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0월 4일자 3면에 수록된 “조선노동당은 불패의 위력을 지닌 위대한 향도자이다”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조선노동당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 기초하여 가장 혁명적인 전략전술을 제시하고 전체 인민을 불러일으켜, 막아서는 난국을 정면돌파하였다”며 당의 기능과 역할을 찬양해 나섰습니다. 당의 불패성은 “지도사상의 위대성에 있으며,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당을 가장 존엄높고 권위있는 당으로 위용떨치게 하는 원동력”이라며,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옹호했습니다.
오중석: 1917년 10월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으로 시작된 현대 공산주의혁명은 주도 세력들의 위선과 독선, 그리고 그 파렴치함으로 인해 모두 무너졌습니다. 아직 북한 조선노동당만 여전히 잔명을 유지하며 ‘위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인류가 정치공동체를 형성한 이래 수천년에 걸쳐, 새로운 세력들이 기존의 낡은 정치체제를 뒤집어 업는 혁명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습니다.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사회혁명, 프랑스 대혁명은 그 대표적인 예(例)들입니다. 이들 혁명은 자유와 평등, 인권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인류의 행복과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혁명주도세력들은 혁명의 열매를 독차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대 공산주의혁명은 자유와 평등,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는 내용과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공산혁명 주도세력들은 권력을 장악한 후 수천만명내지 수백만명을 처단하는 공포정치를 실시하였으며 후계자들도 가혹한 독재정치를 이어갔습니다. 레닌, 스탈린, 모택동의 공산혁명과 이들로부터 혁명을 수입한 동유럽 공산국가, 북베트남, 캄보디아의 공산혁명이 모두 그랬습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설은 “조선노동당의 영도따라 나가는 길에는 언제나 승리와 영광만이 있다, 우리 당의 진모습은 인민들에게 행복한 오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내일을 안겨주고 숭고한 이상과 포부로 인민을 깨우치며 새시대로 이끌어 나가는데 있다”고 적어, 북한 주민들을 속이고 기만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조선노동당이 북한 인민들에게 “승리와 영광, 행복”만을 안겨준 당인 양 선전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필승불패’ 의 사회주의혁명이라는 게 무엇이며 이들의 선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조선노동당은 해방이후 소련군정 3년간 스탈린의 소비에트 정치체제를 모방해 공산혁명조치를 전광석화처럼 단행했습니다. 제일 먼저 손 댄 것은 ①1946년 3월에 토지소유제의 폐지였습니다.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는 구호를 내걸고 실시한 토지개혁은 토지를 무상분배 했지만 경작권만 준 것이었으며, 당이 소유권을 독점한 것입니다. 오늘날 북한 경제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조선노동당은 현물세 명목으로 수확의 25%를 거둬갔고 각종 ‘준조세’ 성격의 헌납을 강요해 실질적으로는 수확의 60% 이상을 착취해갔습니다. 1954년에는 토지경작권마저 몰수해, 농민들은 ‘농노’로 전락됐습니다. ②1946년 3월에는 민법을 폐지하여 집, 땅, 기업, 공장, 교회, 학교, 병원 등 모든 개인 소유를 강제로 몰수해 사적 소유제도를 아예 없앴습니다. ③1946년 8월에는 중요산업 국유화 조치를 통해 대기업과 경제관련기관, 개인소유 중소기업까지 강제로 빼았았으며 이에 반대했던 소유주들에 대해서는 ‘친일파, 악질 반동분자’로 낙인찍어 숙청했습니다. 특히 ④1947년 12월에 실시한 화폐개혁은 당시 구권과 신권을 1 대 1로 교환해 주었는데 교환한도는 당시 평균 월급(1,500원)의 반에 해당하는 700원으로 한정해, 주민들이 소유한 대다수 돈은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는 공산주의 평등인 ‘가난의 평등’이 이루어 졌고, 이후 북한 경제는 지금까지 계속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북주민들에게 승리와 영광, 행복을 가져다 주고 있다는 주장은 과거의 실패를 은폐하기 위한 거짓 선전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조선노동당이 북한 인민들이 김씨 일가 독재정권에 충성을 다하도록 이끌어 가는 ‘위대한 향도적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는 사실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조선노동당은 실패한 공산당입니다. 그 실패의 원인은 북한 체제 형성기에 ‘민주개혁’과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탈을 쓰고 실시한 사유제산제도 폐지, 남녀평등법 실시 등 공산혁명 결과들은 혁명의 기치로 내건 ‘인간해방’이나 ‘인민의 낙원’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비판과 토론 기능을 상실한 조선노동당 일당독재는 수령 개인에게 독재를 자진 헌납하여, 북한 사회를 봉건체제로 후퇴시켰습니다. 이 것도 모자라 헌법에 ‘김일성-김정일 당’이라고 못 박아, 스스로 김씨 일가 사당(私黨)으로 변질되는 것을 자처했습니다.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한다’는 당이 주민들의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을 다짐케 하고, 김씨 일가 억압통치의 ‘주구노릇’을 하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는 75년 동안 무엇하나 업적으로 내놓을 것이 없는 처지에서 당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궁여지책의 하나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일제의 ‘북한지역 공업화’시설을 그대로 이어 받게 된 덕으로 인해 해방 직후 아시아에서 제2의 공업국가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1960년대 초까지는 한국보다 4배나 잘살았습니다. 그러나 조선노동당의 중앙명령식 계획경제제도는 현재 북한을 세계 최빈국중의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노동신문이 조선노동당을 ‘위대한 향도자’라고 제아무리 추켜 세워도 오늘의 북한 현실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