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6월 22일자 6면에 수록된 “고질적인 사대와 굴종의 필연적산물“이라는 ‘정세론해설’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의 외교안보당국자들이 미국과 대북현안 타개방안을 협의한 외교적 노력을 두고 “상전의 눈치를 보면서 오금저리게 살아가는 가련한 처지”라고 폄하 하면서 “사대와 굴종에 쩌들대로 쩌든자들만이 벌려 놓을 수 있는 망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국정부의 “동족보다 외세를 중시하는 반민족적인 자세와 입장”이 “남북관계를 파국에로 몰아가는 근본원인”이라고 일갈하면서 “벼랑끝에 몰린 현 남북관계는 한국의 고질적인 사대와 굴종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억지주장을 펼쳤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반공화국압살책동을 추종하는 ‘사대굴종정책’을 지속하는한 “남북사이에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못박고 “동족을 배반하고 사대와 굴종의 길로 줄달음치는 배반자, 역적무리에게는 비참한 종말밖에 차례질 것이 없다”며 한국정부에 대한 적개심과 멸적의지를 공공연히 들어내 놓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한국의 대미(對美) 외교활동을 ‘외세공조와 민족공조’라는 이분법적 기준에 따라 자의적으로 구분하고 자신들의 대외정책 목적에 맞지 않을 경우, ‘사대굴종 또는 민족 배신활동’으로 낙인찍는 일을 사명처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언론은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철저한 통제아래 놓여 있으며, 조선노동당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기사를 게재할 수 없습니다. 한국과 관련된 기사는 ‘북한이 한국을 미제국주의 식민지 억압통치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조선노동당의 ‘당면목적’ 실현에 부합하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만 합니다. 이런 기사 작성 원칙으로 인해 한국 정부의 대미외교활동은 기본적으로 ‘대미종속성’을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작문(作文)해야 합니다. 이번 기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바쳤다”는 비난이나 “미국이 전쟁놀이를 하라고 하면 전쟁놀이를 하고 첨단무기를 사가라고 하면 허둥지둥 천문학적 혈세를 섬겨바쳤다”는 주장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내용들입니다. 북한의 한국의 외교활동에 대한 부당한 위협과 끝없는 비난선전은 한국에서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는 조선노동당의 ‘당면목적’이 변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입니다.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주장을 용인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중석: 현재의 남북관계 총파탄은 불과 20여일 전 김여정의 대남(對南) 비난담화로 시작되어 6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흔적 없이 파괴함으로써 기정사실화됐으며, 전 세계가 북한의 평화파괴도발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사는 남북관계 총파탄책임을 한국에 돌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낮뜨거운 책임전가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적반하장의 ‘좋은 예’가 따로 없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냉전시대의 ‘대적관계’로 되돌리면서 내세운 ‘최초 이유’는 “대북전단살포행위와 전단 내용이 ‘최고 존엄’의 위상에 상처를 내고 ‘핵문제’를 걸고넘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이유’가 너무나 ‘황당’하고 설득력이 빈약하다는 세계언론의 비판이 빗발치자 그 원인을 ‘한미 동맹과 공조’에서 찾아 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는 물론 주민들조차 반대하는 ‘핵무기 만들기’에 올인해 오면서 북한핵이 서울과 워싱턴, 동경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인 긴장조성을 통해 재확인까지 해주었습니다. 이번 남북관계 파탄국면에서도, 핵무력의 격동상태 유지와 서울 불바다, 지구상에서의 미국 소멸을 위협했습니다. 이런 온당치 못한 북한의 세계평화와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무모한 행위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었으며 유엔회원국들은 누구나 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규범을 지켜야하는 의무를 지게됐습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의무와 역할을 다해야하는 선도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대북제재규칙을 준수하면서도 안정적인 남북관계 유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변국들의 의혹을 사면서까지 대북지원활동을 펼치는 노력을 다했습니다. 북한이 한국에 남북관계 파탄책임을 돌리는 행위는 파렴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이번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남북관계 단절과 파탄의 동기를 ‘한국정부의 친미사대와 굴종’ 때문이라고 선전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가장 큰 속내는 ①한미동맹 와해에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첨단무기를 사들인 것과 한미공동훈련을 “혈세 섬겨바치기, 전쟁놀이”이라고 비난한 대목에서 그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②‘한미실무그룹’의 무력화입니다. ‘한미실무그룹’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한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와 핵무력 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③한국이 대북제재의 돌파구를 열어제끼라는 것입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말고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④한국의 대외할동 기조를 대미(對美) 외세공조에서 탈피하여 북한의 “민족공조”에 맞추라는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이런 막무가내(莫無可奈)식 ‘억지 부리기’는 구상유취(口尙乳臭)한 비성숙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중석: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근본적인 장애물은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책동’과 ‘핵전쟁 불사위협’입니다. 이번 기사는 이런 사실을 숨기고 남북관계를 저해하는 근본 원인을 ‘한국의 대미(對美) 종속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의 이런 ‘왜곡된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주민들에게 한국이 미국의 폭압적인 식민지 통치아래에 있으며 오랜 세월 미국의 착취와 수탈로 인해 한국인들이 인간이하의 ‘저질 세상’에서 마지 못해 살고 있는 양 선전해왔습니다. 한국이 세계 12위라는 경제부국의 대열에 들어선 이후에도 북한의 대(對) 주민 선전기조는 그대로 존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날로 높아지면서 북한 주민들중에 왜곡과 조작으로 점철된 북한 불량정권의 ‘한국 깍아내리기’ 선전내용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고 전해집니다. 이번 기사의 선전내용에 설복돼 의식화될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