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승세대’의 투쟁정신과 수령결사옹위정신 계승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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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7월 27일자 2면에 수록된 “전승세대의 영웅적 투쟁정신으로 우리 식 사회주의의 진군활로를 힘차게 열어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전체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이 ‘전승절’을 맞아, “제국주의연합세력을 물리치는 혁명전쟁을 승리로 이끄시었으며, 전승의 대를 이어 빛내어준 수령 김일성동지와 영도자 김정일동지에게 최대의 경의와 영광을 드리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조국해방전쟁의 빛나는 승리는 “김일성의 탁월한 군사사상과 주체전법, 영활한 전략전술의 승리”이며, 세계는 ‘조국해방전쟁’에서의 승리를 통해 “정의와 평화의 위대한 수호자, 백전백승의 위인상”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북한에는 “조국해방전쟁시기나 다를 바 없는 날과 달이 흐르고 있다”며, “수령이 준 명령을 목숨바쳐 끝까지 관철한 전승세대의 투쟁정신을 본받아 김정은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가는 참된 혁명전사”가 되고, “삶의 순간순간을 수령결사옹위로 수놓아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이 ‘6.25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7월 27일은 ‘정전협정체결일’ 입니다.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므로 ‘승리’라는 용어를 붙일수 없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 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6.25전쟁의 기승전결과 관련하여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먼저 김일성이 “제국주의연합세력을 물리치는 혁명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요. 625전쟁은 ‘제국주의연합세력’이 일으킨 전쟁이 아니라 김일성이 스탈린과 모택동의 승인을 받아 1950년 6월 25일 새벽을 기해 ‘선전포고’도 없이 기습남침함으로써 벌어진 전쟁입니다. 당시 유엔은 김일성이 저지른 무력통일전쟁을 저지하기 위해 참전을 결의하고 연합군을 신속하게 구성하여 전쟁에 참여했던 것입니다. 다음은 “김일성의 탁월한 군사사상과 주체전법, 영활한 전략전술로 조국해방전쟁이 빛나는 승리”를 거둔 것으로 선전하고 있는 데요. 이 또한 거짓말입니다. 유엔군의 참전으로 압록강까지 밀렸던 김일성은 소련과 중국의 지원으로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1950년 10월 19일 중국 인민해방군 30만명이 전쟁에 참여한 이후 북한군의 주력은 중국 인민해방군이었으며 작전권도 팽덕회에게 있었습니다. 김일성은 1950년 12월 21일 ‘별오리회의’에서 ‘전쟁패배’를 자인했었습니다. 또한 김일성은 박헌영을 전쟁실패 책임을 물어 처형까지 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주민들에게 6.25전쟁과 전후복구 주역들의 ‘50년대 조국수호정신과 수령결사옹위정신’을 계승하여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젊은 수령’에 대한 ‘목숨 건 충성’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현재의 북한 어려움이 6.25전쟁 당시의 어려움에 못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비핵화 약속을 어기고 있는데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와 코로나 전염병사태, 국경폐쇄 장기화로 북한 경제는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현재의 어려움을 주민들에게 호소하기에 앞서 6.25전쟁 당시와 맞먹는 어려움이 어떤 이유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핵무기 고도화’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족의 경제’인 사회주의경제를 끝까지 고집하고 자력갱생노선에 따라 주민노동력을 국가차원에서 착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6.25전쟁 당시나 지금이나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은 수령의 잘못된 전쟁정책과 비인도적인 대량살상무기 확장 때문입니다. 불의한 목적을 위해 주민들에게 ‘목숨 건 희생이나 충성’을 요구하는 것은 죄악이 아닐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1950년대 전승세대의 투쟁정신을 계승하여 ‘수령’을 결사옹위하고 올해 경제발전계획 실현에 적극 적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노동신문이 전승세대의 ‘투쟁정신 본받기’를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현재 북한은 가까운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도쿄올림픽경기조차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국가로서의 제 역할과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중국의존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수십만명의 희생이 없었다면 패망할 수 밖에 없었을 북한으로서는 정전협정일에 ‘평화와 안녕’을 마냥 기원하는 인도주의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실패한 전쟁을 승리한 전쟁으로 조작하고, 이에 기초하여 북한 전역에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과 같은 전적기념시설과 수많은 교양거점을 마련해 놓고, 전주민을 대상으로 ‘거짓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매년 6월과 7월 내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전승세대 투쟁정신 본받기’를 강조하고 나선 목적은 대적의식 고취를 통해 군부의 흐트러진 기강을 다 잡고, 내부결속을 다지며, 경제성과를 위한 주민 노력동원을 강화해보려는데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당의 명령지시를 죽으나 사나 무조건 끝까지 관철한 전승세대의 사상정신적 풍모를 귀감”으로 삼을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7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전쟁의식 고취와 고무추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일성은 6.25전쟁을 권력장악의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김정일은 체제존망의 위기에서 선군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김정은 역시 정통성 문제로 권력의 안정적 세습을 담보하기 어려웠지만 선대들의 ‘유훈통치’와 핵무기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세습독재권력을 안착시켰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세계 평화와 안정에 얼마타 큰 해악을 끼쳤는지를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당시 자유진영의 60개국이 한국방어를 위해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16개국이 군대를 파병했고 5개국이 의료를 지원했으며, 39개국이 경제적 지원 등에 나섰습니다. 북한 편은 공산국가 소련과 중국뿐이었습니다. 북한은 전쟁의 정당성도 도덕성도 없는 반(反)민족적이고 반(反)인도주의적인 부정의의 전쟁을 저지른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의 반(反)인권적인 ‘가짜 전승세대 이념놀이’ 선전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