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신격화 선전과 일군들의 ‘참된 혁명전사되기’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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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이예진: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9월 20일자 1면에 수록된 “위대한 수령의 혁명전사된 긍지와 자부심을 간직하고 새로운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나아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북한이 “제국주의의 폭제와 전횡을 제압분쇄”하고, “세계 정치구도의 중심에서 국제 정치흐름을 주도해 나가는 국가 실체로 그 위용을 만방에 떨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거대한 업적을 쌓아올린 김정은 동지야 말로 세계가 공인하는 위인 중의 위인”이고,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현 시대의 가장 걸출한 수령”이며, “탁월한 영도력으로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눈부신 변혁을 일으켜 나가시는 창조의 거장”이라고 칭송했습니다.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 근로자들은 “당 대회 결정 관철전은 총비서의 절대적 권위옹위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하루하루를 당 결정 집행과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로 수놓아 가며, “총비서 동지를 충직하게 받드는 참된 혁명전사, 견결한 투사가 되자”고 선동했습니다.

이예진: 북한이 ‘세습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시하는 통치술이 ‘유일지배체제’를 강화하는 것이죠. 이번 사설은 그런 맥락에서 김정은 통치에 대해 ‘예찬과 칭송’으로 일관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정은 통치와 관련하여 ①“지난 10년간은 김정은 동지의 위인적 풍모가 만천하에 과시된 격동의 나날이었다”고 회고하면서 ②“새로운 주체 100년대의 진군길에서 우리 혁명이 사소한 탈선이나 순간의 멈춤도 없이 승승장구할 수 있은 것은 김정은 동지의 탁월한 사상과 영도가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③“보통의 국가 지도자들로서는 몇 백년이 걸려도 이룩할 수 없는 거대한 업적을 쌓아올린 김정은 동지야말로 세계가 공인하는 위인 중의 위인”이라며, 김정은을 찬양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통치 10년을 돌이켜보면, 그의 주요 책무인 ①체제 안전보장, ②경제성장, ③주민생활 안정 모두에서 형편없는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 10년간 핵무기 개발에만 폭주함으로써 주변 유관 국가들로부터 집중적인 견제와 불의의 타격 대상으로 불거져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했으며, 경제적 궁핍은 ‘쌀이 사회주의’라는 구호를 76년 동안이나 외치며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제자리만 맴돌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민생활 안정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10년 통치를 미화하는 ‘주민 속이기’ 선전 책동은 당장 멈춰야 합니다.

이예진: 북한은 수령을 신격화하는 방법으로 ‘대(代)를 이은 수령통치’를 정당화하고있는데요. 이번 사설 역시 김정은의 능력을 신적 영역으로 격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 집단의 끊임없는 ‘수령 신격화’ 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한 사람이 법과 제도를 벗어나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를 1인 독재정치라고 합니다. 북한은 노동자 계급과 당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통치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정치’로 시작했으나, 수령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통치하게 되면서 1인 독재정치로 변질되었습니다. 북한에서 수령제는 1974년 ‘당의 유일사상체제 확립 10대원칙’을 제정하면서 1인 독재체제가 확립되었습니다. 이번 사설은 김정은을 “사상과 영도, 풍모에서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현 시대의 가장 걸출한 수령”이고, “천리혜안의 예지와 비범한 통찰력”의 소유자이며, “탁월한 영도력으로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눈부신 변혁을 일으켜 나가시는 창조의 거장”라고 신격화하고 있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철권통치자’로서의 자질 밖에 없었습니다. ‘처형과 숙청’이라는 공포정치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가까스로 이어가는 폭군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주민들은 노동신문이 선전하는 수령이 왜 필요한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예진: 이번 사설에서 모든 주민에게 강조한 게 김정은의 “사상이론의 위대성, 영도의 현명성, 풍모의 비범성”을 깊이 새겨 “참된 혁명전사”가 될 것을 촉구한 부분인데요.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전체주의 확립’을 선동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가장 큰 이유는 북한 통치집단이 추구하고 있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전체주의 구호’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봉건적 지도 이념으로 주민들로부터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조선노동당은 수령의 도구로 전락해 대중 정당으로써의 역할을 거세 당한지 오래됐습니다. 국가보위성과 같은 비밀경찰도 빈번한 수장의 숙청으로 조직의 활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독점매체 역시 손전화 보급과 사회적 네트워크 발달로 그 효용가치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중앙 집권적 통제도 주민들의 시장 참여 확산으로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 청년들은 집단주의, 또는 전체주의적인 사고와 생활방식보다 자유주의적인 사고와 시장 친화적인 생활양식을 훨씬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균열기에 들어선 북한의 전체주의는 그 어떤 세뇌 선전으로도 되돌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예진: 이번 사설은 일군들에게 “총비서 동지의 하늘 같은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숨이 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혁명임무 수행에 모든 것을 다바칠 결사의 각오”를 요구했습니다. 일군들은 이런 강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지난 2월 8일부터 11일까지 당 제8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어, 불과 한달 전에 임명된 김두일 경제부장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오수용을 앉혔습니다. 그리고 경제에서 중앙통제와 자력갱생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북한 경제의 비효율성은 중앙집권적 계획의 경직성에 기인합니다. 사회주의 중앙계획이 ‘관료조정’과 ‘연성예산제약’으로 경제 현장에서 작동 불가능하다는 것을 수십년의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은 일군들에 대한 통제 목적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내적 자원의 한계를 모를 리 없으면서도 폐쇄적인 자력갱생 경제를 고집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포기한 것입니다. 이처럼 모순에 가득찬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일군들에게 목숨을 건 임무수행을 강요하는 것은 ‘위선의 극치’입니다. 보편 타당성과 상식에 어긋난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일군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예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