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1일자 1면에 수록된 “전체 근로자들이여, 영웅적 투쟁역사와 전통을 빛내이며 정면돌파전의 진격로를 힘차게 열어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지난날 천대받고 억압받던 근로자들을 정신력의 강자, 창조의 영웅, 열렬한 애국자로 키운 원동력”은 위대한 수령들의 “사상과 영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북한 근로자들은 “김정은의 현명한 영도”와 “당의 품속”에서 존엄과 지위, 역할이 비상히 높아지고 있으며, 보람차고 긍지높은 삶을 누리고 있다”고 강조해 김씨 3대와 당(黨)의 근로자에 대한 지도를 자화자찬식으로 부각해 나섰습니다. 근로자들을 “당의 사상과 위업에 충직한 참된 혁명가, 자력갱생의 기적과 혁신의 창조자, 조국번영의 열렬한 애국자”라고 치켜세우는 한편 앞으로 김정은을 충직하게 받드는 열혈충신이되고, 백두산정신을 만장악해 정면돌파전의 진격로를 열어나가며, 당중앙을 결사옹위하고 경제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큼직큼직한 성과들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지난 날 북한 근로자들이 “시대와 혁명앞에 지닌 영예로운 사명과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온 것”은 근로자들에 대한 “수령들의 위대한 영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김씨 3대’에게 그 공적을 돌렸습니다. 근로자들의 훌륭한 역할은 ‘수령들의 지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먼저 김일성과 김정일의 근로자들에 대한 “위대한 영도” 내용으로 ①노동자, 농민, 지식인을 나라의 주인, 혁명과 건설의 직접적 담당자로 내세워 줬고 ②근로자들을 정신력의 강자, 창조의 영웅, 조국번영의 애국자로 키웠으며 ③근로자들이 해마다 세기적 변혁을 이룩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을 적시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영도 내용으로는 ①노동계급과 과학자, 기술자들에게 김일성-김정일노동계급, 당과 혁명을 보위하는 전위부대, 전초부대라는 ‘최상최대의 믿음’을 안겨주었고, ②농업전선을 사회주의수호전의 ‘제1제대, 제1선 참호’로 내세워줬으며, ③검덕광업연합기업소 고경찬영웅소대원들에게 ‘축하전문’을 보내줬고 ③농업부문 열성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줬으며 ④지식인들에게 ‘살림집’을 마련해준 일들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사설이 근로자들의 역할과 노력에 대해 ‘수령 종속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북한 사회주의체제가 ‘전통적인 사회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이비 사회주의’라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북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인민대중제일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선전은 거짓이며, 북한은 철저하게 ‘수령제일주의’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체제가 요구하는 ‘근로자 상(像)’으로 “당의 사상과 위업에 충직한 참된 혁명가,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체질화한 기적과 혁신의 창조자, 조국번영에 이바지하는 열렬한 애국자“를 제시했습니다. 북한체제가 주장하는 ‘근로자상(像)’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번 사설은 구체적인 ‘근로자상’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근로자들이 ‘당에 충직한 참된 혁명가’로 되기 위해서는 수령에 대한 순결한 양심과 의리, 당(黨) 옹위와 변색없는 충실성을 적시하고 그 사례로 ①침몰위기 배에서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결사보위하는 것과 같은 ‘수령옹위의 전형(典型)’ ②과업을 정해진 시간에 완전무결하게 수행하는 ‘완강한 실천가’ ③당 정책을 무조건 관철하는 ‘영웅적 투쟁’을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근로자들이 ‘자력갱생의 기적과 혁신의 창조자’로 되기 위해서는 사대와 교조, 보수주의와 패배주의를 산산이 짓부셔버리며, 적들이 발악하면 할수록 시련과 난관이 겹쌓일수록 민족자주, 민족자존의 정신력을 더욱 승화시켜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근로자들이 ‘조국번영의 열렬한 애국자’로 되기 위해서는 가사(家事)보다 국사(國事)를 먼저 생각하며, 권리 앞에 의무를 놓고, 대가나 보수도 바램없이 조국과 인민을 위해 불타는 일념으로 피와 땀을 아낌없이 바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근로자상(像)’은 자유는 없고 헌신적 책임만 강요한다는 점에서 ‘부도덕하고 억압적인 근로자상(像)’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의 ‘무책임성’을 폭로해 줄 뿐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국제 ‘노동절’기념 사설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삶의 질과 근로환경개선과 같은 근로자 권익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북한이 ‘김씨 3대’와 조선노동당의 ‘근로영도’를 찬양하고, 근로자들의 무한책임과 희생만을 강조하는 노동절 사설을 내놓는 이유와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체제가 침몰하지 않고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지도자와 당의 근로자들에 대한 선견지명이나 세련된 영도, 우수한 경제적 지도에 있지 않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75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근로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와 그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인해 북한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통치세력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사설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제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자강력제일주의’를 항구적인 전략적 노선으로 채택하고 자력갱생과 간고분투를 체제발전 방식으로 움켜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하위권에 속하는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핵무력중심의 군사력건설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국제사회로 부터 강력한 제재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이 핵무력 고도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근로자들의 희생은 무한정 지속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세계 각지의 근로자들이 초보적인 생존권마저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오늘 북한 근로자들은 당(黨)의 품속에서 존엄을 떨치며 보람차고 긍지높은 삶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영도자(領導者)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열혈충신(熱血忠臣)이되고 알곡생산으로 당(黨)중앙을 결사옹위(決死擁衛)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북한 근로자들이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현웅: 북한의 근로자들은 옛날 옛적 근로자들이 아닙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이 북한체제를 외딴 섬처럼 고립시켜 운영한다 해도 첨단매체와 다양한 접촉통로를 이용해 세계 각국의 근로자들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지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도자에 대한 ‘열혈충신’과 ‘당중앙 결사옹위’ 요구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철지난 노래소리’로 들릴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