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일성 ‘항일신화’ 조작 및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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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8월 15일자 1면에 수록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조국해방업적은 천추만대에 길이 빛날것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8월 15일은 일제(日帝)를 때려부시고 조국해방의 성스러운 위업을 이룩한 김일성의 불멸의 업적을 가슴 깊이 되새겨보는 역사의 날”이라며 김일성을 추앙했습니다. 김일성을 “민족재생의 은인,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구원해준 절세의 애국자, 식민지 민족해방투쟁의 세계사적 모범을 창조한 전설적 영웅, 백두의 혁명전통을 창조한 불세출의 위인”이라며 개인우상숭배에 나섰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김정일조선’에서 자자손손 복락을 누리기 위해 “김일성과 김정일을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모시고, 수령님들의 은덕을 심장 깊이 새기며, 유훈을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과 근로단체들에게 “백두산혁명전적지답사를 조직진행하여 백두산정신을 만장약하는 사상사업을 공세적으로 전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오중석: 북한 노동신문은 올해도 어김없이 ‘8.15광복절’ 사설을 통해 김일성의 항일운동을 과대포장함으로써 ‘김일성 항일신화’ 조작의 극치를 이어갔습니다.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해를 거듭할수록 북한 노동신문의 김일성 항일운동 평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김일성의 항일운동은 1930년대 하반기에 만주지역에서 중국공산당 산하조직인 ‘동북항일연군’에 가담하여 활동하다가 일제만주군의 토벌에 쫓겨 1940년 10월 23일 항일연군의 허락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소련으로 넘어가 체포된 후 ‘88여단’에 배속돼, 만주지역을 대상으로 정찰활동을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정도의 활동은 홍범도, 이범석, 김좌진 장군의 혁혁한 무장투쟁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설은 김일성이 “백두산 줄기줄기,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을 새기며 조국해방의 역사적 위업을 성취했고, 혈전만리를 헤치며 항일혁명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조국해방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했다”고 선전했습니다. 일제가 항복한 것은 미국이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에 일본의 군사도시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기 때문입니다. 소련의 대일(對日)선전포고는 그해 8월 9일 0시부 였습니다. 일제(日帝)항복은 6일 후인 8월 15일이었으며 김일성이 소련에서 원산항을 통해 북한에 들어온 것은 9월 19일 이었습니다. 김일성이 민족해방위업을 이룩했다는 것은 거짓선전입니다.

오중석: 8.15광복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 국제정치의 역학구도, 해외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한민족 구성원들의 정치, 외교, 군사적인 다양한 독립운동 전개에 힘입어 이루어진 것입니다. 북한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숨기고 김일성이 민족해방의 과업을 성취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75년에 걸친 이런 거짓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은 가깝게는 상해, 간도, 만주, 연해주로 이주해 임시정부를 만들어 정치투쟁을 전개하였으며, 미주지역에 진출한 지식인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실력을 키우고 외교전에 뛰어들어 강대국 지도자들에게 한반도 독립을 절규하며 온 몸으로 호소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무수히 많은 지사와 열사, 의사들이 일제의 무단통치와 탄압에 맨 주먹으로 맞서 투쟁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일제의 강압에 가장 큰 희생을 당하면서도 민족 혼과 정신을 굳건하게 지켜낸 영웅들은 이름없는 ‘민초’들이었습니다. 북한은 민족해방위업을 성취한 유일한 영웅이 김일성 한 사람인양 주장하고 있지만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북한지역에서도 김일성보다 훨씬 큰 항일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광복 이후 김일성이 유일독재권력을 장악한 후 김씨 봉건왕조를 세우기 위해 이들의 기록을 말살하고 정보를 통제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의 역사자료는 항일운동에서 김일성보다 더 훌륭한 업적을 세운 독립투사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8.15광복절을 즈음해 작성하는 사설과 논설에서 수십 년 동안 반복해 김일성 항일투쟁을 일방적으로 찬양해온 ‘우상화 놀음’을 중단해야 합니다. 노동신문은 앞으로 올바른 항일 역사 인식은 물론 북한의 미래를 위해서도 김일성의 ‘항일위업’ 조작’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주제들을 폭넓게 발굴하여 보도하는 용기와 현명함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8.15광복절 사설은 우리민족의 해방이 순전히 김일성의 ‘항일혁명전쟁승리’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김일성을 ‘민족해방의 화신’으로 몰고 가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김일성 출생 이전의 한민족 역사를 반(反)사회주의적인 역사로 인식하고 단절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배우고 익혀야할 역사는 ‘김일성활동’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역사만 해당됩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조선이라는 ‘김씨 왕조’를 북한 지역에서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에게 내세울만한 업적이 빈약하다는 점도 김일성의 업적을 부각시키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의 항일운동업적이 주민들에게 조작과 허울로 밝혀지는 날, 세습독재정권이 받을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당과 근로단체조직들에게 자라나는 새 세대들을 대상으로 ‘김일성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를 조직진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해당 일군들은 이번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북한 주민 5만 6천여 명이 겨울철 백두산혁명전적지 답사활동에 동원됐습니다. 삼지연숙영소의 난방시설 미비로 답사참여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수 없이 컸다고 전해졌습니다. 즉 역효과만 난 것입니다. 북한은 이번 폭우로 북한 전역에서 큰물 피해를 입었으며, 코로나비루스 방역체계 미비로 답사행군참여자들의 코로나비루스 감염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강압적 지시에 따라 백두산혁명전적지 답사를 조직해야 하는 일군들은 주민들의 생명보다 김일성의 ‘항일신화’ 선전사업을 더 중시하는 김정은정권의 비(非)인도주의적인 행태에 경악하지 않을 수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