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8년 업적 ‘일방적 선전’으로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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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12일자 3면에 수록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굳게 뭉쳐 주체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만방에 떨쳐나가자” 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정은 동지를 당과 국가의 최고수위에 높이 모신 것은 조국과 민족사에 특기할 역사적 사변이었다”고 술회하고, “김정은 동지가 있어 우리 혁명, 우리의 사회주의는 끄떡없으며 우리 조국의 미래는 끝없이 밝고 창창합니다”라는 김정일의 김정은 ‘찬양교시’를 소개해 김정은 세습통치를 ‘정당화’ 했습니다. 김정은의 지난 8년간의 통치중 ①당과 국가사업의 규범과 절차의 정규화 면모 확립, ②당의 유일영도체계 철저 수립, ③김일성-김정일주의의 본질을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정식화, ④최강의 국가방위력 완성과 무적필승의 군사강국 건설 등을 대표적인 업적으로 소개했으며, 전체 당원과 인민, 군장병들에게 “최고영도자 결사옹, 당중앙의 권위보장, 당의 전투적 기능과 역할강화”를 지시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김정일이 생전에 언급했다는 ‘김정은 찬양교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권력세습과 통치가 시작된지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선대(先代)의 아들에 대한 ‘찬양교시’를 공개선전하고 나선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 까요?

이현웅: 그렇습니다. 이번 논설은 독재세습 정당성 부각수단으로 김정일의 김정은에 대한 ‘찬양교시’까지 동원하고 있는 데요, 이런 수법은 김일성 시절부터 행해졌습니다. 김일성은 1992년 2월 16일 아들인 김정일 생일 50돌을 맞아 ‘광명성 찬가’라는 한자 7언 송시(頌詩)를 직접 지은바 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송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백두산정 정일봉(白頭山頂 正日峯): 백두산마루에 정일봉 솟아있고, 소백수하 벽계류(小白水河 碧溪流): 소백수 푸른 물은 굽이쳐 흐르누나, 광명성탄 오십주(光明星誕 五十(週): 광명성 탄생하여 어느덧 쉰돐인가, 개찬문무 충효비(皆贊文武 忠孝備): 문무충효 겸비하니 모두다 우러르네, 만민칭송 제동심(万民稱頌 齊同心): 만민이 칭송하는 그 마음 한결같아, 환호성고 진천지(歡呼聲高 震天地): 우렁찬 환호소리 하늘땅을 뒤흔든다” 이 시는 독재권력의 혈통세습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쐐기를 박기 위해 지어진 것이었습니다. 최근 북한의 인터넷 대외선전 웹사이트엔 김정일의 김정은 자질 ‘찬양교시’ 11개가 게재돼 있습니다. 김정은에 대한 비정상적인 개인우상화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김정은의 지난 8년간의 ‘통치업적’으로 당과 국가의 회의기능 정상화, 당의 유일영도체계 철저 수립,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인민대중제일주의화, 최강의 국가방위력 완성을 내세웠습니다. 이런 업적선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이 김정은의 최고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이 네 가지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에 기초해 있지 않습니다. 먼저 당과 국가의 현안과 관련해 정치국,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주기적으로 소집해, 회의기능을 규범화하고 정상화 한 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나, 이것은 고위간부숙청과 공포정치, 핵무기 개발과 군사도발 감행 합리화 차원에서 시행되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당의 유일사상체계 철저수립은 북한의 전체주의체제성격을 강화하여 주민들의 일상적인 행동은 물론 사고내면의 통제를 미화하는 것으로 주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인민대중제일주의화 주장은 그야말로 ‘낮 뜨거운 선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일성-김정일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령론과 사회정치적생명체론, 선군정치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 8년 동안 끝임없이 주민사상사업에서 강조한 것이 김일성-김정일주의입니다. 김일성-김정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는 근본적으로 물과 기름의 관계입니다. 북한 주민들을 ‘무지랭이’로 보지 않는 이상 감히 입밖에 낼수 없는 ‘거짓선전’입니다. 노동신문은 4월 7일자 “당원들은 정면돌파전에서 선봉투사가 되자”라는 사설에서 당원들은 “사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우리 당의 사상론을 확고히 틀어쥐고 정치사업을 드세게 벌려나갈 것”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 ‘제일주의’는 수령, 당, 사상제일주의만 있을 뿐입니다. 인민제일주의는 인민들의 저항이 두려워 겉으로만 부르짖는 ‘위장선전’용인 것입니다. 김정은의 무모한 핵개발은 북한체제를 지리멸렬할 위기상황으로 몰아 넣고 있는 중입니다. 김정은의 업적을 선전내용대로 믿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이 지난 8년간의 김정은 업적을 긍정적 시각 일변도로 평가해 부각시키는 ‘거짓선전’활동에 나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김정은 정권은 정권의 가장 핵심적인 ‘존재 목적’인 북한주민의 생명보호를 물리적으로 담보하지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식량해결이지만 자력갱생으로는 전혀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비핵화 약속을 이행해야만 식량해결이 가능한 일인데, 그와는 반대로 ‘핵무기 보유국’을 향해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을 일삼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 대해 제재와 압박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정치력은 더 이상 발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8년간 김정은이 북한주민들에게 약속한 ‘인민생활 향상’은 후퇴한 상황입니다. 이를 만회할 대내 정책자원도 고갈된 상태입니다. 주민들에게는 ‘강압적인 노력동원’과 ‘허리띠 조이기’ 밖에 없었습니다.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폭발전의 임계점을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 김정은 업적 급조선전은 이러한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보기 위한 선전술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김정은에 대해 ‘옹호선전’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번 논설이 북한의 대내외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은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김정은 후계지목과 혈통승계, 세습통치가 정당했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정권의 정통성과 성당성을 지도자의 혈통이나 세습에서 찾지 않고 있으며, 경제적 향상과 인간다운 생활 보장, 공포정치와 억압으로 부터의 해방, 개인적인 자유의지의 구현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번 논설은 이와 같은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탄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