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해 농사 결속으로, ‘식량문제 해결의 돌파구’ 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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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오중석 지국장의 개인사정으로 오늘부터 2주간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이예진: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9월 15일자 1면에 수록된 “모든 힘을 총동원, 총집중하여 올해 농사를 성과적으로 결속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오늘 우리 앞에 나서고 있는 가장 절박한 과업은 농사를 잘 지어 인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식량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여는 것은 인민생활을 하루빨리 안정 향상시키려는 우리 당의 숭고한 뜻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 김일성 생일 110돌과 김정일 생일 80돌을 맞아, 이들의 “애국념원, 강국념원을 하루빨리 실현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 나가자면, 결정적으로 쌀이 많아야 한다”며, “가을걷이와 낟알털기를 최적기에 진행”하여, “쌀로써 당을 받들고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헌신의 땀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군들은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내부예비를 적극 탐구동원하여 농사결속에 필요한 물자들을 제때에 생산보장”하고, “작업조직, 노력조직을 짜고 들며, 분조관리제 안에서 포전담당 책임제의 생활력이 높이 발양될 수 있도록 정치사업과 경제조직사업을 능숙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이예진: 김정은은 지난 2일 열린 제8기 제3차 정치국확대회의에서 올해 식량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조치를 지시했습니다. 이번 사설은 그 지시의 ‘정치적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농사를 잘 짓는 것은 “당과 국가가 최중대시하고, 최우선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전투적 과업”이며, “자기자신과 자식들의 운명, 나라의 존망과 관련되는 사활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알곡증산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기초를 착실히 다져야 신심을 가지고 최종목표 점령에로 확신성있게 나아갈수 있으며, 인민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전진의 시대, 역동의 시대를 보란듯이 열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식량의 자급자족 없이는 다른 부문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제8차 당대회와 새로운 5개년 계획에서 제시한 경제 목표를 이룩할 수 없다는 점을 실토하고 있습니다. 먹는 문제 해결 없이는 사회주의사회 실현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농업생산력 증대의 기초인 ‘농업생산구조’나 ‘농업기술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마저 거부함으로써 친(親)인민적인 ‘식량정책’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북한의 농업생산구조나 농업기술구조에 획기적인 개선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사설을 보면 “포전담당책임제의 생활력이 높이 발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오히려 기존의 방법을 더 강조했단 말이죠. 북한의 분조관리제와 포전담당책임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자력갱생 노선은 항일투쟁 시기 김일성의 ‘무장투쟁 방식’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앞으로도 영원히 지키고 나가야 할 ‘항구적인 전략 노선’으로 삼고 있는 데요. 농업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은 ‘원시시대 농업수준’에서 자족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분조관리제는 전형적인 집단주의 농업형태로 구(舊)소련과 모택동 시기 중국에서 실패로 드러난 제도입니다. 포전담당제는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에 따라 잠시 도입했다가 포기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시대에 한참 뒤진 이 제도는 2012년 ‘6.28 조치’에 따라 ‘포전담당책임제’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지만, 실시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개인 몫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농민들의 열의가 식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협동농장의 폐지 없이 농민 노력착취에 초점을 맞춘 ‘포전담당책임제’는 ‘빈껍데기 개선조치’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예진: 이번 사설을 보면, 사실 해마다 그렇지만 올해 역시, 농업생산 증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올해 북한의 농업증산 투쟁, 계획대로 잘 될까요?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은, 자력갱생노선 아래에서 현실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문’은 노동력을 비교적 쉽고 광범위하게 동원할수 있는 농업부문일 수 밖에 없다는 정책적 판단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또한 북한 통치집단은 김일성 때부터 쌀문제를 사회주의체제의 정체성 문제로 다루어 왔다는 배경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과 아사사태는 사회주의의 근간인 ‘국가배급제’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렸습니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배급제는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의 자본주의적 생활방식과 빈부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비사회주의현상 척결을 주장하며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실현’을 부르짖고 있지만 ‘김일성시기 사회주의’ 수준으로의 복귀는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김정은 세습독재정권은 명분과 실제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가용자원’을 핵무력 고도화에 선차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한, 농업생산량 증대는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도발은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을 어렵게 만들고, 농업기술구조의 악화와 이에 따른 생산량 감소라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이예진: 네 하지만 이번 사설에서는 특히 “새 조국건설을 힘있게 고무추동한 애국농민들처럼”, “전시 다수확 농민들처럼 불타는 애국의 마음으로 나라의 쌀독을 가득 채워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현웅: 당시 북한 농민들은 ‘개인농’이었습니다. 무상몰수 무상분배가 잠시 이루어졌던 시기입니다. 당연히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 정권은 전후복구시기에 ‘신속한 복구’를 명분으로 내세워,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 또는 협동농장 소유로 전환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농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목숨을 연명할 정도의 배급뿐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쌀독을 가득채우는 일은 북한의 ‘식량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수령과 당, 정권기관에 1차적인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벼 재배에는 기후와 지형조건, 영농기술과 자재조달 같은, 농업근로자들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3대째 농업근로자들의 노력동원에만 의존하는 비현실적인 식량증산 정책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예진: 북한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올해 농사가 풍년이길 바래야겠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