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6월 27일자 1면에 수록된 “백절불굴의 혁명정신은 새 승리를 향한 총진군의 위력한 무기이다”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우리는 오늘 백두밀림에서 창조되고 성스러운 조선혁명 역사에 억세게 계승되어온 백절불굴의 혁명정신,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투쟁기풍으로 오늘의 격난을 주동적으로 타개하고 올해의 정책적 과업들을 무조건 완수하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전 주민들에게 “항일빨치산들의 전통과 정신을 빛나게 계승해 나가는 혁명은 필승불패”라며, “백두의 혁명정신의 철저한 체현자, 구현자”가 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항일빨치산의 혁명전통’ 계승과 정신무장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항일빨치산의 ‘혁명전통’이 현재 북한의 정치사회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정신’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항일빨치산들의 혁명전통을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항일투사들은 오직 위대한 수령만을 굳게 믿고 따르며 사선의 고비도 웃으며 헤쳐나갔다”는 것입니다. 둘째 “항일유격대원들은 사령부의 노선과 어긋나는 잡소리들을 단호히 쳐갈기고, 수령의 권위를 헐뜯는 자들에 대하여서는 그가 누구이건 비수가 되어 무자비하게 징벌”했으며, 셋째 “항일혁명열사들은 사령관동지가 주신 임무는 어떤 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반드시 집행해야 한다는 관점, 명령을 수행하기 전에는 죽을 권리가 없다는 투철한 입장을 지니고 목숨바쳐 결사관철”했다는 것입니다. 항일투사들의 ‘수령을 받드는 자세와 입장을 그대로 본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와다 하루끼(和田春樹)에 의하면, 북한은 이러한 혁명전통을 1960년대에 북한 사회주의국가체제로 체현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일성은 권력을 독점한 이후 본인을 ‘최고사령관’으로 하고, 전체 주민을 ‘유격대원’으로 하는 ‘유격대국가’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신화화된 ‘최고사령관’ 한 사람의 사상과 의지로 75년 동안 적체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짓선전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혁명전통교양이 나라와 민족의 운명과 장래를 결정하는 사활적 문제”라며, 대중들이 혁명전통교양을 산 체험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박력있게 추진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의 ‘혁명전통교양’ 강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혁명전통이란 ‘일제시기 항일빨치산들이 ‘수령’의 영도아래 전개한 투쟁유산”으로, 신화적 차원에서 날조한 ‘김일성 개인의 항일투쟁역사’입니다. ‘세기와 더불어’라는 김일성 회고록으로 집대성되었습니다. 1960년대 북한 통치집단이 혁명전통 날조를 시작한 것은 김일성의 개인숭배를 강화하고, 수령절대주의를 확립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혁명전통은 1970년대에 들어와 김일성의 권력세습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날조된 김일성의 항일투쟁이 ‘혁명전통’으로 바뀌어 정당화되었던 것입니다. 혁명전통은 하나의 인간에 불과한 김일성을 신적 영웅으로 만들었으며, 혁명전통의 계승을 앞세워 후계세습까지 정당화했습니다. 혁명전통은 김정은의 3대세습을 합리화하는 이념적 도구역할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씨 일가’ 세습독재체제로는 북한체제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징후들이 정치, 경제, 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령 절대성, 신화성, 비민주성, 극단적 인치성을 특징으로 하는 혁명전통의 대(對) 주민 교양강화는 오히려 북한 세습독제체제를 단명으로 이끌것입니다. 북한의 주역이 된 새 세대들이 날조된 혁명전통 교양내용을 순수하게 받아들일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북한의 혁명전통내용은 탈냉전 이후 활발하게 전개된 학술연구를 통해 대부분 날조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통치집단이 주민들에 대한 혁명전통교양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은 지난 1월 조선노동당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기존 ‘5대교양’의 일부를 변경했습니다. 위대성교양과 신념교양을 삭제하고, 대신 혁명전통교양과 충실성교양을 새로 넣었습니다. 새로 바뀐 5대교양은 ①혁명전통교양 ②충실성교양 ③애국주의교양 ④반제계급교양 ⑤도덕교양으로 구성됐습니다. 위대성교양이 혁명전통교양으로 되고, 신념교양이 충실성교양으로 변경된 것입니다. 혁명전통교양의 목적이 수령우상숭배와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데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의 혁명전통교양 강화조치는 김정은 정권의 흔들리는 정체성문제와 경제난에 따른 주민불만을 잠재우고 당간부들에 대한 내부 기강잡기와 사상적 단결을 도모하려는 하려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전화의 군자리정신, 연길폭탄정신, 천리마정신, 강계정신, 백두의 혁명정신, 자력갱생, 간고분투와 같은 철지난 과거 담론과 실천이념들을 앞세워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시대적 이념창출 실패책임을 무마해보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전체인민이 사상정신적 풍모와 투쟁기풍에서 항일혁명선열들의 높이에 이르도록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일성 개인의 항일투쟁일대기에 불과한 혁명전통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항일투쟁을 전개했던 수십만명의 항일독립투사들중 김일성을 포함한 빨치산파는 투쟁규모, 투쟁내용, 투쟁성과에서 내세울 만한 혁혁한 공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이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보천보전투는 전투가 아니라 ‘습격’에 불과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조작되고 신화화된 혁명전통을 무조건 따라 배우려 하기 보다는, 북한 당국이 강제 주입시키고 있는 혁명전통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