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9월 5일자 1면에 수록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당 사업실천에서 철저히 구현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전당의 조직과 일군들은 당에 자기 운명과 미래를 전적으로 의탁하고 당의 믿음과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충성을 바쳐가는 인민들을 위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당 사업실천에 철저히 구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당일군들의 ‘친인민활동’을 강조한 것입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인민대중을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 보고 인민대중에게 의거하며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할 데 대한 정치이념”이라고 밝히면서, “당일군들은 모든 사업을 철두철미 인민을 위함에 지향시키고, 복종시켜나갈 것”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당제8차대회를 앞두고 “대중의 혁명열과 애국열, 투쟁열을 북돋아주는 것이 당조직과 당 일군들의 중요한 임무”라고 덧붙혔습니다.
오중석: 최근 북한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본질, 당의 지도사상, 인민대중을 위한 멸사복무의 정치이념” 등으로 선전하며 김정은 정권의 ‘인민사랑’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입니다.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①김정은이 “우리당은 오직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가르쳐 준대로 당사업전반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여 인민에게 멸사복무하는 것으로써 당의 전투력을 백배해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 보도했습니다. 김씨 일가 3대(代)가 오직 인민을 위한 정치에 매진해온 듯이 찬양한 것입니다. ②또한 당사업전반을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일관시켜 전당에 인민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인민에 의거하는 기풍이 차넘치게 하고, 당사업의 주되는 힘이 인민들의 복리증진에 돌려 지도록하는 것이 ‘당중앙의 확고한 의지’라고 적었습니다. 이것은 조선노동당의 존재이유가 마치 ‘인민존중과 사랑’에 있는 양 선전한 것입니다. ③그리고 “올해 진행된 당(黨)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 정치국 확대회의들은 인민의 운명과 생활을 지키고 보살피는 것을, ‘신성한 본분’으로 삼고 투쟁하는 당의 혁명적 입장을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빈번한 정치국회의개최를 ‘애민정치’의 상징(象徵)으로 포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주장에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나 구체적인 정책이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개선’을 위한 선전술책의 하나로 봐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최근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김정은 정권을 대표하는 ‘실천 이데올로기’로 그 지위를 격상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인민대중제일주의’에 이데올로기적인 성격변화 움직임과 추진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에 대한 인식과 그 실천방향에 대해 계속 보도해왔습니다. 최근 노동신문 기사(9.7자)에 따르면, 김정은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김일성과 김정일의 혁명사상인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본질’로 규정한데 이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당과 국가활동,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철저히 구현해야만 하는 ‘당의 지도사상(指導思想)’으로 규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민대중제일주의의 ‘근본 핵’은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인데, 이는 ①인민의 요구와 이익의 실현을 최대의 중대사로 내세우고 ②인민을 위해서는 천만금의 재부도 아끼지 않고 심지어 생명도 바치는 인민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헌신이며 ③인민에 대한 존중의 최고결정이자 인민을 위한 헌신의 최고높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같은 인민대중제일주의에 대한 개념의 내연과 외포의 정리는 김정은 정권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실천 이데올로기’로 발전시키려는 적극적인 의도가 있다는 점을 확인케 합니다. 김정일이 주체사상에서 ‘선군사상’을 이끌어 낼 때 보여주었던 방식과 유사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이러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실천할 의지(意志)와 능력(能力)이 있느냐에 있습니다. 아직 북한체제에서는 ‘인민의 정치’가 불가능하고, 경제파탄이 지속되고 있어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인민생활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하며 ‘애민정치’를 철저하게실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열일을 제껴두고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선전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대(對) 주민 세뇌전을 통해 김정은을 ‘인민 사랑의 화신’으로 몰아 가면서 그의 지도자상을 높이는 데 목을 메고 있는 이유는 ①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 내부단결을 꾀하고, ②임박한 당창건(10.10) 행사와 제8차 당대회(2021.1)를 앞두고 김정은의 업적과 당사업성과를 얻기 위한 노력동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③또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비루스사태, 태풍과 홍수피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김정은 정권으로 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를 사전에 무마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선전활동에 적극 나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당일군들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완전무결하게 해결하는 완강한 실천가가 될 것을 지시했습니다. 실천책임을 당일군들에게 넘긴 것입니다. 당일군들은 이번 지시를 어떻게 받아 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이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진정한 실천을 바란다면, 무엇보다 먼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 10대 원칙(10조 65항)을 폐기하고 주민들에게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허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실질적인 조치가 선행되어야 인민대중제일주의에 대한 주민들의 진정한 신뢰를 얻을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근본적인 조치 없이 일선의 말단, 당일군들에게 인민대중제일주의 실천을 책임지라는 지시는 참으로 황당한 일입니다. 자신의 수단적 기능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당일군들은 자기에게 돌아올 ‘실적부진 책임’을 걱정하며, 지도자와 주민들을 놓고 어느 편에 서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