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9월 28일자 1면에 수록된 “서로 돕고 고락을 같이 하는 것은 주체조선의 국풍” 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피해복구가 전당적, 전국가적, 전인민적인 투쟁으로 힘있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하나의 사회주의대가정을 이룬 우리 나라(북한)에서만 펼쳐질 수 있는 자랑스런 화폭”이라며, ‘사회주의대가정’이 마치 ‘최고의 사회상(象)’이라도 되는 양 선전했습니다. 이어서 김정은의 “온 나라에 서로 돕고 이끄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미풍이 차넘치게 하여 우리 사회를 ‘일심단결의 대가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소개하며 “우리 인민은 최고영도자를 어버이로 높이 모시고 헌신적 투쟁과 고상한 미풍으로 사회주의대가정을 빛내여 가고 있다”고 과장선전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와 집단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고 남의 불행과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진정을 다하는 집단주의적 생활기풍 속에서 혈연적 유대가 새로운 높이로 승화되고 있다”며, 김정은이 사회주의대가정을 잘 이끌어 가고 있는 것처럼 미화했습니다.
오중석: 오늘날 사회통제를 논할 때, 북한의 사회통제방식이 가장 반(反)인륜적이며 비(非)인간적인 것으로 평가되고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북한 전주민이 피해복구현장에서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처절한 상황을 ‘사회주의대가정이 빛나게 이룩되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여 주민들의 올바른 내면인식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인권적 측면에서 북한을 ‘최악의 사회’로 만든 이념이 바로 ‘사회주의대가정’입니다. 사회주의대가정은 북한 사회를 하나의 가정으로 보고 수령(김일성,김정일,김정은)은 어버이, 당은 어머니, 인민은 자녀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의 ‘사회주의대가정’이 갖고 있는 반(反)인륜성은 모든 사회구성원이 수령의 은덕에 힘입어 살기 때문에 수령에게 죽을 때까지 충성과 효성을 바치는 ‘수령결사옹위전’에 나서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비참한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선전에 설복될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의 사회주의대가정은 지난 60년 동안 주민들에게 영생은 커녕, 단 하루의 안락한 삶도 가져다 주지 못함으로써 경험적으로 이미 파탄난 이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북한의 ‘사회주의대가정’ 개념은 김일성시대에 만들어 졌습니다. 김정일은 이를 ‘붉은 대가정’으로 불렀고, 김정은 시대인 지금, 이번 논설은 ‘일심단결의 대가정’으로 적고 있습니다. 명칭만 다를 뿐 그 요체는 ‘국가의 가정화’ 또는 ‘가정의 사회적 확장’을 통해 주민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북한의 사상이념적 통제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사회주의대가정’은 김일성이 주민들로부터 그의 독재권력에 대한 ‘정당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기 위한 담론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북한 주민은 태어난 이후 유치원 시절부터 여성은 60세, 남성은 65세에 이를 때까지 강력한 사회통제를 받습니다. 사회통제방법에는 ①사상이념적 통제 ②정치조직적 통제 ③감시사찰기구통제 등이 있습니다. ‘사회주의대가정’은 사상이념적 통제수단입니다. 2차 조직인 국가를 1차 조직인 가정과 일원화하고, 가정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유한한 육신의 생명을 준데 반해 어버이 수령은 인민들에게 영원한 정치적 생명을 주는 은혜를 베푼다는 ‘교리’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가정의 가장 좋은 위치에 김부자 사진을 걸어 놓아야 합니다. 또한 영생을 확실하게 얻고 정치적 출세기회를 붙잡기 위해 불에 타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김부자 사진을 구하는 웃지 못할 행동을 거침없이 하게됩니다. 북한 정권의 이와 같은 사회통제방식은 부모에 대한 효의 근본을 왜곡시켜 가정을 파괴하고 인간 본연의 자율적 속성을 억압하여 가족애를 박탈하는 반인륜적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비루스 사태, 태풍과 홍수피해라는 3중고로 인해 사회적 불안정성이 매우 높은 상황인데도 북한 사회 곳곳에서 “사회주의대가정의 모습이 빛나게 실현되고 있다”는 선전성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북한이 현 시점에서 ‘사상이념적 통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에서는 통제가 강한 만큼 통제순응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혜택이 주어져야 하지만, 경제실패로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사회주의대가정이라는 사상이념적 통제를 앞세운 것은 전주민이 피해복구활동에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조직적 통제나 감시사찰기구통제를 강화할 경우, 사회적 통제 자체가 파산 될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또한 이미 공표한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 개최 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마당 생활을 통해 주민들의 개인주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데다, 우리 민족 고유의 추석 명절을 앞두고 부모와 조상에 대한 효의식이 크게 발양될 경우 사회주의대가정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깊이 우려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은 이번 논설의 ‘사회주의대가정’ 실현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만 7세부터 정치조직적 통제대상이 되어 13세 까지는 소년단, 14세부터 30세까지는 청년동맹, 31세부터 여성은 60세 까지, 남성은 65세 까지 농근맹, 여맹, 직맹 등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주간단위 생활총화에 참석하여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을 평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정치조직적 통제를 거부할 경우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범무생활지도위원회 같은 감시사찰기구의 통제에 의해 가차없이 처단됩니다. 이런 폭압적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정치적 경륜과 업적이 빈약한 김정은을 ‘사회주의대가정의 어버이’로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