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7월 15일자 2면에 수록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은 사회주의건설의 전략적 노선”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3대혁명노선에 대하여 깊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3대혁명에 대한 해설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상혁명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남아 있는 낡은 사상을 뿌리빼고 자주적인 사상의식, 사회주의사상으로 무장시키며 혁명과 건설에서 인민대중의 혁명적 열의와 창발성, 정신력을 높이 발양시키기 위한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술혁명은 “생산력을 발전시켜 인민들의 물질적 복리를 증진시키고 노동의 본질적 차이를 없애고 근로자들을 힘든 노동에서 해방하기 이한 사업”이라고 적었습니다. 문화혁명은 “사람들의 낡은 문화의 구속에서 해방하고 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회주의문화를 창조하여 모든 사람들이 사회주의적인 문화생활을 누리도록하는 사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사상혁명을 앞세우면서 기술과 문화혁명을 같이 밀고나가야 인간개조, 자연개조, 사회개조사업을 힘있게 다그쳐 사상적 요새와 물질적 요새를 성과적으로 점령하고 사회주의사회의 본성적 요구를 전면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며 사상혁명의 선차성을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1970년 11월 조선노동당 제5차 당대회에서 ‘사상혁명, 기술혁명, 문화혁명’을 ‘3대혁명’으로 명명하고, 이 ‘3대혁명’을 ‘사회주의건설총노선’으로 공식채택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도 이점을 강조하고 있는 데요.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독창적으로 밝히시고 구현해온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노선은 어제도 오늘도 래일도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는 백승의 기치이며 사회주의건설에서 우리 당이 틀어쥐고 나가야할 총노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3대혁명’은 “사회주의 건설의 전기간 수행해야할 계속혁명의 과업이며 인민대주의 자주성을 실하기 위한 가장 높은 단계의 투쟁”이라며 중대시했습니다. 이어서 ‘3대혁명’을 통해 “온 사회의 사상적 일색화와 통일단결이 높은 수준에서 실현되고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위력이 백배, 천배로 다져지며 경제 문화 건설에서도 커다란 성과들이 이룩되게 된다”며 주민들에게 3대혁명 수행에 적극 나설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3대혁명투쟁은 지난 50년간 북한 사회주의건설의 총노선으로 줄기차게 추진되어 왔지만 사회주의 높은 단계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사상적 요새’와 ‘물질적 요새’를 점령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지난 50년간의 사회주의건설활동의 실패를 시인하고 ‘3대혁명노선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3대혁명의 수행기간을 사회주의건설 전기간으로 잡고 있으며, ‘가장 높은 단계의 투쟁’으로 미화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3대혁명을 지속해야만 온 사회의 사상적 일색화와 더 큰 성과를 이룩할 수 있다고 주민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선전과는 달리, 3대혁명은 김일성 유일 독재정권이 장구한 사회주의건설 기간 내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활용됐습니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독재권력에 참여한 후에는 후계체제 구축과 권력승계를 정당화 하는 수단으로 악용됐습니다. 김정일은 후계시절 ‘3대혁명소조운동’(1973.2)을 주도했습니다. 소조원들을 구성해 전 국가기관, 기업소, 농장, 심지어 군에 까지 소조원들을 파견하여 기존 관리, 책임자들의 사상과 사업정형을 비판적으로 관여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확대했습니다. 더 나아가 김정일은 자신에 대한 충성을 경쟁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1975.11)을 전개해 전국적인 노력열풍을 일으켰습니다. 모든 직장에는 2중, 3중 3대혁명붉은기쟁취를 독려하는 투쟁구호를 걸어, 북한 주민들의 사상과 영혼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삶까지 김일성 부자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고난의 행군기에 접어든 1995년부터 2006년까지 10여 년 동안 3대혁명소조운동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은 3대혁명소조운동과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부쩍 강화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3대혁명을 강화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3대혁명소조원은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과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3대혁명 중에서도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혁명은 사상혁명입니다. 사상혁명은 북한 주민들을 ‘북한 식 사회주의형 인간’으로 개조하는 혁명입니다. 북한 주민들을 인간고유의 본성과는 관계없이 주체사상과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세뇌시켜 정상적인 사변이성을 마비시키고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에게 절대적인 복종과 충성을 다하는 결사옹위세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에게 이러한 사상적 테러를 선제적으로 감행하고 있는 이유는 김정은 정권의 권력정당성이 현저하게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권력승계이후 김정은 정권의 최대 과제인 경제회생 또한 물건너 간 상태입니다. 자력갱생경제로 기술혁명은 불가능하며, 기술혁명이 뒤따르지 못할 경우, 노동자와 농민의 차이해소, 노동으로부터 해방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질적 요새 점령없이 사회주의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은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위해 3대혁명에 대한 깊은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변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터무니 없는 노동신문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일 시대 3대혁명소조원들은 당의 전권을 위임받아 중앙과 지방 곳곳에 파견되어 현장지도권을 장악함으로써 김정일의 권력승계와 권력기반 공고화 작업에 어느정도 성과를 냈지만, 현실성 없는 지적과 비판, 경험과 경륜 부족에서 비롯된 독단적인 무소 불위의 불법적 권한행사로 많은 부작용을 일으겼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들의 과거행태를 잘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지난 50년간의 경험으로 인해 이들이 앞세우고 있는 ‘사상우선’과 ‘사상결정론’이 오늘날 북한이 실패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더 이상 노동신문의 ‘3대혁명 중요성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