선전했습니다. 특히 군인들에게는 “당이 정해준 높이와 시간안에 건설을 끝내기 위해 충성의 돌격전, 치열한 철야전, 과감한 전격전”에 나설 것을 지시했습니다. 나머지 참여자들에게도 “당과 국가, 인민과 역사앞에 충성심과 애국심, 양심을 검증받는다는 자세와 입장을 견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정치와 당조직에게는 건설속도를 최대로 높여 나갈 것을 엄명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경쟁’ 건설방식은 “노동해방, 계급해방, 인간해방”을 목적로 하는 사회주의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진정으로 사회주의건설을 추구하고 있다면 ‘사회주의경쟁’을 당장 폐기하고, 군민들을 ‘노예적 삶’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이 5만세대 살림집건설에 나선 건설참여자들에게 ‘사회주의경쟁’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인민경제는 국제사회 제재와 폐쇄적이고 경직된 코로나방역사업의 장기화로 인해, 회생불능상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2018년 4월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기존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종결하고 ‘사회주의경제건설노선’을 선언했지만, 2019년 6월 하노이회담 실패이후 ‘핵무력 고도화’에 다시 주력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경제건설은 말 뿐이고 핵무력건설로 되돌아갔던 것입니다. ①이런 잘못된 행보는 북한 경제회생 측면에서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내버린 것입니다. 이로 인해 주민노력착취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주의경쟁’ 방식은 지금도 수십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②또한, 핵무력 고도화 집중에 따라 경제건설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과 과학기술력은 갈수록 고갈되어 가고 있고, 사회간접자본시설도 완전히 낙후되어 ‘사회주의경쟁’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악화일로에 있기 때문입니다. ③게다가, 북한 통치집단이 사회주의경쟁을 세습독재권력의 유지와 정치적 비용절감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판단하고 이를 악용하고 때문입니다. 노동신문은 ‘사회주의경쟁’을 미화 선전하는 비인도주의적인 보도활동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5만세대 살림집 건설에서 “군인들이 제일 어렵고 힘든 모퉁이를 맡아 전진의 돌파구를 열어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군인들은 이런 일방적 ‘명령’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지난 3월 23일 착공식에서 김정은은 ‘5만세대 살림집건설지휘부 기발’을 국방상 김정관에게 수여했습니다. 북한 인민군 120여 만명 중 경제건설현장에 투입되는 군인은 50여 만명으로 40%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들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공사를 도맡아 수행하고 있지만 군인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대가 없이 노력만 착취당하고 있으며, 말 뿐인 경제성장과 경제건설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태풍과 폭우피해 복구, 산간벽지와 오지개발, 댐과 발전소건설, 대규모 주택과 도로 건설이 있을 때마다 동원돼 왔습니다. 경제건설에 투입된 군인들은 자신들이 왜 노동착취에 시달려야 하는 지, 북한 통치집단의 보상없는 ‘군(軍)경제건설동원정책’에 대해 깊은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