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회주의건설 승리를 위한 ‘집단주의위력’ 발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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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7월 18일자 2면에 수록된 “집단주의위력을 높이 발휘하여야 사회주의가 활력있게 전진한다”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집단주의위력을 높이 발휘해 나가는 것은 사회주의건설의 본성적 요구”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전 역사에 새겨진 모든 승리와 영광은 “집단주의 위력이 안아온 것”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집단주의 정신과 투쟁기풍은 “전후(戰後) 재건과 1970년대 전성기”를 이뤄냈으며, “고난의 강행군을 이겨내고, 강국의 터전을 마련하는 역사의 기적을 창조”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 근로자들은 “자력갱생 구현, 전인민적인 대중운동 전개, 사회주의건설의 새 승리”를 위해, “집단주의 위력을 발휘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국가적 난제’들이 ‘집단주의 위력’ 하나로 모두 해결될 수 있는 양, ‘집단주의 만능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문제해결의 ‘열쇠’를 잘못 찾고 있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집단주의로 단결한 인민에게는 “이 세상 점령 못할 요새, 극복 못할 난관이 없다”고 선동했습니다. 집단주의는 “앞선 단위의 성과와 경험을 널리 일반화해나갈 수 있는 강력한 활력소”이 므로 “사회주의경쟁 열풍을 남김없이 발양시킬 뿐아니라, 당의 구상과 의도대로 국가의 전진발전을 추동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 이익의 말살을 전제로한 북한의 집단주의는 북한 주민들의 ‘사회적 나태’와 사회주의 혁명 및 건설에서 희망을 상실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번 논설은 북한의 집단주의가 창조한 ‘역사적인 기적’의 사례로 ‘천리마운동’시기와 1970년대의 경제성과, 1990년대 ‘고난의 행군 극복’을 내세우고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이런 사례들은 북한을 ‘집단주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든 ‘독배’로 작용했습니다.

오중석: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로 대변되는 북한의 집단주의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으며, 주민들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도태된 이념입니다. 북한의 ‘기형적인 집단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원래 집단주의는 원시시대 개인이 혼자서 살아나가기 어려운 환경과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필요성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그 중심가치를 집단주의보다 개인주의에 놓고 있습니다. 북한의 집단주의가 기형적이며 파탄났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공동노력과 평등분배’라는 집단주의 기본원칙이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모두 붕괴되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으로는 ‘혁명적 수령관’으로 인해 김씨 일가의 혈통승계가 계속됨으로써 ‘정치권력의 평등분배’는 사라진지 오래됐습니다. 백두혈통과 빨치산 후손이 아니면 영도계급 또는 지도계급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국가배급제’가 무너짐으로써 주민의 80%가 장마당 경제를 통해 개인의 노력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전주민 성분제’운용으로 토대와 출신성분에 따른 차별이 고착화되어 있습니다. ‘최악의 불평등’사회로 전락한 것입니다. 북한의 집단주의는 그 본성을 잃었기 때문에 폐기되어야 마땅합니다.

오중석: 북한의 집단주의는 1950년대 말, ‘천리마운동’과 함께 시작되어 60여 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주민 개개인에게 그 어떤 혜택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은 집단주의를 혁명적 수령관과 정치적 생명체론으로 연결시켜 수령 혈통세습과 독제세습을 위한 사상통제기제로 악용해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개인적 자유와 권리, 이익을 억압하고 독재정치를 합리화하는 의식화 수단로 활용해온 것입니다. 그러나 주민 개개인이 식의주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거의 한 세대 이상 지속되면서 집단주의는 주민들의 생활유지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올해 1월 8차 당대회 이후 사상교양, 당보와 노작학습, 생활총화와 같은 집단주의 활동 강요는 주민들의 불만과 불평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기에 발생한 장마당은 공설시장으로 변모했고, 개인적 상업과 중소규모의 사업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여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단주의 대안으로 개인주의를 공식화 할 경우 북한체제가 하루 아침에 붕괴 할 수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따라서 이번 논설의 집단주의 선전 및 고집은 사실과의 부조화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주의 이념과 현실의 심각한 괴리를 차단해 체제안정을 도모해 보려는 궁여지책의 하나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개인 이기주의와 보신주의, 패배주의의 사상 관점과 일본새”를뿌리뽑기 위해서는 “집단주의 위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선전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당원과 일군, 근로자들이 개인 이기주의와 보신주의, 패배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국가와 당, 혁명을 위해 충성을 다해 봤자, 그에 합당한 대가와 평등한 배려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행군기에 고지식하게 국가와 당, 혁명을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가족과 일가 친지들로 부터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풍조가 만였했습니다. 집단주의가 제대로 작동할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조선노동당과 통치집단입니다. 노동신문이 이런 사실을 외면하면서 이미 빛이 바랜 집단주의를 ‘북한 사회주의혁명과 건설, 체제위기 극복’ 논리로 제아무리 선전한다 하여도 주민들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사작성: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