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일성의 항일혁명전통 계승 강조”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18일자 1면에 수록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창조하신 백두의 혁명전통을 견결히 고수하고 대를 이어 빛내여 나가자” 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백두의 혁명전통’으로 “항일의 연길 폭탄정신”을 들고, 그 ‘계승’으로는 전화의 군자리혁명정신과 전후의 천리마정신”을 예로 열거했습니다. 백두의 혁명전통은 “조국과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을 수호해 나갈 수 있게 하는 백승의 보검”이며, “우리 식 사회주의의 혁명적 본태와 우월성을 과시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초석”이고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고귀한 재보”라며 자력갱생의 전통이 여기에서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의 혁명전통을 계승함으로써 해방 후 빈터에서 당과 나라와 군을 건설했고, 조국해방전쟁에서 승리했으며 자주, 자립, 자위의 사회주의국가를 일떠 세울 수 있었다”며, “혁명전통을 철저히 구현해 정면돌파전의 진격로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일성의 혁명 역사와 업적을 길이 빛내기 위해서는 전체 인민들과 인민군들이 “혁명역사를 체계적으로 전면적으로 학습하고, 불멸의 업적을 깊이 체득해야 한다”며 혁명전통 교양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이 주장하는 ‘백두의 혁명전통’이란 일제 식민지시기에 김일성이 백두산을 근거지로 전개한 항일 투쟁업적과 정신을 체제유지와 발전원리로 삼고 대(代)를 이어 계승해간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 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일성의 항일혁명전통을 “백두의 혁명전통” 또는 “백두의 자력갱생전통”이라고 부르면서, “김일성과 항일 혁명투사들이 밀림속의 병기창에서 맨주먹으로 연길폭탄을 만들어 원수들을 족쳤다”며 ‘항일 선열들의 자력갱생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조국의 해방, 당(黨)과 정권(政權), 군(軍)의 형성과 조국해방전쟁에서의 승리, 두 단계 혁명과 사회주의사회 건설이 모두 김일성이 창조한 ‘백두의 혁명전통’에 의해 실현 되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정면돌파전과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승리를 위해서는 백두의 혁명전통을 견결히 고수하고 대를 이어 계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백두의 혁명전통’은 북한의 선전과는 달리 ‘조작된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백두의 혁명전통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김일성의 항일투쟁은 조선해방의 큰 물줄기와 본령에서 멀리 벗어나 있으며, 김일성이 일으킨 조국해방전쟁은 실패로 끝난 전쟁이었습니다. 조작과 허위에 기초한 ‘백두의 혁명전통’은 1960년대에 ‘김일성 수령만들기’와 그의 독재정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허위의식’일 뿐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일성이 창조한 ‘백두의 혁명전통’은 ‘자력갱생’ 전통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김일성의 항일 혁명투쟁 업적과 정신을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자력갱생노선’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한 ‘동력찾기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김일성의 항일 혁명전통을 김일성의 독재권력 수립과 권력을 세습하는 데 이용했을 뿐아니라 북한체제가 대내외적인 위기에 봉착했을 때마다 위기 극복과 당(黨)의 “자력갱생”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습니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겉으로는 경제건설을 부르짖고 있지만 비핵화를 중단, 거부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핵경제병진노선’ 추구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이런 모순된 이중적 행태는 북한체제를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궁지로 몰아 넣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자력갱생은 효율성과 성공가능성을 타산하여 합리적으로 선택한 노선이라기 보다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후 수단으로 어쩔수 없이 선택한 궁여지책입니다. 선대(先代)의 후광(後光) 말고는 정치적 자원이 전혀 없는 김정은 정권은 자력갱생노선의 정당성 확립과 권력정통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김일성의 혁명전통을 자력갱생으로 재(再) 해석하여 선전하고 있지만, 약방의 감초처럼 우려 먹는 ‘혁명전통 들춰내기’로는 자력갱생의 ‘정신적 동력찾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항일의 연길폭탄정신, 전화의 군자리혁명정신, 전후의 천리마정신, 백두의 혁명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역대 정권에서 채택했던 각종 정신을 소환해 ‘정신무장’할 것을 주장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이 열거하고 있는 각종 ‘정신’을 시공간적으로 살펴보면, 일제시기 김일성의 항일혁명투쟁(연길폭탄정신), 6.25전쟁시기 김일성의 패전위기(군자리혁명정신), 전후복구시기 주민노력동원(천리마정신), 현재 김정은정권의 ‘백두산 정치’(백두혁명정신)에 각각 대응해 있습니다. 따라서 각종 정신을 시계열적으로 나열한 이유는 김정은의 권력세습을 은연중 합리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연길폭탄정신’과 ‘군자리혁명정신’ 소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북한정권이 오랜 세월 동안 연길폭탄정신과 군자리혁명정신을 ‘자력갱생의 전투적 상징구호’로 활용해 온점을 고려할 때, 주민들의 ‘자력갱생 총력투쟁’을 독려하기 위한 저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북한이 연길폭탄정신과 군자리혁명정신을 ‘일제(日帝)와 미제(美帝)’에 항거해 승리를 거둘수 있도록 뒷받침한 혁명투쟁정신으로 상징화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 정권의 ‘핵무력 고도화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앞으로도 ‘핵무력 고도화’는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자력갱생으로 반드시 이룩할 것이라는 의지표명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수령님식 대로, 수령님의 사상과 뜻 대로 혁명과 건설을 전진시켜나가기 위해 혁명전통 교양을 공세적으로 벌려나갈것”을 독촉했습니다. 이런 교양지시가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혁명전통교양은 김일성의 우상화와 신격화, 세습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실시돼왔습니다. 북한역사가 김일성 개인역사로 둔갑하면서 김일성의 살아 생전 일거수 일투족은 ‘위대한 전통’으로 각색됐습니다. 김일성 사후에는 김정일의 일거수 일투족이 혁명전통으로 미화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번 사설이 김정은의 모든 활동을 “백두의 혁명전통”으로 포괄해 미화하려는 불순한 시도를 감지했을 것입니다. 또한 항일 혁명전통의 계승이 북한 75년 역사를 자유와 인권 불모, 가난의 질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처럼 부작용만 낳는 혁명전통 계승교육을 더 이상 달가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