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지도력’ 찬양속, ‘충성의 전투성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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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1월 28일자 1면에 수록된 “전당, 전민이 고락을 함께하며 힘차게 전진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2020년 올해를 “자연재해, 적대세력들의 가혹한 고립압살 책동과 초강도의 비상국면, 국가의 안전과 인민의 안녕을 위협하는 엄혹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이 벌어진 운명적인 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강국건설의 전진발전을 위한 귀중한 진일보를 이룩했으며, 우리 식, 우리 힘, 우리의 자원에 의거하여 난관을 딛고 도약해나가는 투쟁방식을 더욱 깊이 체득하게 되었다”고 선전했습니다. 이런 ‘선전성과’들은 “김정은 동지의 노숙하고 세련된 영도의 결실”이라며, 김정은을 “비범한 선견지명과 강철의 담력, 탁월한 영도력과 숭고한 인덕으로 조국과 인민을 승리와 번영의 한길로 향도해 나가는 희세의 정치가, 인민적 수령”이라고 찬양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올초부터 지금까지 겹겹으로 이어지고 있는 어려움과 고난이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내부 정책적 요인이나 지도력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인데요, 관련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올해 북한의 어려움을 표현함에 있어 “정초부터 하루 하루, 한걸음 한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심각한 도전 및 장애와 부닥친 시련의 연속”이었고, “세계적인 보건위기와 연이은 자연재해는 적대세력들의 가혹한 고립압살책동을 짓부시고 높은 발전목표를 점령하기 위한 투쟁에 상상을 초월하는 난관을 조성했다”고 적었습니다. 국제제재와 자연재해, 코로나비루스사태를 고난의 ‘3대 원인’으로 지목한 것입니다. 외부요인에 의한 ‘어려움’을 부각시키기 위해 “중첩된 격난, 사상초유의 재난과 재해, 준엄한 시련”이라는 용어들을 반복적으로 동원하여 주민들의 ‘순응적 이해와 감응’을 유도했습니다.그러나 북한의 ‘역사적 고난’ 원인을 외부적 요인에서 찾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한 소극적 대비와 세계평화와 역내안정을 파괴하는 핵무력 고도화, 코로나비루스사태에 대한 경직된 대응과 같은 북한 통치집단의 정책적 실패가 더 큰 요인입니다. 이번 사설이 80일전투에 대한 주민불만 관리차원에서 올해의 어려움을 부각시키는 선전임을 인정한다해도 원인규명은 사실에 입각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이 사상초유의 난관속에서도 김정은의 “노숙하고 세련된 영도”에 힘입어, 올해를 “투쟁의 해, 전진의 해, 단결의 해”로 만드는 “빛나는 결실”을 이룩했다며 김정은 찬양과 업적부각에 많은 양을 할애했습니다. 노동신문의 이와 같은 ‘후진적 개인우상화’ 선전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1967년 ‘유일사상체계’를 수립함으로써, 북한체제가 ‘수령’ 한 사람이 지배하는 독재국가로 전락된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정치적 자주’와 ‘경제적 자립’을 표방하며 등장한 주체사상도 ‘유일사상체계’와 결합되면서 수령독재를 합리화하는 ‘기상천외한 독재이론’으로 변질됐습니다. 이로 인해 역사적 정당성과 지도이념으로서의 기능 및 역할을 상실하게 된것입니다. 권력정통성문제에 직면한 김정은은 공포정치를 이어가며 ‘유일사상체계’를 ‘유일영도체계’로 자기 시대에 맞게 손질하는 작업(2013.6.19)을 감행했습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복잡한 국제적 쟁점과 지구적 차원의 환경•질병 문제들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도자 한 사람의 ‘예지와 영도’로 풀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노동신문의 ‘개인우상화’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입니다. 김일성 당시의 우상화논리를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간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은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실패를 공식인정(8.19제7기 6차 당중앙 전원회의)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예지력과 영도력”을 찬양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노동신문이 이처럼 김정은의 ‘지도력’ 제고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지도력은 경쟁선거를 통해 검증된 지도력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당내 ‘민주집중제’를 거쳐 도출된 지도력도 아닙니다. 사회주의나라에서는 금기시하고 있는 ‘혈통승계’를 주민동의와 무관하게 ‘원칙’으로 세워놓고, 대(對) 주민 ‘선전선동’ 공작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지도력’입니다. 그렇더라도, 김씨 일가 3대의 지도력 묘사는 개인적 특성에 따른 차이가 분명히 있어야 정상입니다. 선대(先代)들과는, 역사적 시기와 주객관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주어진 과제를 풀어나가는 지도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번 사설이 김정은의 ‘지도력 찬양’에 집중한 것은, 김정은이 당 위원장과 정무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권력통제의 고삐는 탈없이 쥐고 있으나, 주민사회생활을 일사불란하게 장악하는 데 필요한 ‘가부장적 지도자’로서의 지도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우상화선전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도력으로는 각자도생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일탈행위를 다 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내년 당 8차대회에 높은 성과를 드리기 위해, 천리마시대 주인공들 처럼 80일전투에 매진할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노력착취’ 선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과거 사회주의나라들의 진로선택을 살펴 보면, 현재 북한체제와 같은 처지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경우, 1950년대 노동집약적 사회주의건설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체제수정에 나서거나 통치전략의 대변화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통치집단은 이러한 ‘상생적 변화’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80일전투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봉건적 독재권력 강화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는, 이번 사설에 강한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