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새 세대들에 대한 ‘혁명적 수령관’ 사상교육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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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6월 10일자 1면에 수록된 “혁명적 수령관으로 튼튼히 무장한 참된 혁명가가 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정은의 말을 인용해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절대불변의 신념으로 간직하고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뼈속깊이 체득하며 그 어떤 광풍 속에서도 오직 당을 따라 혁명의 한길을 곧바로 가는 참된 혁명가로 준비시켜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혁명이 심화될수록 혁명적 수령관을 세우는 사업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혁명을 떠메고 나가야할 새 세대들의 머리에 녹이 쓸고 그들이 사상적으로 변질되는 것 보다 더 위험한 일을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당과 근로단체들은 “혁명적 수령관을 철저히 확립하기 위한 사상교양사업을 진공적으로 벌려나가야 하며 새 세대들이 충실성의 전통을 대를 이어 계승하여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신념화, 양심화, 도덕화, 생활화한 혁명의 계승자, 나라의 믿음직한 역군으로 억세게 준비하도록 사상교양사업을 심화시켜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새 세대들에 대한 ‘혁명적 수령관’ 교육을 강조했습니다. 혁명적 수령관은 김일성 유일지도체제 확립을 위한 이론적 도구였습니다. 새 세대들이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북한 새 세대들의 사상의식적 변질이 북한체제에 미칠 부작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준엄한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새 세대들이 혁명대오의 주력”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사상적으로 변질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다”며, 새 세대들의 ‘수령에 대한 충실성문제’가 체제위협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토했습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새 세대들을 혁명적 수령관으로 무장한 충신으로 키우는데 백만 자루, 천만 자루의 품을 아낌없이 들여야 한다는 것이 장구한 혁명투쟁사가 가르치는 철리”라며, ‘혁명적 수령관 사상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기에 계획경제시스템과 배급제가 붕괴되고 장마당을 통해 스스로 식의주문제를 해결하며 자라난 새 세대들에게 수령을 절대화하고 그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교육은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입니다. 새 세대들은 ‘수령’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아니라, 수령제도로 인해 북한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북한의 ‘수령’은 전지전능한 신(神)적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역대 공산국가들의 수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는 데요. 북한의 수령제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구 소련이나 중국, 그리고 모든 공산국가들이 수령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나름대로 이론을 세우고 무산자계급의 독재구현을 위한 수단으로 수령제를 활용해왔습니다. 북한의 수령이 다른 공산국가 수령들과 다른 점은 수령의 지위를 무오류한 신의 경지로 높이 올려, 우상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수령을 뇌수(아버지), 당을 심장(어머니), 인민을 손과 발(자손)로 비유하여 수령과 당 또는 인민 사이, 당과 인민 사이를 충효와 같은 윤리개념으로 채워, 다른 규범이 끼어들 틈이 없도록 차단막을 쳐놓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집단지도체제가 불가능하고 수령은 대(代)를 이어 세습되어야 합니다. 당과 인민은 뇌수인 수령 없이는 기능할 수 없기 때문에 수령절대독재가 필수적인 것으로 됩니다. 구 소련이나 개혁개방이전의 중국 공산당도 이처럼 완고한 수령제를 운영해본적이 없습니다. 봉건적 세습독재도 없었습니다.

오중석: 북한 특유의 ‘수령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기본논리는 1970년대 초반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수령을 인간유기체의 뇌수로 비유하고 있는 ‘저급한 논리’를 5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역설적이지만 새로운 세대들이 북한 혁명의 주역으로 등장해 있어도 이 새로운 세대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진전된 ‘수령론’이 개발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인간인 ‘수령’에게 신(神)이나 가능한 ‘무오류성’과 ‘절대성’을 부여함으로써, 미래세대를 염두에 둔 발전의 길을 스스로 막아버렸고, 1보 전진을 위한 2보 후퇴라는 전술적 변화발전의 길마저 폐쇄해버렸던 것입니다. 수령이외에는 이데올로기 창출과 해석권한이 없는 이데올로기 연구의 경직성이 지금과 같은 낡은 정치사상사업을 하게된 하나의 배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혁명적 수령관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사회주의 대가정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 10대 원칙과 같은 김씨 일가의 세습독재정치를 정당화하는 여타 이론 및 규범들과 같은 맥락을 이루고 이루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학습, 선전, 교육을 통해 북한 전 주민들에게 체화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어느 특정 이론이나 개념, 또는 규범 하나만을 따로 떼어내 수정보완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적 난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후진성이 시대착오적인 사상사업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조건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청소년들 사이에 번지고 있는 한국 드라마와 같은 자본주의문화 향유를 억압하고 내부 사상적 결속과 충성을 다지기 위한 궁여지책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 인민군장병들은 투철한 혁명적수령관을 지니고 총비서동지의 사상과 령도를 충성으로 받드는 길에 모든것을 다 바쳐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혁명적 수령관의 문제점은, 수령은 지식과 영도, 품성에서 완전무결하며, 지도에서 무오류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수령의 완전무결성과 무오류성으로 인해 당과 인민은 수령의 노예적 지위로 밀려 납니다. 당과 인민이 자발적으로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수령에 대해 무조건적인 충성과 효성을 다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가장 나쁜 점은 수령의 교시가 모든 윤리도덕 규범과 법체계보다 상위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중에서도 새 세대들은 37세 밖에 안된 젊은 수령이 이런 신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