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7월 12일자 1면에 수록된 “당정책의 생활력이 인민생활에서 나타나게 하여야 한다”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오늘 우리 당은 사업의 주되는 힘을 인민생활향상에 돌리고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당의 사상관철전, 정책옹위전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일군들은 비상한 각오와 결사의지로 당정책을 무조건 관철하여 인민생활안정에서 뚜렷한 성과와 전진을 이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3대 시책’으로 무(無)세금제도, 보건제도, 교육제도를 거론하며 조선노동당만이 펼칠수 있는 ‘인민사랑의 숭고한 화폭’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당 정책이 인민생활향상으로 이어져야 인민대중의 절대적 지지와 신뢰를 받아 당의 향도적 역량을 강화발전시킬 수 있고, 인민들이 당의 품에 안기게 되며,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전진시켜 나갈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민생활이 높아질수록 당 존립의 초석은 백방으로 다져지고 당의 존엄과 위용은 더욱 빛을 뿌릴것이라며 일군들의 당정책관철활동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당활동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정권이 그동안 자랑스럽게 선전해온 세금제도 완전철폐, 무상 보건제도 및 교육제도를 언급하여 ‘주민 환심사기’ 논조를 동시에 펼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조선노동당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금제도를 완전 철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민적인 보건제도와 교육제도를 일관하게 견지하는 인민적 시책을 확대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인민생활향상을 당 활동의 최고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조선노동당만이 할수 있다며 당을 찬양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세금제도를 철폐한 것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유재산 불법화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사유재산제도 철폐로 주민들은 나라로 부터 정당한 대가도 없이 일평생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노예신세’로 전락하게 된것입니다. 보건과 교육제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북한의 보건제도는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열악하며, 의료서비스의 질은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입니다. 무상교육을 대표적인 친인민적 시책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북한의 교육에는 주민들의 자아실현과 개인의 발전에 필요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김씨 가문 우상화와 이미 사망선고된 ‘주체의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에 관한 교육이 전부입니다. 인간 본성과 천부인권적 기본권, 자유와 권리, 책임에 관한 자유시민교육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더 이상 혹세무민하는 논설집필을 그만 두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6.7)와 제14차 정치국확대회의(7.2)에서 강조한 “인민생활향상”을 주제로 다루면서도 실제 내용에서는 당의 위상강화와 정권안정을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설이 이와 같이 이율배반적이고 양립불가능한 논조를 펼치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인민생활향상은 우리 당활동의 최고원칙”이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일군은 인민생활향상에서 뚜렷한 성과와 전진을 이룩해야 한다”며 당적 차원의 성과를 독려했습니다. 현재 당의 정책 목표가 “인민생활 향상”에 있으며, 당의 모든 정책과 자원을 인민을 위해 총동원할 듯한 의지를 표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본문 여기 저기에서 당이 인민생활향상에 나서는 이유가 ‘인민생활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과 세습독재정권의 안정’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당이 “인민생활 향상에 나설 때 인민들은 당의 품에 더 깊이 안겨들게 되며 운명도 미래도 전적으로 의탁하게 된다”고 하여, 인민생활 향상의 최종 목적이 주민의 당에 대한 ‘예속화, 신민화’에 있다는 사실을 거침없이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또한 인민생활이 높아질수록 “당 존립의 초석은 백방으로 다져지고 당의 존엄과 위용은 더욱 빛을 뿌릴 것”이라며 당의 위상강화가 더 본질적인 사안이라점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정책의 생활력이 인민생활에서 나타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사회주의강국건설위업을 줄기차게 전진시켜나가기 위한 요구”라고 하여, 세습독재 정권의 지속과 안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더 이상 주민들을 혹세무민하는 논설집필활동을 그만 두어야 할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최근 당 정치국회의와 관영매체를 동원하여, 인민생활 안정과 향상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김정은 정권은 출범 직후인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기념식에서 “다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17년 11월 핵무력완성을 선언한 이후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됐으니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장미빛 환상을 주민들에게 심어심어왔습니다. 그러나 2019년 핵보유를 위한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을 선포하면서 ‘허리띠 부재’ 선언은 거짓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핵보유 고집은 주민들의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게 했으며, 30여년 가까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내몰린 주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다다르게 됐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 사회저변에는 ‘핵이 밥 먹여 주느냐’며 무모한 핵보유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불만폭발이 정권붕괴의 도화선으로 될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사회주의강국건설의 동력은 외부의 지원이나 억대의 자금이 아니라 인민의 무궁무진한 사상 정신적 힘”이라고 강조해, “인민생활향상 주장”이 주민노력착취용 ‘선전구호’가 아니냐는 의심을 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선전공작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인민생활 향상문제가 우리 식 사회주의의 극단적인 폐쇄경제와 국제사회의 장기적인 대북제재로 인해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이 경제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당의 선전이 얼마나 허구에 찬 주장인지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사상과 정신의 힘만으로 몰락한 경제를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더 이상 북한 주민들에게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