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3일자 2면에 수록된 “청년교양사업에 혁명의 전도가 달려 있다”라는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청년들을 어떻게 교양하고 준비시키는 가에 따라 나라와 민족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 면서, “청년들은 조국보위의 주력부대, 사회주의강국건설의 돌격대, 사회주의화원을 가꾸어가는 미덕과 미풍의 전형”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적(敵)들이 청년들을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의 기본공격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정치사상적으로 준비하지 못하면 ‘자기 하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자, 남의 덕에 살아가는 기생충, 의무앞에 권리를 놓는 건달군’으로 밖에 될수 없다며 청년교양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청년동맹과 일군, 당과 근로자들은 “청년교양사업을 심화시켜 청년대오를 계급의식으로 만장약된 당의 전위대, 익측부대로 억척같이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1980년대 말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이라는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해 ‘청년중시’ 정책을 채택하고 1991년 2월 1일 ‘청년절’(8월 28일)을 제정했습니다. 청년중시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우선 북한의 청년들의 위상과 역할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데요. “당의 믿음이면 지구도 들어올릴 수 있다는 신념과 배짱을 지니고 당이 가리키는 한 길로 용감무상히 돌진해나가는 청년대군이 있기에 난관속에서도 조국은 전진하고 있다”고 청년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당중앙결사옹위의 성새, 방패가 되고 가사보다 국사를 더 귀중히 여기며 사회와 집단을 먼저 생각하는 청년들의 대부대를 가진 것은 당과 인민의 자랑중의 자랑” 이라며 청년들에게 자긍심을 한껏 불어넣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청년정책에 공들이고 있는 것은 중국의 천안문사태, 구(舊) 소련과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붕괴될 당시 청년들의 ‘반사회주의적 행동’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이들 나라에서 청년들이 반사회주의적인 활동에 나서게 된 이유는 청년들이 당의 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회적 교양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청년중시 정책은 청년들에 대한 체제순응교육 강화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청년교양사업이 청년들을 “새 기술의 개척자, 새 문화의 창조자, 대비약의 선구자가 되어 정면돌파전의 진격로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그들의 심장에 불을 다는 교양사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년을 ‘위기돌파수단’으로 삼는 북한의 청년정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청권 창건,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 전후 복구, 김정일 권력 세습과 같은 역사적 변곡점과 정통성의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청년들을 ‘난관돌파수단’으로 전면에 배치해 사회적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독재세습권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1970년 대부터 시작된 장기적인 경제침체와 이에 따른 청년들의 불만과 사회일탈을 막기 위해 청년들에 대한 동원이 전투화, 일상화 됐습니다. 1975년 5월 조직된 ‘속도전청년돌격대’가 그 예 입니다. 이 조직은 군대와 같은 조직과 명령체계에 따라 청년들을 물길공사, 살림집공사, 도로건설, 기념관건설과 같은 어렵고 힘든 일에 상시적으로 동원됐습니다. 그동안 북한 청년들은 생산과 건설의 선봉대, 돌격대 역할을 저항없이 해왔으나 이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빈약했습니다. 북한 청년조직인 ‘청년동맹’은 중국의 ‘공청단’이나 소련이 ’콤소몰’과는 달리 청년계층의 이익을 실현하지 못할 뿐 아니라 권력 엘리트로 편입될 수 있는 공식적인 길도 보장돼 있지 않습니다. 당근은 없이 희생만 강요하는 북한의 청년정책은 오래 가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청년들이 자기 하나만 생각하고 남에게 의존하며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는 “이기주의자, 기생충, 건달군”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육의 도수와 실효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이 처럼 강력한 청년교양사업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청년들은 7세때 부터 13세때 까지는 소년단에 소속돼 ‘어린 시절’ 부터 정치사상교육을 받습니다. 14세때 부터 30세때 까지는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에 소속되어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 교양, 김일성과 김정일의 혁명역사를 체득하는 혁명교양, 제국주의타도 투쟁을 벌이기 위한 계급교양, 사회주의조국을 위해 싸우기 위한 사회주의애국주의교양, 공산주의품성을 갖추기 위한 도덕교양을 매일 또는 주간단위로 강도높게 받고 있습니다. 이런 교양사업이 체제차원에서 중단없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가차원의 청년교양사업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기존 교양사업이 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기존 교양사업의 성과부진 원인은 수십년간 변함없는 구태의연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교양방식이 청년들에게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장기적인 경제침체와 관련하여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나 사회주의적 혜택없이 자란 청년들의 시장지향적 활동성향을 방치할 경우 체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청년교양사업의 필요성을 “제국주의 사상문화침투로 인한 청년들의 정신도덕적 변질과 타락 가능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북한 청년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청년들은 김정은이 ‘제국주의상징국가’인 미국대통령을 세 차례나 만났고, 미국 동맹국인 한국대통령을 4차례나 상봉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사상문화 ‘위협타령’은 더 이상 북한 청년교양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나 춤, 노래 그 어느 것에도 침략적이거나 인간본성을 억압하는 비인권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의 청년교양내용이 훨씬 위협적이며 반인권적 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들에 대한 비교의 눈을 떠가고 있는 북한청년들은 이번 논설 주장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