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피로 맺은 조중친선 관계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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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0월 25일자 1면에 수록된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의 위훈은 조중친선의 역사와 더불어 길이 빛날것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중국인민지원군의 6.25전쟁 참전(1950.10.25) 70돌을 기해 ‘북중우호관계’ 과시를 위해 작성된 것으로 “중국은 건국초기의 곤란한 형편에서도 조선전선에 자기의 우수한 아들 딸들을 파견하여 우리 인민의 혁명전쟁을 피로써 도와주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제국주의연합세력을 반대하는 공동투쟁에서 “두 나라 인민들의 전투적 단결과 동지적 협조는 국제주의의 모범”으로 되었고, 항일의 전구에서 피로써 맺어진 친선관계는 전쟁의 불길속에서 굳건해지고 불패의 것으로 다져졌다”며 조중관계의 역사성과 국제적 의의를 부각시켰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중국이, 6.25남침 전쟁을 도발했다가 국제연합군의 진격으로 패망직전에 몰린 북한을 구해준 것과 관련해,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혈맹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북한의 고지와 산들에는 “중국인민지원군의 붉은 피가 진하게 스며있고 그들의 위훈이 역력히 아로새겨져 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조선전선참전은 조국해방전쟁의 위대한 승리에 역사적 기여를 했다”며 중국지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북한도 “중국이 ‘국내혁명전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자기의 일처럼 여기고 아낌없는 지원을 주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수많은 조선의 아들 딸들이 중국의 전구들에서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치면서 ‘국내혁명전쟁’이 근로인민의 승리로 끝나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조중혈맹관계’는 많이 변질됐습니다. 김일성은 6.25전쟁 후 맨 먼저 연안파를 숙청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배은망덕한 김일성의 처사를 비난하며 연안파의 복당을 요청했습니다. 중국의 문화혁명당시 홍위병들이 김일성을 수정주의자로 비난하자 조중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번져 대사들이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한중수교, 친중파인 장성택의 처형, 중국에 사전통보 없는 핵실험 등으로 인해 양국은 상호 불만과 불신의 벽이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력보유 이후 중국의 조야에서는 북한을 ‘잠재적 적국’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나돌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중국은 조선전선 참전으로 조국해방전쟁의 위대한 승리에 역사적 기여”를 했으며, “조중 두나라 인민들의 단결과 협조는 국제주의의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아전인수식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먼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의 결과는 북한의 ‘위대한 승리’가 결코 아니며 ‘조국해방전쟁’이라는 용어사용도 동족상잔의 책임을 모면해보려는 ‘기만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6.25전쟁당시 한국은 ‘식민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중국이 민족해방전쟁 승리에 역사적 기여를 했다는 주장은 그야 말로 거짓입니다. 중국의 한반도 공산화를 위한 혁명전쟁지원을 놓고 ‘국제주의의 모범’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의 6.25전쟁 참전은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쳤으며 지금도 끼치고 있습니다. 6.25전쟁을 70년 이상 지속되게 하는 근본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뿐만아니라 한반도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전쟁지대의 하나가 되게 했습니다. 냉전시대 한반도를 동서진영간 극한 대립의 장이 되게 했으며, 북한을 반미의 선두 주자로 몰아넣었습니다. 한반도 현상유지 정책 기조를 지속함으로써 분단을 고착화하고, 평화통일을 지연시키는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습니다. 중국의 6.25전쟁 참여를 ‘국제주의의 모범’이라는 주장은 ‘세계사회주의혁명’ 논리에 따른 것으로 아직도 북한이 전쟁을 통한 한반도 통일을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은 ‘혁명전쟁’의 꿈에서 즉시 깨어나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중국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두 개의 한국정책’ 을 기본적으로 선호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적화통일이나 핵개발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표명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설이 ‘냉전시대 조중관계’를 다시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 등장이후 지금까지 중국의 지원으로 근근히 버텨 왔지만, 문제는 북한체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입니다. 중국에 혈맹관계를 주지시키는 매체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함으로써 중국의 변함없는 지원을 확보해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전략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진다해도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한 국제사회로부터 오는 외교적 고립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며, 경제붕괴로 이어질 경우, 정권붕괴는 시간문제로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70년전 냉전시대 ‘혈맹’ 인식에서 조속히 탈피하는 것 만이 21세기에 걸맞는 조중관계를 바르게 설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일성과 모택동.주은래, 김정은과 습근평의 두터운 친분관계로 인해 조중친선은 동서고금의 류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중국은 ‘전면적 소강사회’를 이룩할 때까지는 한반도의 평와와 안정이 필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역내 평화를 깰 수 있는 북한의 핵무력강화를 달가워 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냉전적 사고와 이를 바탕으로한 대내외정책을 우호적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혈맹관계는 더 이상 아니라는 견해도 심심찮게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이러한 흐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노동신문 조중혈맹 선전이 주민들 사이에서 긍정적 반향을 크게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