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全) 일군들에게 ‘인민을 위한 멸사복무’ 닦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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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8월 10일자 2면에 수록된 “인민의 심부름군”이라는 정론입니다. 이 정론은 “세상에 인민이라는 말보다 신성하고 위대한 것은 없다”며 이른바 ‘인민 어천가’를 외치면서, 모든 일군들은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이 ‘인민대중제일주의 실현’에 철저히 복무해온 것처럼, “인민을 위한 멸사복무의 투사가 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김정은은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최고 화신”이며, 조선노동당은 “김정은의 인민관으로 무장하고 그것을 철저히 구현해가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인민의 당”이라며,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의 존재이유가 오직 ‘인민 받들기’에 있는 양 선전했습니다. 피와 정으로 인민의 믿음을 튼튼히 받들어 올린 사람이야말로 “충신중의 충신, 애국자중의 애국자”라며, 당일군과 행정일군, 도시 일선의 모든 일군들에 이르기까지 “인민을 위해 자신을 깡그리 바칠 것”을 강요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은 일군들의 ‘인민을 위한 멸사복무’를 강조하면서도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높이 찬양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김정은 개인칭송’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인데요,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정론은 김정은이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2019.12.28-31)에서 “우리당은 언제나 인민들과 고락을 함께 할 것이며, 인민을 위해 뛰고 또 뛰는 충실하고 부지러한 인민의 심부름군이 될 것을 호소했다”며 김정은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김정은은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회의(2020.7.7)에서도 인민생활문제 해결을 위한 과업을 제시하고 그 관철을 위해 강력한 대책들을 세웠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어서 김정은이 “당과 운명을 함께 해준 사랑하는 인민에게 깊이 허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한 말을 적어, 김정은이 2017년 1월 1일 12시(당시 평양시)에 그 해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고개숙여 인사한 장면을 상기시켰습니다. 김정은을 ‘인민사랑 실천의 전범’인양 추겨세우면서 모든 일군들이 따라배울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인민에 대해 고개 숙여 인사한 행위는 2012년 정권출범 당시 공개적으로 약속한 ‘인민생활향상’이 5년이란 세월이 지난 2017년 직전까지 전혀 진척되지 않자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술책이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다면, 핵무기완성을 위해 매년 30 내지 40 퍼센트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붓는 일부터 당장 멈추어야 할것입니다.

오중석: 조선노동당은 김정은 정권 8년 동안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함으로써 당의 생명력과 투쟁력을 굳건히 다져 놓는 “특출한 업적을 이룩했다”며 자신을 스스로 광고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조선노동당의 당치 않는 자화자찬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조선노동당이 김정은 정권 8년 동안 행한 일은 정통성과 정당성이 결여된 김정은 세습정권 유지를 위해 김씨 일가 혁명역사를 왜곡하고, 숙청과 공포정치를 감행함으로써 권력에 걸림돌이 될만한 인물을 색출하여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군사강국건설을 구호로 내세워 핵무기개발에 올인하였으며 이에 더해 폐쇄경제체제 운용과 국경봉쇄조치 강행, 자력갱생노선채택과 주민허리띠 졸라매기, 정면돌파전을 앞세운 주민노력착취의 전국화와 일상화에 전력투구 해왔습니다. 또한 비핵화 약속을 포기함으로써 북한의 안보상황을 누란의 위기로 몰아갔습니다. 대미(對美), 대남(對南) 적대관계를 공공연히 조성하여 신(新) 냉전시대를 열어 놓았습니다. 올해 6.25전쟁 기념일을 전후해서는 우리 민족 최대의 민족상잔을 불러온 ‘50년대 투쟁정신’을 북한 주민들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로 또 다시 ‘전쟁의식’을 고취하는 일에 적극 나섰습니다. 최근 8.15를 앞두고는 김일성이 일제말기에 제시했다는 ①인민혁명군 총공격, ②전민 봉기, ③무장부대 배후연합 작전이라는 이른바 ‘조국해방 3대 노선’ 선전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를 해왔다는 주장은 그야 말로 ‘말의 성찬’에 불과합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이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 활동’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조선노동당의 ‘인민관’에 대해 사활을 건 선전전을 펼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30여년 가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폭주함으로써 국제사회로 부터 이단아로 낙인찍혀 외톨이 신세가 되었습니다. 내치에서도 선대의 ‘잘못된 유훈’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실사구시에 실패해, 더 이상 빠져 나올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습니다. 코로나비루스 사태와 크고 작은 자연재해로 인해 자급자족과 자력갱생도 물거너간 상황입니다. 이번 75주년 당(黨) 창건행사는 꺽어지는 해의 행사인 만큼 성대하게 거행해야 하나 무엇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당 창건 기념일 3개월여를 앞두고 있는 ‘짧은 기간’에 인민들에게 내세울만한 성과를 이룩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통치세력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선전선동을 통한 주민 최면걸기’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였을 것입니다. 이번 정론은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선전차원에서 언급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성과를 낸 사례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 창건 75돌 행사를 앞두고 경제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사전에 무마해보려는 ‘상황 관리’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일군들은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에 나서려 해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도, 물자나 재원도 전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오직 맨손과 맨몸으로 멸사복무에 나서야만 합니다. 북한 일군들은 김정은 정권의 이와 같은 막무가내식 독단적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정론은 북한 일군들에게 김정은의 인민들에 대한 ‘고개 숙인 인사’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나라 전체가 궁핍한 상황에서 북한 일군들이 할 수 있는 일 역시 주민들에게 ‘고개숙여 사죄하거나 인사하는 일’ 외엔 특별히 해야할 일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멸사복무의 일을 강요당하고 있는 북한 일군들은 통치세력들의 자기 편의주의적인 선전선동에 더 이상 주구 노릇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