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후복구시기와 천리마시대 영웅따라 배우기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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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5일자 1면에 수록된 “전후복구건설시기와 천리마시대 영웅들처럼 살며 투쟁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오늘의 현실은 전체 인민이 전후복구건설시기와 천리마시대에 발휘된 영웅적 투쟁정신을 따라 배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후 북한은 “제국주의자들의 새 전쟁도발책동과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들의 정면도전, 대국주의자들의 노골적인 간섭”에 직면했었으나, 그 시대 영웅들은 “수령에게 자기운명을 전적으로 의탁하고 수령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른 충성의 일편단심”으로 눈부신 기적을 낳았다고 적었습니다. 전후복구건설시기와 천리마시대 영웅들의 투쟁기풍과 위훈담은 오늘의 총진군에서 “본 받아야 할 귀감이고, 훌륭한 교과서”라면서, 이들 영웅처럼 살며 투쟁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마땅한 본분이고 의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공산주의 새 언덕이 저기 보인다는 노래를 힘차게 부르며 창조와 건설의 일대 전성기를 펼친 할아버지, 아버지세대가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다”며 청년들의 영웅적 기개를 높이 떨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전후복구시기와 천리마시대 영웅들의 정신세계 및 투쟁기풍을 귀감으로 삼아, 총진군에 나설 것을 주장했습니다. 참으로 고루한 사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전후복구건설시기는 전후복구 3개년 계획이 시행된 1954년부터 1956년까지를 이릅니다. 천리마시대는 북한이 천리마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57년부터 시작해 1976년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이 새롭게 출현하기 전까지 전개된 시기를 말합니다. 천리마운동은 증산운동, 조선노동당의 총노선, 공산주의 사상개조운동, 사회주의경쟁운동으로 다양한 성격을 띠고 전개되었습니다. 이번 사설은 전후복구건설시기 ‘영웅따라 배우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영웅들이 이룩했던 경제성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전후복구건설은 구(舊)소련과 동유럽국가 및 중국의 막대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들의 원조액은 총수입액의 40%에 달했습니다. 천리마시대 경제성장은 물질 기술적 자원보다는 주민들의 열의와 육체적 희생을 기반으로 노동생산성을 추구한 결과이며, 자본투자와 기술혁신 없이 이룬 노동집약적이고, 외연적인 경제성장이었습니다. 천리마시대 초기에는 일정한 성과를 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는 육체노동의 한계와 생산성 하락으로 북한 경제가 뒤쳐지기 시작했습니다. 60여년 전의 경제성장방식을 귀감으로 삼으라는 주장은 경제건설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천리마시대 영웅들의 “수령에 대한 절대충성과 사회주의제도 수립, 자주강국 터전 마련” 등의 성과를 선전하고 있으나, 천리마시대 경제노선의 문제점에 대해선 말이 없습니다. 이런 일방적인 선전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북한경제의 총체적 실패는 천리마시대에 김일성이 세워 놓은 경제건설방식을 경제환경이 천지개벽의 수준으로 변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불변의 원칙’으로 추종하고 있는데 있습니다. 현재 북한 경제의 문제점은 군수공업중심의 불균형정책과 정치사상적 자극에 의한 노동력 의존경제,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인 중앙계획과 대외경제부분의 마비 등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은 이미 전후복구건설시기와 천리마시대 경제정책의 불합리성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이상만 바라보고 농상공업의 생산관계를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로 전격 개조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현재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습니다. 이미 30여년 전에 역사적 실험에서 실패한 제도를 지금도 고집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의 중공업우선 경제정책은 김정일의 선군경제와 김정은의 핵-경제병진노선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주민들의 먹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초미의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핵무력 고도화에 올인하는 비정상적인 정책운용행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천리마시대 노력동원방식을 선전할 때가 아닙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전후복구시기와 천리마시대”를 따라 배워야 할 본보기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특별히 “전후복구시기와 천리마시대”를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전후복구시기에 김일성은 자신이 주도한 6.25남침전쟁이 실패로 끝남에 따라 전쟁실패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또한 천리마시대 역시 주민들의 경제적 궁핍생활 원인이 김일성의 중공업정책에 있다며 김일성의 경제노선을 비판하는 소련파와 연안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런 문제제기는 전후 사회주의건설 노선투쟁으로 발전되었으며 노선투쟁에서 패배할 경우 권력투쟁으로 번져 김일성의 권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일 수 밖에 없을 때였습니다. 이러 시기적 특성을 감안해 볼 때, 현재 김정은 정권이 이 시기의 노력영웅 따라 배우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난 10년간 핵무기 개발 폭주와 인민경제파탄으로 인해 북한체제의 생존가능성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주민들을 사회주의경쟁운동으로 몰아 넣어,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투쟁의식 확산을 차단해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라는 공산주의적 구호를 더 높이 추켜들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의 ‘공산주의적 구호’ 표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십니까?

이현웅: 공산주의 보다 낮은 단계인 사회주의를 외쳤던 구(舊) 소련과 동유럽국가들이 이미 30여년 전에 해체되고 자본주의체제로 전환됐습니다. 북한은 봉건시대 경제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발전과정을 살펴 볼때 북한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공산주의시기 생산력 수준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100년도 더 걸릴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공산주의적 구호’를 추켜들라는 요구’에 ‘비현실성의 극치’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