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24일자 1면에 수록된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위력”이라는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김일성이 1990년 5월 24일 최고인민회의 제9기 제1차회의에서 “우리 나라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더욱 높이 발양시키자”라는 제목으로 실시한 시정연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시정연설을 통해 밝힌 북한 우리 식 사회주의의 기본특징은 “인민대중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 되고 사회의 모든 것이 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참다운 인민의 사회라는 데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은 생산력 발전수준이나 풍부한 물질적 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이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삶을 어떻게 누리는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과 국가가 인민의 운명을 지키고 보살펴주는 여기에 우리 식 사회주의의 절대적 우월성이 있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최강의 국방력을 마련하고 대유행전염병 파급의 동란속에서도 물샐 틈 없는 방역조치를 취하여 비루스 침투에 대한 철저한 차단조치를 실시하는 일은 북한 사회주의에서 만 실현될 수 있다며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 사례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1990년이면 사회주의 종주국인 구(舊)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을 때입니다. 이 시기에 김일성은 사회주의붕괴 파급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북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당시 김일성이 시정연설을 통해 강조한 것은 북한 사회주의가 “인민대중을 진정한 사회의 주인으로 하고 있으며 북한사회의 모든 것이 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참다운 인민의 사회라는 것”이었습니다. 김일성의 이런 주장은 지난 30년 동안 북한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위력”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정보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김씨 세습독재정권의 거듭된 선전에 세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한 술 더떠 “당과 국가는 인민대중을 위하여 멸사복무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반복선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하에서 “북한의 종합적 국력과 전략적 지위가 최상의 경지”에 올라선 것은 김일성이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사회주의 우월성 이론의 과학성과 생명력에 관한 뚜렷한 증시(證示)라며, 북한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위력이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양 왜곡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왜곡된 거짓선전은 세습독재정권의 목을 스스로 옥죄는 올가미가 될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김정은 정권은 북한 사회주의의 모순을 주민들 앞에 밝히고 정상국가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노동신문은 이번 논설을 포함하여 거의 매일 게재되고 있는 논설과 사설을 이용해 김정은의 정치이념이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친인민적 지도자상 만들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전체주의 사회주의체제의 선전책략중에는 사실이 아니라도 반복해 끊임없이 선전하면 사실이 된다는 선전원칙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처음 이야기 하는 것은 진리가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수령(김일성)과 장군(김정일), 영도자(김정은)의 말은 무조건 맞으며 거짓이나 오류가 될 수 없습니다. 김일성이 최대의 체제위기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인민대중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추켜세운 말 한마디를 30년이 지난 오늘의 이 시점에서 소환해 내 ‘인민을 위한 금과 옥조’나 되는 양 해석하여 선전하는 것은 그 목적이 김일성 찬양과 김씨 가문 우상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번 논설이 주장하고 있는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지난 30년 동안 북한 정권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북한 사회주의 우월성과 위력이 경제적이고 물질적인데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실토하고 있습니다. 이런 실토는 정권안정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토를 하고 나선 배경과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70여 년이 넘게 교양해왔습니다. 우월성의 단골메뉴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남녀평등이었습니다. 북한은 공산주의 역사발전 단계론에 입각하여 북한 사회주의체제가 한국 자본주의체제보다 우월한 체제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사실 북한 사회주의체제는 물질적 풍요를 갖추는 자본주의단계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만든 ‘사이비 사회주의’였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자력갱생노선 고집으로 북한의 경제강국건설 꿈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주민들의 기초적인 먹거리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경제적 기대치를 낮추는 ‘기대치 관리’ 작업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에 대한 인간의 본성적 욕망은 어느 사회를 불문하고 강제로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 정권의 고뇌는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김정은 정권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북한 김씨 가문의 친인민적 정치이념이자 북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용어로 선정하고, 관영매체를 이용, 대대적인 선전활동 전개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알맹이 없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선전교양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이 실린 노동신문(5월 24일자) 보다 불과 이틀전인 5월 22일자 노동신문에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과 논리로 일관하고 있는 “위대성 교양에서 나서는 요구”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당 사상사업에서 ‘위대성 교양’은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하면서 “일군과 당원, 근로자들에게 ‘혁명적 수령관’을 확고히 세우고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혁명적 신념과 양심으로 간직하도록 해야 한다”는 김정은의 지시를 빨강글씨로 강조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민대중제일주의와 혁명적 수령관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어느 장단에 춤사위를 맞추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사회주의의 모순을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