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25일자 1면에 수록된 “수령에 대한 충실성의 전통을 창조한 항일빨치산의 위훈은 영원불변할 것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주체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하는 조선인민혁명군은 인민의 이익을 위하여 투쟁하는 참다운 인민의 군대였으며 단순한 군사조직이 아니라 인민대중을 교양하고 혁명투쟁에로 불러일으키는 선전자, 조직자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일빨치산들은 “수령의 안녕을 결사보위하는 데서 숭고한 귀감을 창조한 선구자, 수령의 신변안전보위를 삶과 투쟁의 총적목표로 내세우고 모든 것을 다 바쳐 싸운 진짜배기 충신들이었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항일무장투쟁은 수령의 혁명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일대 사상전, 수령의 권위를 옹호하기 위한 보위전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전체 인민들과 장병들은 “주체적 혁명무력의 창건자, 건설자인 김일성과 영도자 김정일에 숭고한 경의와 최대의 영광을 드리고 있고 김정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혁명위업을 빛나게 계승 완성해나갈 불타는 맹세를 다지고 있다”며 ‘거짓 선동전’을 펼쳤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일성이 1932년 4월 25일에 창건한 ‘조선인민혁명군’을 ‘주체형의 첫 혁명무력’’이라고 선전하면서 이를 김일성의 ‘역사적 대업’으로 칭송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일성의 ‘조선인민혁명군’을 일제시대 만주지역에서 창건된 ‘첫 혁명무력’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1920년대부터 만주지역에는 민족주의자, 무정부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 조국의 해방과 자주독립을 목표로 수많은 항일무장투쟁조직들을 결성해, 역사에 길이 남을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습니다. 북로군정서, 대한독립군, 국민회군, 군무도독부와 같은 무장조직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유관국가들의 연구에서 인정되고 확인된 대표적인 항일무장투쟁조직들입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조선인민혁명군’을 창건했다고 주장하지만 ‘조선인민혁명군’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제시되지 않아, ‘유령단체’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김일성은 광복이후 극심한 동서냉전으로 인해 자유진영에서 ‘일제시대 만주지역 항일무장투쟁역사’를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없었던 ‘시대적 환경과 약점’을 이용해, 자기 행적 위주로 항일무장투쟁역사를 조작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냉전종식과 더불어 만주지역 항일무장투쟁에 관한 객관적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북한이 날조한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역사’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주체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조선인민혁명군을 만들었다는 주장 역시 날조입니다. 주체사상은 1930년대가 아니라 1950년대 중반 이후에 서서히 만들졌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빨찌산들의 ‘항일무장투쟁’을 ‘수령의 혁명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사상전이자 수령권위옹호를 위한 보위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항일투쟁이 ‘조국해방’이 아닌 ‘김일성 결사옹위전’이라는 선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수령만이 항일무장투쟁을 구상하고 결심하며 항일빨치산들에게 투쟁임무를 부여하고 승리로 이끌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수령의 구상과 결심, 수령이 맡겨준 혁명임무를 한치의 드팀도 없이 철저히 관철할 때 혁명은 수령의 의도대로 진척되고 위대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수령 우상화’를 위해 날조한 논리들입니다. 북한은 김일성을 항일투쟁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1959년부터 1970년까지 ‘빨치산투쟁 참가자들의 회상기’라는 책자를 12권이나 만들어 김일성 개인 우상화 사상학습자료로 활용했습니다. 이 학습을 통해 북한은 ‘항일유격대 국가, 수령절대주의 나라’로 변질되었던 것입니다. 항일유격대활동이 김일성 수령 보위전이라는 주장은 김일성 개인 우상화를 위해 철저하게 날조된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항일빨찌산을 “수령의 명령지시를 어떤 조건에서도 실천한 결사관철의 전형(典型)”이라며, 수령에 대한 절대복종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수령절대주의’를 주장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먼저 북한의 배급제붕괴로 인해 의식주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자라난 세대들의 비사회주의적 활동을 ‘혁명전통계승’이라는 사상교양을 통해 통제해보려는 저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음은 김정은이 항일빨찌산의 무장투쟁을 이끈 김일성의 혈통임을 강조하여 ‘수령계승자’로서의 권위를 제고함으로써 내부결속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5개년경제계획’ 실천방법으로 ‘빨찌산 유격대식 투쟁방식’을 원용하여, 경제성과를 달성해보려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육지책은 자력갱생노선의 한계로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빨찌산처럼 ‘투쟁하며 생산한다’는 ‘혁명전통’에 매몰돼 국방·경제건설과 핵·경제건설 병행노선을 추구해왔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핵무력고도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경제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지금이야 말로 항일혁명 선열들처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제일생명으로 간직하고 당중앙을 받드는 결사대가 돼야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정상국가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충성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자기에게 주어진 과업을 공직자들과 함께 추진합니다. 과업수행은 공직자들과 함께 추진하지만, 과업실패 책임은 기본적으로 지도자가 짊어집니다. 일반국민은 주권재민의 원칙과 탄핵제도에 따라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는 위치에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연일 강조하면서도 수령에 대한 절대 복종과 충성을 강요하는 ‘이율배반적인 주장’에 냉소를 금치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