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반인민적인 ‘김정은권력집중’과 ‘주민통제 강화’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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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0월 15일자 1면에 수록된 “온 나라가 당중앙과 사상과 뜻, 행동을 같이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되게 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정은이 지난 10일 당창건 기념연설에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시내용을 전하면서 온 나라를 ‘하나의 생명체’로 만드는 것은 모든 당조직들과 당원들, 전체 공민들의 신성하고도 마땅한 의무로 된다” 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사업’이 “당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강한 규율과 사업체계를 세우는 것’ 이었다면, 앞으로는 “전당과 온 사회가 하나의 머리, 하나의 몸으로 되게 하는 것”이며, 이 사업의 “새로운 높은 단계로의 심화발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의 이번 지시는 그의 “독창적인 사상”으로 “당의 영도적 권위를 강화하는 위대한 지침”이 된다면서, 당 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결사옹위할 때 “인민의 행복의 웃음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사회주의건설의 새 승리가 앞당겨지게 된다”고 선전했습니다. 당 조직들은 “사소한 반인민적 행동도 나타나지 않도록 교양과 통제, 비타협적인 투쟁을 중단없이 진행”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기존의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사업’과 이번 김정은이 당창건 76돌 기념연설에서 밝힌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사업’과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사업”이, 과거에는 “당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강한 규율과 사업체계를 세우는 것”었다면, 앞으로는 “당중앙(김정은 지칭)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으로 사업의 성격을 변질시켰습니다. 또한 이 사업의 목표는 “전당과 온 사회가 하나의 머리, 하나의 몸으로 되게 하는 것”이고, “온 나라가 당중앙과 사상과 뜻, 행동을 같이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되게하는 것”이라며 사업의 목표와 내용, 추진방향을 바꾸어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영도자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기 위해 헌신분투”하며, “당중앙의 사상으로 숨쉬고 당중앙의 발걸음에 진군의 보폭”을 맞추며, “총비서의 높은 권위를 결사보위하고 혁명사상과 영도업적을 견결히 옹호고수하며 모든 사고와 행동, 실천을 여기에 철저히 지향, 복종시켜야 한다”고 적시했습니다. 이 사업의 실천방법까지 상세하게 밝힌 것입니다. 김정은의 이번 권력집중과 통제강화 직접 지시는 김일성과 김정일시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북한 역사상 초유의 조치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주민들의 내면세계 까지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김정은의 반인권적인 지시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김정은의 권위 높이기’ 선전전도 함께 펼쳤습니다. 노동신문의 ‘김정은 권위조작 선전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총비서는 천리혜안의 선견지명과 특출한 영도력으로 반만년 민족사에 가장 존엄높은 강국시대,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를 열어놓으시고 줄기차게 빛내어 나가시는 혁명의 위대한 수령, 만고절세의 애국자”라며 그의 인성을 칭송했습니다. 또한 “우리 인민에게 만복을 안겨주기 위하여 희생적인 강행군을 이어가는 분이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이라며 그의 지도적 자질을 찬양했습니다. 이어 “우리 식 사회주의의 찬란한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총비서 영도로 인해 공화국의 존엄과 위상은 최상의 경지에 올라서고 사회주의의 전진활로가 열리고 있다”며 그의 업적 아닌 업적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사실과는 전혀 다릅니다. 김정은의 초법적 조치를 정당화 하기 위해 김정은 개인의 인성과 지도적 자질, 업적을 날조하여 선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인성이 바르고 올바른 지도력을 갖추었다면 극단적인 공포정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며 혈육까지 죽이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김정은의 절대권력 강화조치는 북한이 ‘국가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건 이후 ‘정상국가를 지향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반인민적인 조치를 강행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지난 10년간 핵개발외에 안보와 경제, 문화 등 전분야에서 국가발전이 지체되거나 후퇴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겉으로는 강대국건설의 전진도상에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오빠’라는 한류용어 사용조차 엄단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여 일상주민생활까지 통제할 정도로 내구력이 허약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특히 핵무력 완성을 발표한 이후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약속했던 김정은 정권은 올초 제8차 당대회에서 ‘현상태유지’를 의미하는 ‘인민생활안정’으로 경제발전목표를 낮추었습니다.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지역과 계층을 불문하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 내부사정을 고려할 때 이번 김정은의 절대권력강화조치는 주민들의 ‘인민주권 현실화’를 저지(沮止)하고, 김정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형성의 장을 완전히 폐쇄함으로써 수령과 당에 대한 도전세력의 출현을 차단해 보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인체의 모든 기관들이 뇌수의 지령밑에 하나와 같이 움직여야 한다”며, “온 나라가 당중앙과 뜻을 같이하고 당정책관철로 부글부글 끓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김정은의 이번 절대권력 강화조치는 당과 국가의 권력장악을 넘어 주민 개개인의 내면적인 생각과 사고의 영역까지 완벽하게 장악함으로써 전 주민을 자신의 ‘아바타’로 만들겠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권력의 초집중은 왕권신수설에 기초해 전제군주의 권력을 최대로 집중시켰던 절대왕정시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폭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 시대는 종교국가는 물론이고 어떤 유형의 사회주의국가에서도 이와 같은 조치는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중세의 절대왕정시대로 후퇴한 이번 조치를 보고 세습독재정권에 대한 모든 기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