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청년대중운동에서 ‘신화창조’ 및 ‘영웅되기’ 촉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렵고 힘든 험지로 자원한 청년들을 만나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우며 간부들과 대화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렵고 힘든 험지로 자원한 청년들을 만나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우며 간부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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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8월 30일자1 면에 수록된 “당중앙의 크나큰 믿음과 기대를 심장깊이 간직하고 조선청년의 영웅적 기개를 힘있게 떨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당대회 이후 지금까지 “1만여명의 청년들이 어렵고 힘든 부문에 탄원진출”했다고 밝히면서 “온 나라가 청년판으로 끓고 있는 격양된 기세는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승리를 이룩하고 공산주의를 향하여 줄기차게 전진해나갈수 있음을 확신해주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모든 청년들은 “총비서동지의 결심은 곧 과학이고 실천이며 승리라는 억척불변의 신념을 뼈에 쪼아 박아야 하며, 언제 어디서나 피끓는 심장을 당중앙위원회의 뜨락에 이어놓고, 총비서동지와 사상과 뜻, 발걸음을 같이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피끓는 청년들이 선봉대, 돌격대가 되어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청년신화를 창조해나가야 하며, 자기 부문, 자기 초소에서 새 기준, 새 기록을 끊임없이 창조하고 가장 어려운 과제를 솔선 맡아 돌파구를 열어제끼는 노력혁신자, 청년영웅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항일혁명열사들의 붉은 피가 새 세대들의 심장속에 살아 숨쉬고, 혁명정신이 빛나게 계승되기에 우리식 사회주의미래는 밝고 창창하다”며, 북한의 ‘청년실상’을 ‘과대포장’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 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에 의하면, 김정은은 올해 ‘청년절’(1991년 8월 28일 제정) 축하문에서 “남다른 고생을 각오해야 하는 초소들에 자원진출한 청년들의 고결한 정신은, 혈육들을 뒤에 두고 설한풍 휘몰아치는 광야에서 풍찬노숙하며 피흘려 싸운 항일혁명투사들의 숭고한 정신의 빛나는 계승”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그 어떤 명예나 보수도 바람이 없이 심심산중의 발전소건설장과 사회주의 협동벌, 새로운 개발지들에 달려나가고 외진 산골과 섬마을의 교단에도 서며, 동지를 위해 피와 살도 서슴없이 바치고, 영예군인의 영원한 길동무가 되는 청년대군이 있어 우리 당이 강하고 우리 조국이 끄덕 없는 것”이라고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청년들은 직업선택의 자유가 없습니다. 입당과 출세를 의미하는 ‘당의 고귀한 품’이나 ‘정치적 생명 보장’을 미끼로 청년들의 ‘탄원’을 부추기고, 청년들은 어쩔수 없는 ‘탄원’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자발적인 ‘탄원’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울며 겨자먹기식 탄원’인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위대한 당을 따르려는 억센 신념의 간직과 자기 수령에 대한 끝없는 충실성은 “조선청년들의 고유한 특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이와 같은 ‘청년인식’과 ‘청년형상화’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일성은 1946년 1월에 북한 주민과 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북조선민주청년동맹’을 결성하여 활용했습니다. 6.25남침시에는 1914년생에서부터 1932년생까지 병력동원 대상으로 삼고 ‘전선탄원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사회주의경제구축기에는 청년들을 ‘천리마운동’의 주력부대로 이용했습니다. 김정일은 후계기반구축과 경제난 극복을 위해 청년학생과 청년군인을 집중적으로 동원했습니다. 김정은 역시 3대 세습정권 안착과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청년중시’ 정책을 펴고, 모든 부문에 청년들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수령결사옹위’와 ‘당정책관철’ 투쟁에서 청년들을 ‘제1차 동원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혁명과 전쟁, 사회주의건설 현장에서는 목숨까지 내놓고 목표를 달성하는 ‘신화’ 창조의 ‘영웅’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몇 몇 청년을 ‘영웅’으로 만들고, 모든 청년들로 하여금 ‘영웅따라배우기’를 강요해, 청년들의 노동력 착취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청년영웅만들기’의 본질은 ‘청년 노예만들기’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청년들을 더 이상 조작된 ‘일제시기 인식과 사고 틀’에 가두어 놓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1만여명의 청년들이 어렵고 힘든 부문에 탄원진출”한 것은, “그들의 충성심, 애국심의 열도가 얼마나 높은가를 뚜렷이 보여준다”고 선전했습니다. 노동신문이 ‘청년탄원운동’ 띄우기에 나선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청년들이 한류문화 팀닉과 자본주의 황색바람에 젖어 사회주의사상과 집단주의 정신이 이완되어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우리 식 사회주의가 망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동안 강력한 사상교양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비사회주의적이고 반사회주의적인 행위는 심각성을 더해 갔으며, 수령과 당에 대한 충성심도 약화될 대로 약화된 상태입니다. 이번 ‘새로운 5개년계획’기간에 경제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체제변화에 대한 청년층의 압력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설의 ‘청년탄원운동’ 띄우기는 청년들을 전국의 경제건설 현장으로 분산 투입하여 체제위협요인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각 부문에 투입된 청년들을 대상으로 현지 노력경쟁운동과 맞춤형 사상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청년들을 ‘김정은 정권 지지세력’으로 관리해보려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청년돌격대와 청년분조, 청년작업반운동’ 같은 대중운동을 벌려 “경제건설의 모든 전선이 청년판으로 부글부글 끓어번지게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청년들은 이런 ‘대중운동 참여강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이 주장하는 각종 ‘청년대중운동’은 1950년대 후반에 김일성이 전개한 ‘천리마운동’을 청년들에게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천리마운동은 주민생활향상에 반대해 김일성 개인권력강화와 중공업우선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펼친 반인민적 반사회적 운동이었습니다. 사회주의국가들은 혁명 직후 사회주의로의 체제전환을 위해 대중운동을 기획하고 청년들을 동원했습니다. 모택동은 ‘청년홍위병’을 앞세워 ‘문화대혁명’을 전개했으며, 캄보디아의 폴포트 정권 역시 청소년들을 앞세워 사회 각계 지도층 인사 200만명을 처단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를 건설하는데 모두 실패했습니다. 시장의 중요성과 자본주의경제의 우월성을 인식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공산주의 실현’과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 및 복종’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청년대중운동’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당국의 강제조치에 따라 각종 ‘대중운동’에 참여하겠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할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