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권력세습 정당성과 업적 우상화 선전”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11일자 1면에 수록된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이끄시는 주체의 한길로 억세게 나아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혁명은 대를이어 위대한 수령을 높이 모시여 승승장구하는 불패의 위업”이라고 주장해, 수령독재세습의 ‘정당성과 영원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난 9년간은 주체혁명의 진퇴가 판가리되는 준엄한 시련의 시기”였으며, “김정은이 혁명위업의 계승기, 새로운 발전기에, 당 강화발전과 주체혁명위업 완성의 결정적 담보를 마련하고 국가의 창창한 미래를 열어놓았다”며 그의 치적을 미화했습니다. 또한 “김정은의 자력갱생 공격전략과 공격전으로 국가방위력강화의 거창한 역사적 대업을 실현하였으며 그 토대위에서 국제정치흐름의 극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공화국의 존엄과 전략적 지위를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웠다”고 선전했습니다. 당조직들은 “혁명전통교양, 충실성교양, 애국주의교양, 반제계급교양, 도덕교양을 기본으로하여 사상교양사업을 부단히 강화함으로써 온 나라에 혁명열, 투쟁열, 애국열이 차넘치게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사회주의혁명역사를 돌이켜 보면, 수령 또는 혈통 세습을 통해 혁명을 이끌어 나갔던 사회주의나라들은 모두 몰락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설은 대(代)를 이은 ‘조선혁명’을 강조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정은을 혁명의 진두에 높이 모신 것은 주체혁명위업과 사회주의위업수행에서 중대한 의의를 지닌 역사적 사변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당과 국가를 이끔으로써 수령과 장군님의 혁명생애와 불멸의 혁명업적이 천추만대에 길이 빛나게 되었으며, 백두에서 개척된 조선혁명은 자기 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 인민군장병들은 새로운 주체 100년대의 나날을 긍지높이 돌이켜보며 위대한 당, 주체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세계만방에 떨쳐갈 불타는 결의에 넘쳐있다”고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지난 8일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300여만명이 아사한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을 다시 가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수령세습의 제도화를 거부하고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했다면 4반세기 전에 겪었던 ‘고난의 행군’을 지금에 와서 다시 겪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자위적 국방력을 토대로 국제정치흐름을 주도하고,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웠다”며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을 극찬했습니다. 북한의 핵무력고도화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핵무력보유전략이 최종적으로 승리한 것처럼 선전하고 북한의 전략적 지위가 진정으로 최상의 경지에 오르게 된 양 주장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북한의 핵무력보유가 북한체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능지렛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신속하게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설에서도 고백하고 있듯이 북한의 핵보유국선언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초래해 인민경제를 회복불능 상태로 몰아 넣었던 것입니다.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노리고 2018년에 집중적으로 전개한 북중, 북미, 남북 정상회담은 아무런 결실을 얻지 못했습니다. 핵무력고도화정책은 국제사회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을 뿐아니라, 핵무력고도화정책이 북한체제를 보호하기는 커녕 정권몰락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5대 교양사업’을 부단히 강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제2의 ‘고난의 행군’ 극복에 총력전을 펼쳐야 할 현 시점에서, 당면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사상사업을 강조하고 나선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제2의 ‘고난의 행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민경제활성화에 모든 자원과 역량을 투입해야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 일가와 김정은 개인 우상화를 위한 정치사상사업을 강화하라는 명령은 북한 통치집단이 자신들의 ‘눈앞에 살길’만 염려하고 있지, 북한 주민들의 앞날에 대해서는 객관적 전망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올해 1월 초부터 지난 주까지, 제8차 당대회와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시군당책임비서 및 당세포위원장회의를 집중적으로 개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에서 가장 먼저 제시됐어야 할 ‘현재 조선 혁명의 이행단계’와 그 ‘성격’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습니다. 현재 ‘우리 식 사회주의’가 혁명과 건설의 전과정에서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혁명과 건설의 정확한 방향과 추진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이에 근거해 구체적인 과업선정과 실천방침도 제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조선혁명의 현 좌표 파악과 미래설계능력 부족이 ‘5대 교양사업 강화’라는 엉뚱한 처방전을 내놓게 된 근본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은 총비서를 따르는 길에서 반만년민족사를 다하여도 누릴 수 없었던 모든 영광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주민을 기망(欺罔)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황당한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 9년 동안 세습독재권력만 강화되었을 뿐, 북한의 체제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고 확대되었습니다. 국가기관이 직접 시장관리에 나서서 깊이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와 강도 높은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는 고백도 정권의 불안정성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혁명의 최강의 보검은 ‘일심단결’이라며 일심단결 저해요소들에 대한 견결한 투쟁을 촉구하고 나선 것 역시 세습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의 ‘미래영광팔기’ 기망선전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