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1월 4일자 2면에 수록된 ‘사상문화사업에서 침체와 답보란 있을 수 없다’라는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김정은이 사상문화사업의 침체와 답보에 대해 지적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제국주의 사상문화 책동이 날이 갈수록 집요하게 책동하고 있고 혁명적 단련이 부족한 새 세대들이 사회의 주력으로 등장한 현실에서 ‘우리 식 사회주의’를 지키고 사회주의의 완전 승리와 사회주의문명 건설을 위해서는 사상문화사업을 부단히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김정은이 조선노동당의 사상문화사업의 침체와 답보상태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김정은이 사상문화사업에 대해 우려 섞인 지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논설에 의하면 “김정은은 최근에도 사상문화사업이 침체되어서는 안 된다”며 “경제건설의 전구마다 현대화를 밀고 나가는 것과 함께 우리 식 사상문화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지적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경제건설 현장에서 사상문화사업이 지지 부진했다는 것인데요. 이 것은 경제건설 성과부재에 대한 진단을 잘못한 지적입니다. 경제건설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상문화사업 담당자나 경제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사상문화의식과 생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조선노동당의 경제건설노선과 방식에 근본적인 하자(瑕疵)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초지일관 주장하는 자력갱생노선은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하자는 것이지 현격한 경제개발이나 경제발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노선입니다. 근로자들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스스로 식의주(食,衣,住) 해결을 위해 고행의 길을 가고 있는 벅찬 상황에서 나라의 경제건설에 나설 의지도 육체적 힘도 이미 다 고갈된 상태입니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당 조직과 일꾼들에게 사상문화사업을 강화하라고 한들 경제건설 성과에서 ‘은’을 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불과 보름전인 지난 10월 19일자 노동신문 6면에 실린 ‘보이지 않는 대결, 소리 없는 전쟁’이라는 정세론 해설 기사를 통해 ‘사상문화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 정권이 강조하고 있는 사상문화사업의 내용은 무엇이며 그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최근 북한이 주장하는 ‘사상문화사업’은 국제사회가 대중보도수단을 이용하여 북한에 대해 사상의 자유, 민주주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그 개선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는 데에 대항하려는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런 지적을 핵무기 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여기에 대응한 사상문화사업을 게을리하면 체제가 무너지게 된다며 사상문화사업의 정당성과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사상문화사업의 중점내용은 ① 먼저 주민들에게 “제국주의사상문화는 패륜패덕, 살육과 강탈, 비애와 절망을 고취하는 것이며 사람을 정신적 불구자로, 도덕적 타락분자로 만든다”는 것을 주입시키라는 것입니다. ② 그리고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이 생겨나고 사상정신적 와해와 변질현상이 나타나면 각종 범죄와 부화 방탕한 생활이 성행하며 사회주의제도 자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③ 또한 사람들의 머리 속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되므로, 자주적인 사상의식과 진보적인 사상이 들어차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사상문화사업은 북한 주민을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사상과 문화의 틀 내로 가두어 인간 개인의 본성을 말살시키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국민들을 ‘획일적인 단일사상이나 문화의 틀’내로 가두어 통제하지 않습니다. 인간 이성과 감성의 산물인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국민 모두가 자기의 자유의지와 결정에 따라 선택하고 폭넓게 향유합니다. 북한의 사상문화사업은 주체사상 외에는 어떤 사상도 허용되지 않으며 이런 왜곡 선전이 노리는 것은 북한 주민들은 주체사상으로 꽁꽁 얽어 매어 ‘주민사상 해방’을 차단하고, 김씨 일가의 유일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데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서는 그 전 단계로 ‘사회주의문명 건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상문화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사회주의문명 건설을 경제강국 건설의 선행조건으로 연결시킨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사상문화사업을 강화해야 할 이유로 북한이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는 당당히 올라선 오늘 경제강국 건설과 사회주의문명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할 중대한 투쟁과업이 나서고 있다고 하여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제강국 건설에 ‘사회주의문명 건설’이라는 투쟁과제를 동등한 위치로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또한 사상문화사업은 사회주의문명 건설이라는 새로운 투쟁과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북한이 현재 시점에서 사회주의문명 건설을 새롭게 제시한 것은 경제강국 건설이 국제사회 제재로 인해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이에 대한 주민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한 술수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했습니다. 올해가 4년차인데, 북한 경제 실상은 후퇴하여 거꾸로 가고 있으며 마지막 해인 내년에도 북한경제가 나아질 전망은 전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첫 번째 경제개발계획이 실패로 끝나게 될 경우 김정은의 신적 권위는 땅에 떨어질 것이며 이는 곧 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같은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사회주의문명 건설’ 구호를 꺼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새로운 구호로 물타기 하여 경제강국 건설 실패에 따른 김정은의 책임을 사상문화사업 주체와 객체들에게 전가, 분산시킴으로써 다가올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저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주민들은 이번 논설이 주장하고 있는 사상문화사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사상문화사업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혁명적인 노래 보급사업, 예술소조활동’을 거론했습니다. 혁명가요를 보급하는 사업을 전개하라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혁명투쟁의 전사들로 다시 단련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혁명가요 보급과 부르기 대회가 전국적으로 진행될 것이나 주민들의 자발적인 호응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술소조활동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건설과 생산현장에서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근로자들은 예술소조들의 선전선동에 흥을 잃은 지 오래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오랜 세월 반복되는 구태의연한 이야기와 노래, 구호는 근로현장의 주민들의 심금을 울리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