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6일자 1면에 수록된 ‘당(黨) 제8차대회를 향하여 총공격전에 더욱 박차를!’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정은의 통치 9년을 “민족의 반만년 역사앞에 불멸할 업적을 쌓아 올린 위대한 9년, 조국청사에 무궁토록 빛날 성스러운 9년”이라고 극찬하면서 그 성과사례로 당 제7차대회 직전에 벌린 70일전투의 성과를 제시했습니다. 지금은 전 주민이 “성스러운 9년역사를 더욱 빛내기 위해 ”당 제8차대회를 앞두고 전개하는 80일전투에서 영도자에게로 향한 충성의 일편단심을 더욱 순결하게 정화하고, 100%, 1000%의 열도로 당(黨)을 따르며, 참된 애국충신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80일전투 연말마감을 앞두고, 주민들의 노력착취를 최대로 이끌어 내기 위해, 주민들을 채찍질하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관련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2016년 진행한 70일전투의 ‘성과와 그 의미’를 높게 평가함으로써 주민들을 심리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으로 노력착취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습니다.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 “선전선동력과 수단들을 총동원, 들끓는 전투장마다 방송(放送)선전, 직관(直觀)선전, 강연(講演)선전, 예술(藝術)선전 등 정치사상사업을 벌려 대중의 정신력과 창조력이 비상이 앙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때 처럼 80일전투 참전자들에게 “당 제8차대회를 성대히 맞이하여야할 성스러운 사명이 지워져 있다”며, “초불처럼 자기를 깡그리 바치는 헌신을 향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 할 것”을 선동했습니다. 이런 기사가 극악무도한 선전선동인 것은 70일전투와 80일전투가 북한 주민을 위한 전투가 아니라, 김정은의 업적만들기를 위한 전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전선동기사에는 주민들의 인간 존엄성과 삶의 향상에 대한 표현은 단 한자도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주민들에게 ‘충신의 상’을 상세히 적시함으로써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나섰습니다. 노동신문의 ‘충신되기 강요 선전 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충신의 상’으로 세가지 상을 제시했는데요. 먼저 ①”영도자 앞에 충성의 맹세로 시작되고 그 맹세에 대한 총화로 끝나는 충성과 의리의 한생”을 예로 들었습니다. 다음은 ②”우리시대 인간이 오를 수 있는 가장 숭고한 경지가 있고, 주체형의 혁명가가 바랄 수 있수 있는 최대의 숙망인 일편단심의 한생”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③”영도자의 사상으로 숨쉬고 영도자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살며 투쟁하는 혁명가”를 제시했습니다. 전주민들에게 김정은의 ‘신민(臣民)’이 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런 선전행태는 주민들의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사고를 말살시켜, 독재자 한사람의 노예로 살게 하려는 ‘전주민 신민화’ 책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대와 역사를 거스르는 노동신문의 대(對) 주민 ‘신민화 공작선전’은 당장 멈춰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80일전투에서 ‘물질적 성과’ 뿐만 아니라, 전주민의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같은 ‘사상적 성과’의 극대화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노동신문이 ‘사상적 성과’를 강조하고 나온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현재 북한은 스스로 시인하고 있듯이 ‘전대미문의 난국’에 처해 있습니다. 이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 반드시 들불처럼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통치자’에 대한 불만입니다.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개선 없이 지속될 경우,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9년 통치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눈을 뜨게 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김정은 9년 통치에 대한 실망은 ‘통치의 정당성 문제’로 비화 될 것입니다. 통치정당성은 ①역사적 정당성과 ②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③과업 정당성이 뒤받침되어야 하지만, 김정은이 북한체제 수립과 형성에 기여한 적은 없습니다. 권력승계는 측근들에 의해 밀실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아예 상실하고 있습니다. 핵무기개발 업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체제 출범이후 가장 큰 유훈이자 전주민의 숙원인 ‘경제적 생존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업적 정당성도 내세울 수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관영매체를 동원하여 김정은의 개인권위 세우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이와 같은 통치정당성의 결함에서 오는 위기발생을 차단하고 독재정권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 방식으로 사상사업을 전개한다해도 ‘허위선전’으로 만들어지는 권위는 반드시 무너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은 80일전투현장에서 가시적인 ‘물리적 성과는 물론, 본인의 정치적 생명줄이 달린 ‘사상적 성과’까지 만들어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극한적 상황’을 알면서도, ‘신민(臣民)’이 되기를 강요하는 이번 선전기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이 지난 9년간 이룬 ‘업적’은 핵무기 개발외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핵무기 개발로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코 앞에 닥친 ‘생존의 위협’ 뿐입니다. 김정은의 ‘영도’를 지난 9년 동안 말없이 따랐지만, 나아진 분야는 없고 모든 분야가 후퇴했습니다. ‘경제강국건설’ 약속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김정은 집권이후 사상적 질곡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완전한 신민되기’를 앞장서 외치는 이번 기사에 대해 강한 반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