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령•당•대중이 하나되는 ‘일심단결’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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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9월 11일자 1면에 수록된 “우리 공화국의 위력과 불패성의 원천”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국력’을 “정치사상적, 군사적, 경제적 위력 등 해당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정신적 및 물질적 힘의 총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중에서도 북한의 제일국력은 “정치사상적 위력”으로, “수령, 당, 대중이 하나로 굳게 뭉친 일심단결의 위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으로부터 나라를 지킬수 있는 “최강의 힘도 당과 대중의 일심단결”이고 국가존립을 굳건히 담보하는 “최강의 무기와 줄기찬 번영의 원동력도 일심단결”이라면서 당의 두리에 사상과 도덕의리적으로 철통같이 뭉쳐 단결의 전통과 정신을 꿋꿋이 계승해나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김일성시대부터 정치사상적 위력에 해당하는 “수령과 당, 인민대중이 하나로 뭉치는 힘”을 “일심단결”로 표명하고 국력의 최고 가치로 미화선전해왔습니다. 이번 논설도 같은 맥락에서 ‘일심단결’의 정치사상적 의미를 부각시키는데 집중했습니다.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일심단결’에 대해 ①김일성과 김정일조선을 천하제일강국으로 빛내이려는 우리 당과 인민의 의지이며, ②어떤 원수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무적의 성새이고, ③우리 수령, 우리 당, 우리 제도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국력의 주요 요소를 ①정치사상적 힘과 ②경제적 힘, ②군사적 힘의 총합으로 규정하고 이중에서도 정치사상적 힘을 제일의 요소로 보는 ‘국력’ 개념은 북한 특유의 ‘수령과 당중심’ 국력 개념으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국력 개념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사계분야에서는 북한이 중시하는 정치사상과 경제, 군사적 요소 이외에도 과학기술, 사회, 교육, 문화, 정보, 외교(국제), 환경관리, 국정관리, 변화대처 요소들을 지표화하여 국력을 산출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수령과 당, 대중이 하나로 뭉치는 일심단결”을 북한이 제일의 국력으로 보고 있는 “정치사상적 위력”의 ‘본질’로 포장하여 선전했습니다. 북한의 수령과 당 중심의 국력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공산당내 ‘이념의 통일’은 레닌이 러시아 볼셰비키혁명을 성공한 뒤 본격화되었습니다. 레닌 당시에는 당내 ‘이념의 통일’이 최고기관내에서 ‘토론’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스탈린시기에 와서는 ‘강제적인 방식’으로 이루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소련 공산당내에서 이념논쟁이 소멸되었고 소련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자유가 종말을 고하게 됐으며 체제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자주적인 운동’마저 불가능 해졌던 것입니다. 이후 소련의 위성 공산주의국가들은 스탈린의 경험을 ‘개인독재를 위한 완벽한이론’으로 받아들여, 당내 이념을 통일한다는 명분과 그 ‘이념의 통일과정’을 통해 1인 독재를 완성해 나갔습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북한의 ‘일심단결’논리가 더 비(非)인간적이며 반(反)인민적인 것은 ‘당내 이념통일’을 넘어 ‘행동통일’까지 압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더해 수령의 명령과 교시에 의해 당과 주민전체에 ‘이념과 행동 통일’이 강제로 의무화됨으로써 ‘당내 집단토론’과 같은 한 가닥의 민주적 요소마저 완전히 박멸됐다는 사실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일심단결’이 북한의 전후복구기 천리마대고조와 1970년대와 1980년대 사회주의전성기를 이룩한 위력이었다고 미화선전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선대의 치적을 언급하며 일심단결을 강조하고 나선 그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모두 다 잘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북한은 주민들에 대한 정치사상사업을 가장 중시하고 있으며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일심단결’을 체제유지의 생명선으로 여겨 왔습니다. 북한의 세습독재정권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에 대한 안정적인 배급과 고위관료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충성을 유도하기 위해 ‘선물정치’를 이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배급체계는 무너진지 오래되었고 ‘선물정치’에 필요한 자금도 거의다 고갈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할수 있는 방법은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동원하여 대(對) 주민 ‘정치사상 의식화’라는 사상적 통제에 나서는 길밖에 없습니다. 잘 나갔던 과거시대를 회상시킴으로써 현재의 일렁이는 불만을 잠재워 보려는 술책입니다. 최근 태풍으로 인해 미사일기지가 있는 단천지구가 극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정은의 ‘미사일 치적’이 물거품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을 맞게 되자 9월 9일 황급히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7군단을 파견해 단천지역을 봉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완전히 잃을 수 있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일심단결 주장은 정당성과 타당성을 상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경제적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선전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에 맞서 싸우고 당창건 기념일과 당 제8차대회를 위해 당두리에 사상, 의리적으로 굳게 뭉쳐 단결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해 나가자고 촉구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 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스스로 초래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레닌의 제국주의이론도 소련의 붕괴와 함께 ‘철지난 이론’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발전적인 설계도를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 창건행사나 제8차 당대회 개최 주장이 위기극복을 위한 하나의 ‘임기응변책’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짐작도 이미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심단결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