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6월 17일자 2면에 수록된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혁명실천에서 나타나야 한다”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오늘의 총공격전은,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총비서의 사상과 영도를 일심전력으로 받들어 자기 부문, 자기 단위에서 실제적인 성과, 실질적인 전진을 이룩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혁명가의 사상정신적 풍모와 자질을 규정하는 기본 요인”이며, “당성, 혁명성, 인민성이 형성되고 발휘되는 기초”라고 주장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며, “그 충실성의 진가를 재는 척도는 바로 실력과 실천”이라고 밝혔습니다. 수령에 충실한 사람은 “수령의 사상과 의도대로 사고하고 일하며 생활하는 사람”이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순간에나 변함없이 오직 수령만 생각하며, 수령의 구상과 결심을 실천으로 받들기 위해 수준과 능력, 잠재력의 한계를 초월하여 고심하고 분투하는 사람”이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충실성만 높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5개년계획수행에서 과감한 실천과 뚜렷한 결실로 깨끗한 충실성을 검증받자”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며, 충실성을 재는 척도는 ‘실력과 실천’이라고 주장해, ‘수령에 대한 충성’과 ‘실적’을 직접 연계시키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실력의 높이”가 “실적의 높이”이자, “충실성의 높이”라는 구호를 제시했습니다. 수령에 대한 충성은 주어진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높은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 뿐만아니라 그 실력이 실적으로 나타날 때만 인정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한 “높은 정치실무적 자질과 완강한 실천력으로 수령이 준 혁명임무를 한치의 드팀도 없이 완전무결하게 집행해 나갈 때 수령의 전사, 제자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자원을 중앙으로 흡수해 재배분하는 사회주의경제는 관료층의 부정부패로 인해 공정한 실적경쟁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과업의 성격과 종류에 따라 단기간에 실적을 낼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관리감독기구, 사회통제기구, 계획기관과 같이 생산현장이 아닌곳에서는 실적을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실적으로 수령에 대한 충성정도를 평가한다는 것은 수령에 대한 복종과 수령을 위한 노동력 착취를 극대화 하겠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북한 주민 어느 누구도 수령에 대한 충성의 의무와 책임이 없습니다. 수령은 인민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김씨 일가’ 독재자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북한 언론매체는 올해 1월 제8차 당대회 이후 ‘수령에 대한 충실성’ 관련 기사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쏟아내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매체의 ‘수령에 대한 충실성’ 보도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에서 ‘수령에 대한 충실성’교양은 주민사상통제를 위한 5대 교양(위대성,신념, 반제,계급,도덕)의 사상적 기초로 작용합니다. 북한 언론매체는 충실성 교양을 통해 주민들의 수령에 대한 일방적 충성을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 언론매체들의 충실성 보도내용을 보면, 왜 수령에 대해 충성해야하는 지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번 논설도 그렇습니다. 전후 맥락도 없이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혁명가들이 지녀야할 기본품성”이라는 당위적 주장만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수령의 전사(戰士)와 제자(弟子)”되기를 강요하고 있는 데요.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수령이 봉건영주(封建領主)도 아니고, 나의 스승이나 구원자(救援者)도 아닌 데 왜 그의 전사와 제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봉건국가가 아닌이상 충성의 대상은 국가입니다. 수령이 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봉건시대를 살고 있는 ‘역사적 지진아’가 아닙니다. 선전과 선동만으로 주민들의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상반기 ‘공업총생산액 계획’을 144%로 초과 달성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실적을 ‘수령에 대한 충성평가기준’으로 삼겠다며, ‘실적몰이’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은 주민들의 노동력 집중투입으로 상반기 계획목표를 상회하는 경제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그 계획목표 초과달성이 북한 주민들의 경제생활안정에 어떤 함의가 있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북한은 김정은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해 통계수치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밝힌 “144% 초과 수행”이 주민생활안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지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상반기 목표 초과달성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이 ‘최대의 경제위기’에 몰려 있다는 사실은 간파할 수 있습니다. 이번 논설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만 높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치자에 대한 충성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있다 주장은 인류역사상 북한에서 처음 나온 주장일 것입니다. 수령은 북한경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망방이’가 결코 될 수 없습니다. 수령에 대한 ‘충성만능주의’는 폐기되어야만 합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새로운 5개년계획수행에서 모두가 과감한 실천과 뚜렷한 결실로 자신들의 ‘깨끗한 충실성’을 검증받자”고 촉구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은 통치자에 대한 충성에 있지 않습니다. 북한 경제는 통치자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생산현장에 뛰어 들어 근론자들과 함께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며 노력해도 회생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개혁개방정책을 펼쳐도 부족할 판에 충성경쟁을 위한 성과몰이를 닦달한다는 것은 경제회생 노력을 완전히 저버린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누구에게 ‘깨끗한 충성’을 바쳐야 할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