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조선노동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업적 집중 선전”

0:00 / 0:00

'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0월 10일자 12면에 수록된 “조선노동당은 인민대중제일주의 사상과 정치로 승리만을 떨쳐갈 것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노동당은 역사상 처음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 기치를 높이 추켜들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투쟁속에서 거대한 업적을 쌓아올린 위대한 당”이며,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조선노동당의 영원한 정치이념이자 정치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75년간 조선노동당이 이룩한 최고업적은 “인민의 존엄과 지위를 최상의 경지에서 옹호보장해주는 참다운 인민의 나라를 건설한 것”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인민을 위한 혁명위업은 “수령을 대를 이어 높이 모실 때에만 완성될 수 있다”면서 김씨 일가 3대(代)를 ‘인민사랑의 지도자’로 추켜세웠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조선노동당이 역사상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가장 잘 구현하고있는 양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조선노동당이 지구상에서 ‘가장 반(反)인민적인 공산당’이라는 것은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조선노동당이 “인민이 주인된 공화국”을 세웠으며, “가장 정확한 ‘발전방식’을 제시하고 현명하게 영도해 왔다”고 적었습니다. 조선노동당의 75년 역사는 “인민을 하늘처럼 떠받들어 온 인민존중의 역사이고 인민에 대한 희생적 헌신으로 수놓아진 멸사복무의 장정”이며, “후손만대의 행복을 위한 터전을 억세게 다진 서사시적 행로”라고 미화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선전은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북한은 헌법 전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인민은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를 주체조선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라고 적어, 하늘처럼 떠받들어야 할 대상을 김일성과 김정일로 못박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정치와 사상 우위의 자력갱생경제는 인민들의 반(反)독재 민주화 운동의 발현을 억제하고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데 목적을 둔 ‘비인간적인 발전방식’입니다. 아직도 정치범 수용소를 운용하고 있고, 개혁개방을 터부시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후손만대의 행복을 위한 터전을 닦고 있다는 주장은 허위선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10월 10일부터 80일 전투에 돌입했습니다. 불과 4년 전인 2016년에는 제7차당대회를 전후해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를 전개하여 인민들에 대한 무임금 노동착취를 강행했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접어두고 이번 사설은 ”참다운 인민의 나라건설”을 조선노동당의 “최고 업적”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조선노동당은 처음부터 북한에 “참다운 인민의 나라”를 건설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사회주의건설을 위해 내건 주장들은 평등세상 이룩, 민주주의 강화, 생활수준 개선, 도농(都農) 및 지적노동과 육체노동간 격차소멸, 계급없는 사회와 공산주의 지상낙원 건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북한보다 몇 십년 앞서 외치며, 1917년 혁명이후 30년 동안 공산사회 건설을 추진해왔던 소련의 혁명주도세력들은 그들의 주장이 ‘현실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습니다. 정치는 물론이고 사회경제적 모순은 오히려 공산혁명 이전보다 더 심화되고 격해졌습니다. 자본가보다 더 악랄한 착취와 수탈을 일삼는 ‘새로운 계급’이 출현했고, 부문간 차이는 더 벌어졌으며, 민주집중제는 전체주의 독재로 귀결되었습니다. 공산주의 유토피아는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으로만 남게 됐던 것입니다. 구 소련과 동구공산권의 재야 지식인들은 이와 같은 공산국가의 모순을 지적하고 세상에 알리는 데 목숨건 투쟁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이 모순투성이인 스탈린식 공산체제를 북한에 그대로 이식하여 건설한 것을 두고 “참다운 인민의 나라 건설”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소가 웃다가 꾸러미가 터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조선노동당이 75년 동안 “인민의 존엄과 지위를 최상의 경지에서 옹호보장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사설이 조선노동당을 “인민대중제일주의 실현”의 ‘선구자’로 포장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조선노동당은 1970년에 제5차당대회 개최 이후 10년만인 1980년에야 제6차 당대회를 열었고 그 후 무려 36년만인 2016년에 와서 제7차 당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는 책임과 의무를 포기한 행태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조선노동당이 발표한 노선과 전략, 정책들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김정은 조차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5개년 경제계획’이 실패했다고 자인했습니다. 권력구조 역시 당독재에서 개인독재로 변질되었고 지금은 김씨 일가 세습독재로 굳어졌습니다. 북한사회는 오랜 세월, 외부와 단절되어 ‘거대한 감옥’으로 변했고, 인민의 내적 자율성까지 억압받는 ‘자유의 불모지’가 되었습니다. 핵무기개발에 몰두한 결과, 민생은 도탄에 빠졌고 체제안보는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주민불만은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정치국회의와 당대회는 일인독재 유지수단으로 제한돼 움직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노동당은 지난 날의 실정과 치부를 가리고, 학정의 압잡이 노릇을 해온 죄과를 우선 덮고 봐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선전하면서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 김씨 일가 3대에 대한 더 높은 충성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조선노동당과 김정은 정권이 진정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정치이념과 사상으로 삼고 있다면, 김씨 일가 우상화와 독재정치 유지틀로 작용하고 있는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 10대원칙’을 폐기해야만 합니다. 폐기처분 없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외치는 것은 ‘대 주민 기만극’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손바닥으로 해는 가릴 수 있으나 하늘은 가릴 수 없다’는 속담을 잘알고 있을 것입니다. 수십년 동안 입만 열면 거짓말을 일삼는 조선노동당과 통치배들의 거짓선동에 설복될 주민들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인민의 존엄과 지위를 최상의 경지에서 옹호보장해주는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