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80일전투, 전민(全民) 총돌격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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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0월 16일자 1면에 수록된 “80일전투에 총매진하여 혁명의 새로운 고조기를 열어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지금 우리 앞에는 다음해 정초에 소집되는 당 제8차대회를 자랑찬 투쟁성과로 빛나게 맞이해야 할 무겁고도 책임적인 과업이 나서있다”며, 80일전투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80일전투선포는 “천재적인 예지와 과학적인 통찰력, 과감한 결단성으로 혁명과 건설을 백전백승에로 이끌어 나가는 우리 당의 비범한 영도력의 과시”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80일전투목표를 “①비상방역 강화, ②재해복구 완료, ③올해 농사결속 및 다음해 농사차비 역량집중, ④경제발전 5개년전략계획 최대수행”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와 같은 투쟁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평양시당위원회의 선도적 투쟁”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1970년대 부터 ‘대중노력동원운동’을 ‘속도전운동’으로 조직화한 이후 당 대회를 전후에 ‘속도전운동’을 정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사설 역시 ‘80일전투’의 목적을 “당 제8차대회를 자랑찬 투쟁성과로 빛나게 맞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당 제6차대회(1980년)를 앞두고 진행된 100일전투와 당 제7차대회를 맞으며 전개된 70일전투는 전체 인민이 당중앙의 권위를 백방으로 옹호보위한 수령결사옹위전, 사회주의건설에서 새로운 기적과 위훈을 떨친 거창한 창조투쟁으로 아로새겨져 있다”고 적었습니다. 북한의 당대회는 직전 당대회에서 발표한 사회주의건설 계획과 목표의 달성 여부를 평가하고 대내외 정세와 주객관적 환경을 고려하여 새로운 계획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북한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전개한 ‘평양속도, 강선속도’와 같은 ‘대중노력동원운동’에서 일시적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성과를 얻게되자, 1970년대부터는 ‘기간을 정해놓고 목표 초과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속도전운동’을 만들어 ‘사회주의건설의 기본방식’으로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이즈음 구 소련과 중국은 노동력 하나만 갖고 경제발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대중노력동원운동’(플레하노프, 대약진운동)을 폐기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50년 전의 국제적 흐름과 추세를 역으로 거슬러 속도전운동을 지금도 강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실패로 드러난 ‘경제발전 동력찾기’를 신속하게 폐기하고 주민들에게 ‘노동의 자유’를 허용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80일전투와 관련하여 “당의 부름이라면 한마음 한뜻으로 떨쳐일어나 산도 옮기고 바다도 메우는 기적을 끊임 없이창조해 나가는 것이 투쟁전통이고 기질”이라며, 전주민의 속도전투쟁 참여를 독촉했습니다. 인민대중제일주의와는 전면배치되는 북한의 ‘속도전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사회주의국가와 독재국가들의 ‘국가실패 원인’을 역사적으로 추적, 연구해온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착취적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를 국가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속도전운동은 남녀노소 전주민을 대상으로, 아무런 대가나 보상 없이 그들의 노동력을 ‘국가’에서 억압적으로 수탈하는 ‘착취적 경제제도’에 따른 것입니다. 이러한 착취적 경제제도는 사회주의 중앙계획경제체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수령과 당이 정당한 근거도 없이 주민들의 노동력을 강제로 착취하여, 극소수 특권층의 권력독점과 호화스런 사치생활, 개인적 명예와 영달을 위해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러한 ‘착취적 경제제도’를 계속 강화해 간다면 경제실패를 넘어 ‘국가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비상방역강화, 자연재해복구, 금년농사 결속과 내년 농사차비 역량집중, 경제발전 5개년전략계획 최대 수행”을 80일전투 목표로 적시했습니다. 이런 목표는 굳이 속도전운동방식을 동원하지 않고도 할수 있는 일상적인 과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일전투를 통해 강제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가장 큰 이유는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이 경제발전 5개년전략계획의 실패 책임’을 모면하려는 데 있습니다. 즉 경제실패로 인한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의 ‘권위손상’을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조선노동당이 전매체를 총동원해, 이번 80일전투를 “당중앙 권위 옹호보위와 수령결사옹위전”이 되게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데서 이와 같은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빈틈없는 주민통제시스템 유지 및 강화에 있습니다. 사설 내용중 “평양시당위원회에서 먼저 들고 일어나 온 나라가 들끓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평양은 조선노동당이 당파성(黨派性)과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심이 검증된 주민들만 모아 놓은 북한 체제유지의 최후 보루입니다. 최근 생필품 부족으로 불만이 팽배해 있는 평양주민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정권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소홀히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인생의 황금시절인 청춘시절에 격렬한 80일전투를 체험하는 것은 더없는 행운”이라며, 청년들의 속도전운동 참여를 강조한 데 이어 “온 나라가 청년들로 들끓게 해야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북한 청년들은 이와 같은 속도전운동 참여 강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청년들은 올 여름 각종 돌격대에 편성돼, 가장 어렵고 힘든 홍수피해 현장에 파견되어, 밤낮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피해복구활동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80일전투의 선봉에 설것을 또 다시 강요하는 것은 무자비한 ‘노동력 착취’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 청년들은 끝없는 희생과 맹목적 충성만 요구하는 북한의 착취적 정치체제와 경제체제가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