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가경제명맥과 전일성 고수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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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28일자 2면에 수록된 “국가경제의 명맥과 전일성을 고수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국가경제명맥’의 개념을 “나라의 경제발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경제부문 또는 생산단위를 말한다”고 밝히고, 국가경제명맥을 이루는 공업은 ‘기간공업’인데, 여기에는 “전력공업과 석탄공업, 금속공업, 화학공업, 기계공업, 광업”이 해당된다고 적었습니다. 이중에서도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은 경제강국건설의 ‘쌍 기둥’이라고 특정했습니다. 이어서 ‘국가경제의 전일성’이란 “인민경제계획의 일원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일성의 고수’는 “인민경제계획의 일원화를 실현하여 사회적 소유, 사회주의적 소유로 돼 있는 모든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소비적 연계를 보장함으로써 이룩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국가경제의 명맥과 전일성을 고수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내각이 기간공업부문들을 통일적으로 틀어쥐고 앞세워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내각과 경제지도기관 일군들에게 “나라경제를 하루 빨리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에 총매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북한경제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기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시장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경제요소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논설이 이와 같은 변화추세와는 정반대인 “인민경제계획의 일원화”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약간의 견해 차이는 있지만 북한경제가 ‘사회주의 상품경제’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설은 지적하신 바와 같이 “인민경제계획의 일원화”를 주장하고, 이를 일사불란하게 실현하기 위해 “경제사령부인 내각이 기간공업부문에 대해 통일적인 지도와 지휘를 통해 국가경제의 전일성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경제의 명맥과 전일성 고수’는 “사회주의경제건설에서 일관되게 틀어쥐고 나가야할 중차대한 문제지만, 적대세력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정세는 이 ‘사업’(국가경제명맥과 전일성 고수)의 중요성을 더욱 뚜렷이 부각시켜 주고 있다”며, 사회주의 계획경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만약 이 ‘사업’을 소홀히 하게 되면 “나라의 전반적인 경제가 혼란에 빠지게 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며 사회주의 강국건설이 그만큼 지연되게 된다”며 절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북한경제가 강력한 중앙계획경제로 회귀한다면 많은 어려움을 낳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북한경제 전체가 자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인민경제계획의 일원화”가 필요한 이유를 “기간공업부문이 자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나라 경제가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 기간공업부문의 실적저조를 문책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떠 넘기기’식 술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정권은 김일성 시대부터 전년도 실적을 평가하고 신년도 업무계획과 추진방침을 밝히는 신년사를 통해 기간공업부문의 업무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제난의 원흉으로 ‘기간공업부문’을 지적했습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있을 경제실패의 책임까지 떠넘길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실패의 문제점은 기간공업부문 일군들이나 근로자들에게 있지 않습니다. 경제실패의 근본 원인은 중앙계획과 명령에 있습니다. 그리고 원료와 재원의 투입은 수십년간 제자리 이거나 마이너스 인데, 노동투입만 강조하는 북한 특유의 폐쇄적인 ‘자력갱생노선’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개혁개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중국도 ‘자력갱생’ 방침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자력갱생은 개방적이며 유연합니다. 대외경제, 기술, 문화교류와 합작의 범위를 확대하는데 장애로 되지 않습니다. 기간공업부문에 대해 ‘인민경제계획의 일원화’를 접목시키는 것은 지난 70여 년에 걸친 공산주의경제실패가 말해주듯이 북한경제가 가야할 길이 아닙니다. 앞으로 북한경제실패의 책임은 내각의 기간공업부문 담당자들이 아니라 당 경제정책 입안자들과 담당자들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이 내각에 대해 북한경제의 명맥과 전일성 고수를 강도높게 주문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경제는 공장 기업소와 같은 공업분야는 물론 농업분야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일부 시장경제적 요소가 도입되어 있고, 근로자들에 대한 물질적 자극의 일환으로 초과생산물에 대한 개별분배와 처분 허용, 개인경제활동 확산 등으로 ‘사회주의 상품경제’ 초입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북한 경제변화는 아직은 미미하지만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긍적적인 신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번 논설이 이런 북한 경제의 전반적 상황과 배치되는 ‘퇴행성 주장’을 하고 나선 이유는 ①북한 경제가 코로나비루스 사태 장기화와 자발적인 국경봉쇄로 인해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②또 하나는 주민들의 사경제(私經濟) 활동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통제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사회주의 경제의 근간인 계획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③여기에 경제실패의 책임을 내각의 ‘경제계획 부실’로 돌려, 주민들의 불만을 누그러 뜨리고 당과 지도자에 대한 비난을 차단해 보려는 포석으로 풀이 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내각과 경제지도기관 일군들에게 기간공업부문을 틀어쥐고 경제발전을 위해 총매진할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주문이 정책 입안과 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내각과 경제지도기관 일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경제는 정치적 이념과 사상에 제약을 받게 될 경우 정상적인 발전을 할 수 없습니다. 경제정책은 실리와 실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그동안 내각과 경제일군들은 당이 결정한 경제정책을 일선에서 집행하는데 사력을 다해왔습니다. 최첨단시대 ‘경제투쟁’에서 승리하여 ‘경제강국건설’이라는 전리품을 얻기 위해서는 첨단 장비와 기술, 적정 자금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당과 지도자는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서 ‘전리품획득’만 독촉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도외시한 채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미달시 책임추궁을 은근히 위협하는 이번 논설의 횡포는 내각과 경제지도기관 일군들의 당(黨)과 지도자를 향한 반감과 불만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