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 적개심 최고수위로 올려, 서릿발치는 연속보복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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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6월 15일자 6면에 수록된 “끝장을 볼 때까지 련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다“라는 ‘정세론해설’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지금의 남북관계를 “남조선 당국의 은폐된 적대시 정책과 무맥무능한 처사로 하여 완전히 풍비박산이 났다”고 선언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 삐라살포 방지대책과 제도개선방안을 내놓고 엄정대응 입장을 공식발표하여 사태수습을 한듯이 떠들고 있지만, 이는 ‘겉발린 엄정대응타령’으로 북한을 기만하려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현재의 사태가 벌어진 것은 남조선 당국이 지난 2년동안 능력과 배짱이 없고 체질적인 우유부단성으로 인해 남북관계에서 한 걸음도 내 짚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의 사태수습노력을 “위기모면을 노린 기만 술책”에 불과하다고 혹평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보복계획은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형체없는 붕괴에 이어, 군에 의한 연속적인 대적 보복행동을 단호하게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남북관계 총파산의 책임을 물어 서리발치는 보복행동을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위협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어제 오후 2시 49분경에, 이번 기사에서 ‘형체도 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언급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적으로 폭파했습니다. 탈북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살포를 빌미로 남북교류협력의 대표적인 상징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은 남북관계의 총체적 파탄을 넘어 대적관계로의 회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이 한국내 민간단체의 전단살포행위 하나를 한국정부의 ‘대북(對北) 대적행위’로 침소봉대(針小棒大)하며,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약속들을 손바닥 뒤집어 엎듯이 하루아침에 파탄낸 것은 비정상의 극치가 아닐수 없습니다. 이번 기사는 한국정부에 대해 “애당초 자기가 한 말과 약속을 이행할 의지도 힘도 없는 그들에게서 그런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한국이 “대결의 흉심을 버리지 않고 불순한 목적을 추구해왔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비상식적인 행태는 북한이 지금까지 외친 ‘자주평화, 우리민족끼리, 민족대단결, 민족공조’ 구호가 완전 허구이며, 한국사회 적화라는 불순 목적 달성에 필요한 통일전선구축용 투쟁구호라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6월 4일 김여정의 대남비난 담화발표 이후 전 주민들의 한국정부에 대한 ‘원한의 감정’을 전시상태 수준으로 끌어 올리면서 실질적인 보복행위에 돌입했습니다. 북한의 비정상적이며 예상을 뛰어 넘는 대남폭거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대남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문제들을 푸는 방식에서 정상적인 국가들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보여왔습니다. 북한은 ‘숨긴 목적’의 달성이 어려울 경우 첫째, 충분히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사안일지라도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고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립니다. 둘째, 책임전가와 함께 실행불능의 전제조건을 내걸고 기존 합의사항을 헌신짝처럼 버리며 합의내용에서 이탈합니다. 셋째, 테러와 군사도발을 위협하며 새로운 관계개선을 빌미로 금전적 대가를 요구합니다. 이런 특성을 감안할 때 북한의 대남관계 기본성격은 ‘공갈협박형 또는 갈취형’에 가깝습니다. 상호주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북한의 대남비난공세는 여전히 북한이 한국을 공갈협박과 갈취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북한의 케케묶은 이런 수법에 더 이상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의 한국정부에 대한 군사보복 위협과 남북공동연락소 파괴는 국제사회의 대북 군사적 제재 움직임을 촉발시킬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부작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복실행에 나선 이유와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빈약한 정통성문제와 세습독재 권력의 공고화문제를 ‘핵무기 보유국’지위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책략을 선택했습니다. 집권 이듬해부터 4회에 걸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오직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행보에 집중한 결과 2017년에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하고 ‘세계적인 전략국가’가 되었다고 스스로 선언했습니다. 2017년까지 이른바 ‘비타협적인 핵무기보유전략’에 올인했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군사적 압박조치가 강화되고 김정은 제거설이 나돌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2018년부터 정상회담을 수단으로 하는 ‘타협적 핵무기 고도화 전략’으로 선회하여 겉으로는 비핵화를 할 것처럼 정상들을 속이면서 뒤로는 핵무력을 고도화하는 기만술책을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기망행위는 곧 들통났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는 경제파탄을 야기하고 이로 인한 내부불만은 점증되어 정권위협요인으로 크게 부상했습니다. 정면돌파전으로 활로를 모색하려 했지만 인적,물적, 정책적 자원의 완전한 고갈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실패하자 말도 않되는 대북전단 살포를 구실로 삼아 무리한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비타협적인 핵무기보유전략’으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통치세력들은 6월 4일 김여정이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한 직후부터 13일이 지난 오늘까지 전국 곳곳에서 대남 보복열기를 가열, 심화시키기 위해 당, 정, 군은 물론 어린 학생들까지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주민총동원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주민들은 이런 비정상적인 통치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8년이라는 짧은 집권기간에 이런 비정상적인 통치행태를 세 번(2013, 2015년, 2017년)이나 실행한 적이 있으며 이 번이 네 번째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의 통치행태에 대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이번 대남위협과 보복실행이 ‘한국 때리기’를 통한 독재세습정권의 위기 모면 술책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남북문제 개선은 고사하고 갈수록 불리한 정세만 조장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게 북한의 미래를 맡기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