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7월 8일자 2면에 수록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숭고한 이민위천의 이념을 빛나는 현실로 꽃피워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일성은 “영생불멸의 추체사상을 창시함으로써 수천년세월 극소수 지배계급, 착취계급에 의해 억압받고 천대받던 근로인민대중의 운명에 근본적 전환이 일어나게 되었다”며 그를 찬양했습니다. 주체사상은 “인민을 하늘처럼 여기는 인민숭배의 사상이며, 숭고한 인민사상의 철학”이고, 모든 문제를 인민대중의 창조적 힘과 지혜에 의거하여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밝힌 위대한 혁명사상”이라고 조작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은 “우리 인민의 존엄과 운명을 굳건히 지켜주고 행복한 생활을 꿏피워주는 위대한 수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일성을 “사회주의조선의 시조”라고 선전하면서, 전체 주민들이 그에게 “영생축원의 인사를 드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일성 개인우상화가 갈수록 도를 넘고 있는 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북한 인민들이 김일성을 혁명의 진두에 모셨기에, 식민지 망국노의 비참한 처지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인민으로 존엄을 떨치게 되었으며,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제도하에서 정치생활의 참다운 주인, 경제생활과 문화생활의 향유자로 값높은 삶을 누려올 수 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김일성은 참다운 인민의 낙원을 건설하기 위해 온갖 노고와 심혈을 다 바치었으며, 세계지도에서 빛을 잃었던 조국을 자주, 자립, 자위의 사회주의국가로 일떠세웠다”고 추켜세웠습니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로부터 ‘조선반도’의 해방은 2차대전 연합국이 일본과 싸워 항복을 받아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김일성은 6.25전쟁을 일으킨 전범인데다, 전후 북한 사회주의발전문제를 놓고 ‘인민경제발전’을 중시했던 연안파, 소련파를 숙청하고 제2의 6.25전쟁 도발을 위해 군수공업중심의 중공업발전노선을 강압적으로 채택함으로써 북한의 인민경제를 지금과 같은 치유불능의 불구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김일성이 북한을 인민의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했다거나 이민위천의 통치를 했다는 주장은 수십년 동안 인민수탈과 피로 얼룩진 그의 ‘흑역사’를 덮기 위한 ‘선전술책’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주체사상을 “인민숭배 사상”으로 북한 사회주의를 “인민대중중심 사회주의”로 선전했습니다. 실제와는 정반대로 주장하고 있는 데요. 북한 통치집단의 주체사상과 사회주의에 대한 대(對) 주민 ‘세뇌선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주체사상이 ‘인민숭배사상’이고 북한 사회주의가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사실은 북한의 역사와 현실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주체사상을 인민을 숭배하는 사상으로 활용하고 발전시켰다면 주체사상 창시자인 황장엽 노동당비서가 한국으로 망명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북한 사회주의’가 인민을 하늘처럼 섬겨왔다면, 인민의 자유와 인권이 세계 최악의 수준인 나라로 평가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수십년 동안 똑 같은 거짓말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김일성의 개인우상화 선전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독재자들은 거짓말은 죄가 아니라고 합니다. “거짓말도 계속 되풀이하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나중에는 의심하지만, 결국은 믿게된다”는 것이 이들의 ‘거짓말 철학’입니다. 노동신문은 김씨 일가 세습독재를 위한 ‘우민화 선전책동’을 당장 그만 두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김일성의 북한 사회주의건설에 대한 평가는 숙청의 연속과 세습독재 구축과정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이번 사설이 이런 객관적 사실을 뒤로 하고 김일성을 찬양일변도로 선전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소련군정하에서 수립된 북한 정권은 김일성의 빨치산파 외에 김두봉의 연안파, 허가이의 소련파, 박헌영의 국내파 등이 참여하여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오늘날의 선전과는 달리 김일성 혼자 북한 정권을 수립한 것이 아닙니다. 김일성이 ‘숙청의 독재자’로 낙인찍인 것은 해방 직후엔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한다며 지주, 종교인, 유산자들을 무참하게 살육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도 6.25전쟁이 패전으로 끝나게 되자 박헌영을 미제의 스파이로 몰아 남로당계를 숙청했습니다. 전후 복구후에는 김일성의 중공업우선정책에 반기를 든 소련파와 연안파를 숙청했습니다.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 시기에는 이를 반대하는 갑산파를 숙청하였으며, 김정일 후계세습 과정에서는 걸림돌이 될만한 인물들을 부정부패, 반동관료배라는 누명을 씌워 정치범수용소로 보냈습니다. 이번 사설이 김일성을 ‘애민정치’의 ‘최고 표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은 김일성의 과거 정적 숙청과 김씨 일가 독재정치의 본색이 드러나는 것을 차단하고, 김정은이 김일성의 ‘애민정치’를 유훈으로 받들어 통치하고 있는 냥 포장함으로써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이민위천으로 빛나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고귀한 혁명생애와 업적은 김정은 동지의 위민헌신의 영도에 의하여 끝없이 빛을 뿌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선전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일성이 ‘이민위천(以民爲天)’을 좌우명으로 삼았다거나 김정은이 ‘위민헌신(爲民獻身)’의 영도를 하고 있다는 선전은 그야말로 ‘선전’에 불과합니다. 선전은 ‘허위, 과장, 기만을 반복하여 대상을 속이는 술책’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선전’을 통하여 북한 주민들을 설득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사실과 진실에 입각하여 주민들을 설득하고 자발적 동의를 얻어 통치의 정당성을 확립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선전선동부를 없애는 과감한 정치개혁에 나서야 하며, 주권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독재세습정치를 멈춰야 합니다. 거짓이 본질인 선전과 선동만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할 것입니다. 자유와 인권이 없는 이민위천과 위민헌신은 기본적으로 성립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