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력갱생 혁명정신으로 ‘현 난국’ 돌파 주장”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청년들의 횃불행진 영상에서 '대진군, 과학기술, 자력갱생'이라는 문구가 행진에 등장한 모습.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청년들의 횃불행진 영상에서 '대진군, 과학기술, 자력갱생'이라는 문구가 행진에 등장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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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8월 19일자 1면에 수록된 “올해 진군의 승리는 자력갱생강자들의 것이다” 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자기 힘을 믿지 않고, 남의 힘에 의존해서는 혁명과 건설을 할수 없다”면서, “수령과 장군이 안겨준 ‘자력갱생 혁명정신’으로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뚫고 나가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투쟁기풍, 백절불굴의 혁명정신은 “조선혁명 특유의 생명력”이라고 선전하면서 “자력갱생의 정신이 있어 자주, 자립, 자위의 사회주의국가를 일떠 세울수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자력갱생, 간고분투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의 척도”이며 “수령이 맡겨준 혁명과업을 끝까지 관철하는 사람이 수령에게 충실한 사람”이라며 수령에 대한 충성을 요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북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혁명정신은 ‘자력갱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현실성이 없는 주장인 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자력갱생으로 승리와 성과를 거둔 과거사례로 일제시기 백두밀림에서 맨손으로 만들었다는 연길폭탄과 전후 빈터위에서 만들어냈다는 자동차와 뜨락또르, 굴착기”를 내세웠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전후복구건설과 천리마대고조시기에 무엇이 없다고 남을 쳐다보거나 무엇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부리지 않았으며 오직 자기 힘만 믿고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자체로 풀어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연길폭탄은 조작된 신화이며, 북한의 전후 복구는 당시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천문학적인 복구자금과 과학기술지원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또한 60여 년전 노동집약적 생산방식에 어울렸던 ‘자력갱생’ 혁명정신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은 21세기 첨단과학기술시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낡은 사고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세계화 국제화시대를 넘어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정보통신융합과 인공지능기술에 기반을 둔 초연결사회로 이미 진입해 있는 상황입니다. ‘자력갱생’ 또는 ‘간고분투’를 주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북한 사회를 ‘구석기 시대’로 몰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항일투쟁에서의 승리, 전후복구의 성공 이후 발전이 ‘조선혁명 특유의 생명력’인 ‘자력갱생’을 통해 이룩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근거없는 ‘자력갱생만능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인류가 출현하여 현재까지 생존해 오는 동안, 특정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이나 이념, 발전방식은 언제나 존재했습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특정시기에 주어진 과업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심고리’를 정확히 찾아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 통치집단은 과거 한 때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자력갱생과 간고분투’ 혁명정신을 지금의 북한 실정에는 전혀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시대를 관통하는 ‘혁명정신’으로 과대평가하여 주민들을 오도(誤導)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문제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세계적인 대유행병, 매년 반복되고 있는 자연재해로 인해 ‘체제생존역량’이 급속도로 소진되고 있습니다. 핵무력 포기, 개혁개방과 교류협력이 이 시대 북한의 시대정신이자 ‘혁명정신’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자력갱생과 간고분투’를 고집하는 한 북한의 미래는 ‘불행의 연속’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극단적 고립과 폐쇄가 본질인 자력갱생으로는 당면한 도전과 난제를 극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력갱생, 간고분투가 충실성의 척도”이며, “수령에 대한 충실성의 높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논설이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수령에 대한 충성’과 연결시키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자력갱생과 간고분투’를 수령에 대한 ‘충실성 평가’의 기준으로 삼겠다며 주민협박에 나선 이유는, 주민노력 착취방식으로 체제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데 있습니다. 김정은체제의 ‘총체적 실패’에 따른 사회저변의 불만을 주민들의 ‘혁명정신 부족’ 탓으로 돌려, 반체제의식으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주민 개개인에 대한 일별, 주간별, 월별, 분기별 ‘성과평가’를 통해 조직적이고 집단적이며 광범위한 ‘주민억압책동’이 자행될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에 벌어졌던 ‘아사사태’가 다시 온다해도 ‘핵무기’는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핵무력을 기반으로하는 국방력 강화에 진력하겠다는 북한 통치집단의 비이성적이고 편협한 ‘집단사고’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령중심의 내부단결’이 ‘유일한 살길’이라는 ‘잘못된 정세판단’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우리 인민은 “자력갱생을 체질화하고 애국의 열의로 피끓이는 영웅적인 인민”이며, “자체의 힘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 “자강력의 투사”라고 부추겼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터무니없는 선전선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당과 권력기관 간부들은 물론이고 젊은 청년학생들까지 중국과 한국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실상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아무리 ‘모기장’을 잘치고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더라도 국경밖에서 들려오는 소식과 장마당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영상물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장마당 출현 이후 지난 30여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주민 대부분은 중국과 한국, 북한을 비교하여 그 차이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인식능력’을 스스로 갖추게 되었습니다. 다만 3중, 4중으로 겹겹이 감시하고 있는 사회통제와 인권이 말살된 교화소, 관리소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는 것이 두려워 내색을 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번 논설이 자신들을 “자력갱생이 체질화된 자력갱생의 투사”라며 ‘입에 발린 소리’를 한데 대해 불쾌감내지 반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