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민대중제일주의, 김정은 ‘애민지도자상’조작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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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17일자 1면에 수록된 “우리 당의 숭고한 정치이념-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정은을 “오로지 인민밖에 모르며 이 땅위에 인민의 천만가지 행복이 꽃피는 사회주의락원을 기어이 일떠세울 절세위인”이고, “인민에 대한 헌신을 천금주고도 살 수 없는 지상의 락으로, 더 없는 행복으로 여기는 총비서동지”라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의 인민사랑은 “천만 어머니들의 사랑을 다 합친 것 보다 더 순결하고 열렬하며 무한한 사랑”이고, “인민을 한 품에 안아 보살펴주는 위대한 사랑”이라고 찬양했습니다. 김정은은 “이른 새벽도 인민사랑의 길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자애로운 어버이”라며, ‘애민지도자상’ 조작에 나섰습니다. 북한은 “인민들이 당과 국가에 자기의 운명과 미래를 전적으로 의탁하며 진정을 다해 받드는 인민대중제일주의가 구현된 국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천만 인민의 가슴은 “사회주의건설에 힘과 지혜와 열정을 아낌없이 바칠 불같은 맹세로 세차게 끓어 번지고 있다”며 ‘거짓 선동’도 펼쳤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김정은이 2013년 제4차 당세포비서대회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북한 통치이념의 본질이라고 밝힌 이후, 올해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정치방식’으로 공식화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은 지난 1월 노동신문을 통해, 제8차 당대회기간에 개정한 당 규약에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정식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김정은이 2013년 제4차 당세포비서대회에서 언급한지 8년 만에 당 규약에서 김정은의 ‘공식 정치방식’으로 규정된 것입니다. 이번 기사는 인민대중제일주의와 관련해 “인민은 사회주의국가의 뿌리이고 지반이며 그 발전의 담당자”이고, “인민대중속에 깊이 뿌리박은 당이라야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성격을 잃지 않고 자기사명을 다할 수 있다”고 주장해 당과 인민을 한 데 묶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통치집단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부르짖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정책은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유입을 완벽하게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감염의심자’를 격리, 고립시켜 방치하는 만행은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개혁과 개방이라는 살길이 있으면서도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는 것은 인민생활 향상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반동문화배격법’ 위반자를 공개처형하는 행태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파괴하는 최악의 정치적 탄압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내세우고 있는 ‘인민대중제일주의’는 그 실체가 뒷받침되지 않는 거짓 ‘선전구호’에 불과한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인민사랑이 “천만어머니들의 사랑을 다 합친 것 보다 더 순결하고 열렬한 사랑”이며, “방방곡곡에 속속들이 미치고 있다”고 칭송했습니다. 노동신문의 ‘김정은 인민사랑 화신(化身) 만들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김씨 가문의 독재세습이 3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주민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정은의 권력세습은 일반주민들에게 매우 낯설고 어색한 일이었습니다. 사회주의에서 권력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승계자가 ①권력기반(power base) 뿐만아니라 ②개인적 자질(personal qualification)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③정책능력(policy making ability)을 구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권력승계 당시 28세의 젊은 나이로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출 수 없었습니다. 권력정통성이 부족한 김정은 정권은 숙청과 처단이라는 ‘공포정치’를 통해 가까스로 유지되었습니다. 이것이 김정은 정권 내내 수많은 엘리트들이 처형되고 정치범수용소로 끌려 가게된 비극의 원인입니다. 김정은의 ‘인민사랑 화신 만들기’는 그동안 ‘공포의 독재자’로 굳어진 이미지를 탈색시켜 내부결속을 도모해보려는 대(對) 주민 세뇌선전 책동으로 볼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 통치집단이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김정은의 ‘정치방식’으로 규정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인민대중제일주의’에 관한 선전을 2가지 측면에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김정은의 ‘개인적 포악성’을 불식시키고 ‘애민지도자상’을 각인시켜 주민들의 복종과 충성심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려는 목적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혁명과 건설에서 ‘인민대중’의 책임과 역할이 제일중요하다는 주민의식화에 있습니다. 북한 사회주의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혁명과 건설을 최일선에서 걸머지고 실행해나가야 할 무리는 ‘인민대중’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자력갱생노선’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력갱생을 하기 위해서는 군인도 있고 과학기술도 있지만 ‘인민대중’이 직접 담당자라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인민대중제일주의 주장은 역대 가장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북한 통치집단이 위기극복책임을 인민들에게 떠 넘기고 자신들은 인민의 뒤로 숨어 그 책임에서 벗어나 보려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품에 운명의 피줄기를 잇고 사는 우리 인민의 혁명신념은 억척불변”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자가당착적인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은 올해 초부터 북한 전주민을 각종 정치행사와 학습활동에 빈틈없이 동원하여 정치사상적으로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옭아맸습니다. 육체적으로는 5만세대 살림집 건설과업을 앞세워 평양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물자조달투쟁과 노력경쟁운동을 전개해 주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건설현장에 동원된 돌격대 군인들과 기관기업소 근로자, 현지 동원주민들은 보상과 대가 없이 노력착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노예적 참상’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로서는 이번 기사의 내용을 감언이설로 밖에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