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10월 당 창건 기념일을 ‘김정은을 빛내는 날’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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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6월 24일자 2면에 수록된 “10월의 경축광장을 향하여!”라는 ‘정론’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오는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75돌과 관련해 “인민의 마음속에 10월의 경축광장은 경애하는 원수님의 자애로운 영상으로 안겨온다”며 김정은이 당 창건일의 ‘최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10월 10일은 “위대한 어머니의 생일”이며, “당의 품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크고 따사로운 어머니의 품”이고, “이 세상에 죽어서도 영생하는 삶을 주는 어머니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조선노동당 뿐”이라며 조선노동당을 ‘모성’이 가득한 당으로 비유했습니다. 당원들은 “이제 몇 달 밖에 남지 않은 어머니 당의 75돌 생일을 위하여 오늘의 ‘총돌격전’에 앞장서서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전구에서 기적창조의 불길을 세차게 일으며 나가야 한다”며 이들의 선봉대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오늘의 하루 하루를 빛나게 장식하여 10월의 경축광장에 자랑찬 보답의 열매를 안고 들어서자”며 생산성과를 독촉했습니다.

오중석: 일반적으로 정당은 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이번 정론기사는 조선노동당이 북한 주민을 위한 당이 아니라 ‘김정은을 빛내는 당’이라는 논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선노동당이 김정은의 개인적인 ‘사당(私黨)’으로 전락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인 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정론기사는 조선노동당이 김정은 개인 우상화와 정치적 위상을 조작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문장 몇 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경애하는 원수님에 대한 그리움이 10월의 경축광장과 더불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둘째 “세계가 보란듯이 노도치는 일심단결의 대오, 환하신 미소속에 손저어 답례하시는 조선노동당 위원장 동지!”, 셋째 “10월의 경축광장은 위대한 영도자를 대를 이어 높이 모시고 생기와 활력에 넘쳐 눈부신 미래로 전진하는 우리 인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위대한 화폭이 될 것이다” 등 입니다. 이렇듯 이번 정론기사는 조선노동당이 북한 주민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고 싸우는 정당이라기 보다는 김정은 개인의 ‘영달’을 최우선시하는 당이라는 사실을 가감없이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북한 주민들의 슬픔과 고통을 감싸주는 ‘어머니당’이라는 주장은 조선노동당의 비정상적인 역할을 숨기기 위한 감언이설(甘言利說)이자 ‘속임수’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김일성을 우상화 하면서 그를 북한 주민의 ‘어버이’로, 조선노동당을 ‘어머니’로 묘사했습니다. 북한은 최고 통치자와 조선노동당을 각각 ‘어버이’와 ‘어머니’로 비유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론 기사는 조선노동당과 김정은을 동시에 ‘어머니’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정론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선노동당을 ‘어머니’, 조선노동당의 품을 ‘어머니의 품’으로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의 품이야 말로 이세상의 모든 것을 다 준대도 바꿀 수 없는 운명의 전부이며 죽어서도 영원히 안겨살 위대한 어머니의 품”이라고 하여 김정은의 품을 ‘위대한 어머니의 품’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다만 김정은을 조선노동당과 차별하여 ‘위대한’이라는 형용사 하나를 앞에 붙이고 있습니다. 어버이는 없고 어머니가 둘인 셈입니다. 이번 정론 기사가 김정은의 ‘어머니상’ 부각에 나선 것은 지난 8년간의 통치행태에서 나타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하나의 술책입니다. 숙청과 테러, 무력도발로 얼룩진 ‘정치이력’을 세탁하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김정은을 주민들에게 “사랑과 헌신의 대명사”인양 각인시킴으로써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시키는 한편 ‘충실성제고’를 위한 ‘대내 동력 찾기’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6월 4일부터 23일까지 북한 전주민들을 ‘대남보복행동을 결의하고 위협하는 군중집회’로 내몰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6월 24일부터 대남위협을 로우 키(low key)로 낮추고, 대내(對內) 당면과제 해결을 위한 ‘주민노력동원’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급격하게 국면전환을 시도한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아무도 예상치 못한 북한의 갑작스런 ‘한국 때리기’는 처음부터 그 당위성을 찾아 볼 수 없는 어이 없는 짓이었습니다. 어느 정권이나 대내정치 또는 정책이 실패해 코너에 몰리게 될 경우, 그 실패 원인을 외부로 돌려 정치적 안정을 희구하는 책략은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희생양 찾기’도 때와 대상, 사안에서 어느 정도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번 북한의 ‘한국 때리기’는 무모한 기도였습니다. 북한 정권은 대내 정책실패를 외부로 전가하기 위한 책임회피형 ‘한국 때리기’가 더 이상 북한 주민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도를 넘는 북한의 대남위협이 한국 국민들의 분노로 이어지고 한국정부의 대북유화기조가 강경기조로 전환되자 기대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을 것입니다. 이에 더해 미국의 전략자산이 신속하게 한반도를 향해 집결하는 군사적 압박조치가 이루어지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전면적인 국면전환에 시급히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기사는 ‘한국 때리기’에 총동원됐던 북한 주민들을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다시 ‘10월 경축광장’ 준비를 위한 노력동원에 내몰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의 이런 ‘선전선동 앞잡이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당과 정권기관들의 끊임없는 정치적 행사에 일년 내내 동원되고있습니다. 주민동원은 자발적 동원이 아닌 강제동원입니다. 조선노동당의 당기에는 노동자를 상징하는 망치와 농민을 상징하는 낫, 그리고 지식인을 상징하는 붓이 그려져 있습니다. 10월 경축행사의 주인공은 김정은이 아니라 노동자, 농민, 지식인 입니다. 주민들은 희생과 고통만 강요하는 노동신문의 ‘보도행태’를 언젠가는 하게 될 ‘주민결산’ 대상 목록에 잊지 않고 새겨 넣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