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방역위기 타개를 위한 당조직 역할강화 주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소독 등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북한 보통강백화점 종업원들의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소독 등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북한 보통강백화점 종업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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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8월 1일자 1면에 수록된 “현 방역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데서 당조직들의 역할을 더욱 높이자”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당조직들은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결정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집행하기 위한 조직정치사업을 공세적으로 벌려 당의 권위를 보위하고 인민의 안녕과 국가의 안전을 굳건히 수호해 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조직들은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결정관철을 위한 사상공세를 조금도 늦추지 말고 강도높게 전개”하라며, 당의 조직동원자적이며 사상교양자적인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당조직들은 “누구나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와 통제에 무조건 복종하는 강한 규율을 세우도록 당적 지도를 잘해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게 해야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국가의 단결력, 사회제도의 우월성은 어려운 시기에 뚜렷히 확증된다며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결정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 한 사람 같이 떨쳐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지난 7월 25일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결정된 비상방역사업과 관련하여, 방역기관들의 역할 보다는 당조직들의 역할을 더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왜 방역기관보다 당조직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말씀하신 바와 같이 북한 정권은 중국에서 코로나비루스가 발생하자 1월 21일 발빠르게 북중국경봉쇄조치를 내렸습니다. 방역과 보건차원의 합리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판단을 앞세웠습니다. 지난 7월 19일 개성에서 발생한 ‘불법귀향자’의 코로나비루스 감염의심을 이유로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전국적인 비상확대회의 결정관철 투쟁을 일사불란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도 방역조치의 일환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특히 이번 논설은 “모든 당조직들이 비상방역사업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실속있게 짜고 들어야 하며, 당이 취한 조치들을 하나도 놓침이 없이 끝까지 집행해 나가도록 힘을 넣어야 한다”며 당의 방역사업 진두지휘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방역과 보건은 정치사상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닙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방역사업은 전문 의료진과 방역당국이 세계보건기구의 의료준칙에 맞추어 서로 협력하며 추진되어야 합니다. 확진자발생사실을 숨겨서도 안되며 비정상적으로 조치해서는 더 더욱 안 됩니다. 당조직들이 정치사상적으로 방역사업에 깊이 개입하게 되면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코로나비루스에 대한 각종 통계는 물론 방역과정과 그 결과, 의료수준까지 의심받게 되고 비웃음만 사게 될 것입니다. 정권의 위신보다 주민들의 생명보호에 방점을 둔 방역사업을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7월 24일 한국에서 월북한 ‘불법귀향자’가 코로나비루스 감염이 의심된다며 개성시를 완전 봉쇄한 다음 7월 25일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개최하여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이행시키고 ‘특급경보’까지 발령하는 등 ‘비상식적인 과잉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북한의 이와 같은 이례적인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코로나비루스의 위험성은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없기 때문에 예방조치강화를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부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체제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 경제 군사 등 어느 한 부문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특정 부문에 올인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낳게됩니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비롯한 각종 관영매체들은 7월 25일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결정관철을 위한 정치사상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행을 독려하는 사설과 논설을 번갈아 싣고 있으며, 관련기사와 보도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내고 있습니다. 당과 근로단체조직, 정권기관, 사회안전과 보위기관들이 방역사업에 앞장섬으로써 방역사업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과잉조치는 북한이 코로나비루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코로나비루스 방역문제를 격에 맞지 않게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주제로 다룬데 이어 코로나비루스 방역투쟁의 전기관화, 전주민화, 전국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코로나비루스방역을 사활적 문제로 확산시키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올 10월 당 창건 75돌 행사를 앞두고 그 동안 주민들에게 천명해온 당 과업의 성과를 평가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5월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에서 경제강국건설 계획으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은 완전 실패했습니다.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 까지 진행된 조선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당면투쟁방향으로 결정한 ‘정면돌파전’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강화로 인해 동력을 상실한 상태에 있으며 김정은이 제6차 노병대회 연설에서 비핵화 포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실패로 귀결될 것이 자명한 상황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에게 약속한 경제강국과 군사강국 건설은 타의에 의해 목표달성이 어렵게 된 것입니다. 유일하게 성과로 건질 수 있는 것은 코로나비루스 방역사업밖에 없습니다. 코로나비루스 방역사업은 외부의 평가나 비판과 관계 없이 북한 정권이 성공한 것으로 선전만 하면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은 연일, 직장과 생활총화에서 코로나비루스 방역투쟁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방역투쟁 강화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정권은 6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갈등국면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한국에 대한 대적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전주민을 동원하였습니다. 한 달도 안돼 다시 코로나비루스 방역투쟁에 전주민을 강제로 동원하여 주민들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독재정권의 끊임없는 동원정치의 희생양으로 살아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제 3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동원정치를 끝장내야 할 때라는 인식을 깊이 가다듬고 있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