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8월 23일자 1면에 수록된 “사상제일주의를 일관하게 틀어쥐고 나가자”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사회주의는 사상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사회”이라며, “주체의 사상론의 진리성과 변혁적 위력은 ‘지식경제시대’인 오늘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부닥친 난국을 뚫고 사회주의건설을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서는 “사상제일주의를 일관하게 틀어쥐고” 나가야 하며, “앞으로도 기술만능주의, 기술지상주의가 아니라 사상제일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주의위력은 “정치사상적 위력”이므로, 사상교양 사업을 떠나서는 “정치사상진지 공고화”도, “경제건설자체도 성과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사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피력하면서, “혁명전통 교양, 충실성 교양을 기본으로 하는 5대 교양”과 “자력갱생 교양”을 통해, 일군과 당원, 근로자들을 “새로운 5개년 계획수행”에 나서도록 불러일으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당과 근로단체 조직들은 제국주의자들의 반동적 사상문화침투책동에 대응해 “청소년들에 대한 사상교양을 강화하고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에 대한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릴 것”을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사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사상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통치이념인 ‘인민대중제일주의’와는 상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사상을 기본으로 틀어쥐고 사상사업, 정치사업을 앞세워 인민대중의 자각적 열성과 창조적 능력을 최대한 높여 나가야 사회주의가 자기의 위력을 남김없이 발휘해 나갈 수 있다”며, 인민대중보다 사상이 먼저임을 명백하게 밝혔습니다. 이와 같은 “사상론의 기치”는 “혁명투쟁의 전 과정에 들고나가야 하며”, “특히 오늘날과 같이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더 높이 추켜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현실은 “사상사업과 정치사업의 도수를 더욱 높여 혁명과 건설의 주인인 인민대중을 사상정신적으로 튼튼히 준비시켜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2013년부터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통치담론’으로 내세웠으며, 올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사회주의의 기본 정치방식’으로 공식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설에서 ‘사상제일주의’를 다시 소환함으로써 그동안 선전해왔던 ‘인민대중제일주의’가 ‘거짓 선전책동’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사상제일주의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뜻”이라고 밝히면서, 모든 문제를 ‘주체의 사상론’에 의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사상만능적 사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불거진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규명하고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를 충족할수 있는 철학과 사상, 패러다임 동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 문제는 장기간에 걸친 ‘주체사상의 경직된 적용’으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들입니다. 이번 논설은 오늘의 과제를 ①‘ 경제계획의 성과적 수행’과 ②‘제국주의 사상문화침투 방지’ ③’반사회주의 및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으로 설정하고, 그 해결방법으로 ‘5대 교양과 자령갱생 교양 강화’를 제시했습니다. 과제 선정과 해결방법 모두 70여 년전 ‘김일성의 철학과 사상’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실패는 주민들의 ‘자력갱생’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며, 청소년들의 자본주의 문화 향유는 제국주의자들 때문이 아니라 인간본성적 요구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반사회주의 발흥 역시 그렇습니다. 사상만능적 사고의 뿌리는 인간개조론입니다. 소련은 1930년대에, 중국은 1970년대에 ‘인간개조’사업을 포기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사상만능적 사고와 처방’이 후세들의 장래를 망칠뿐 아니라, 체제위기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고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사람결정론을 뒤로 한 채 ‘사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사상결정론을 앞세웠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사상제일주의’를 들고나온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개인이 직접 해결하는 사회로 변화되었습니다. 수령과 당이,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서 3대 세습정권의 정당성은 날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는 물론이고 고난의 행군시대를 살아남은 주민들은 ‘김씨 일가’ 권위에 무작정 복종해야 한다거나, 김정은 세습정권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리와 정치적 의무감으로부터 자유로운 처지에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대내외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은 사회 곳곳에서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통치집단은 5개년 계획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세습권력의 존립기반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제재와 유행병, 자연재해라는 3중고로 인해 친인민적인 정책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사정도 반인민적이고 반인권적인 ‘사상제일주의’를 다시 꺼내들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공화국(북한)을 압살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흉심은 반동적 사상문화 침투책동에서 뚜렷이 표현되고 있다”며, 사상교육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끝없는 ‘제국주의 대적의식 고취’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일반적으로 독재정권은 권력유지를 위해 ‘긴장을 확대 재생산’할 대상을 선정하고, 그 대상을 ‘만악의 근원’으로 규정해, 끊임없이 비난함으로써 주민동원과 내부결속을 다지는 비이성적인 통치방식을 체제운용전략으로 채택합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제국주의자들’을 ‘만악의 근원’으로 삼고, 76년째 한결 같은 비난과 저주를 퍼붓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 지상에서 언급되고 있는 ‘제국주의자들’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체제경쟁에서 실패한 것도 ‘제국주의자들’ 때문이 아니라 북한체제의 비효율성과 통치집단의 무능력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모든 실패의 원인을 ‘제국주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선전책동에 ‘인내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