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7일자 1면에 수록된 ‘전당(全黨)이 백두의 혁명전통으로 철저히 무장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혁명전통교양의 방법으로 백두산 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조선혁명박물관과 혁명사적관 참관사업 조직, 혁명전통 주제의 영화 및 소설, 출판보도물, 문학예술 작품을 통한 교양강화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조선노동당은 혁명사적물 보존관리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당원과 근로자, 인민군과 청소년들을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튼튼히 무장시키는데 적극 이바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백두산과 관련된 ‘구호와 담론’을 통해 주민에 대한 새로운 정치사회화 작업을 꾸준히 전개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2014년에는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 정신’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백두산 영웅청년정신’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사설은 ‘백두의 혁명전통’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김정은은 백두산 바로 아래 혁명의 고향인 삼지연군을 현대식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자신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삼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온 결과, 지난 12월 2일 ‘2단계 개발사업’의 성공적 완공을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정은이 삼지연군 개발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백두산을 오르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공개보도하여, 백두산과 개발된 삼지연군의 변화모습을 김정은의 주민통치 기제로 만들기 위해 고심해왔습니다. 이번 사설이 주장하고 있는 ‘백두의 혁명전통 교양’ 사업은 그 결과로 볼 수 있습니
다. 김정은의 삼지연군 개발업적을, 김일성과 김정일이 항일투쟁의 근거지, 북한 혁명의 성지로 만들어 놓은 백두산 상징체계와 연결시켜, 김정은의 삼지연군 건설업적을 혁명전통의 반열에 올려 놓음으로써, 김정은의 통치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설 내용중에서 “김정은과 당의 영도 밑에 백두산 아래 첫 동네인 삼지연군이 혁명의 고향군 답게 면모가 일신되고 혁명전통교양의 중심지, 실체험지, 대전당으로 훌륭하게 꾸려졌다”고 기술한 대목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백두의 혁명전통을 “혁명의 명맥을 이어주는 피줄기이며, 혁명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지도사상과 이론, 방법이 구현되어 있는 대백과전서”라고 주장했습니다. 혁명전통 교양의 본질과 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김일성과 김정일시대에 주장했던 혁명전통은 김일성이 일제(日帝)시기에 만주와 백두산 일대에서 전개했다는 항일투쟁의 정신과 경험, 그 방법을 북한 혁명과 건설에 그대로 적용해야 할 뿐아니라 자손만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일성이 일제시기에 전개했다는 항일투쟁은 김일성이 권력을 독점한 이후 개인 우상화를 위해 대부분 과장되고 조작됐던 것들입니다. 당시 일제문헌이나 중국공산당 기록에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일성이 당시 중국공산당 소속으로 활동했으므로 중국공산당 기록에는 나와 있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북한만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혁명전통의 사실여부 문제가 대두되어 왔습니다. 김일성의 백두산을 배경으로한 항일투쟁 업적과 그 선전내용은 인위적으로 조작된 역사왜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혁명전통교양이 노리는 것은 김일성 개인의 우상화와 이를 통한 김정은 독재세습정권을 공고히 하려는 술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룩한 북한 혁명과 건설을 김일성 개인의 공헌으로 치부하는 행태는 북한의 진정한 살길을 질식시키고 북한체제의 쇠퇴와 붕괴를 앞당기는 첩경(捷徑)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에서 혁명전통은 김일성 개인숭배, 독재권력 절대화, 부자권력세습과 같은 북한 체제의 부정적 요소들을 합리화하는 핵심도구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이번 사설이 혁명전통을 다시 강조하고 나온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김정은 정권은 8년이 다되어가지만, 권력세습과 관련해 주민들을 납득시킬만한 정치적 업적이나 정책적 업적을 이룩하지 못했습니다. 김정은은 주민들의 자발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검증된 정치적 자질이나 업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권력 유지를 위해
서는 선대(先代)들이 이룩해 놓은 정치적 권위를 활용해야만 하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선군정치를 유훈으로 받들어 핵무기 개발에 진력함으로써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최근 또 다시 말폭탄을 주고 받는 미북(美北) 관계가 말해주고 있듯이 핵개발의 결과는 오히려 북한의 안보와 경제, 주민생활 전반을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현상유지 수준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예측되고 있으며 미국의 대북 군사제제가 본격화 될 경우 체제붕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군부는 물론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번 북한 혁명전통교양 추진은 김정은 정권의 안보와 경제의 실패책임을 무마시키고 주민들의 저항분위기를 사전에 제압하며, 대미(對美) 강경노선을 펼치기 위한 대내결속 도모 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는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혁명업적을 만대에 길이 빛낼 수 있도록 혁명전통교양에서 ‘된 바람’을 일으키고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와 같은 백두의 혁명전통 교양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백두의 혁명전통교양의 장소로 삼지연군을 지목하고 북한 전 주민들이 삼지연군 읍지구 답사에 나설 것을 독려했습니다. 북한 주민 모두가 답사행군인 이른바 ‘백두산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엄동설한에 삼지연군이라는 오지를 답사한다는 것은 헐벗고 굶주림에 지쳐 있는 주민들과 어린 학생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줄 것입니다. 백두의 혁명전통은 일제시기 빨치산식, 게릴라식, 유격대식 투쟁전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일제(日帝)에 항거했던 김일성의 투쟁방식은 현대 전에서 유효성이 상실된 무용지물에 가깝습니다. 백두의 혁명전통 교양은 첨단과학과 스마트파워가 대세인 오늘날의 시대적 흐름이나 정서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북한 주민들의 사고를 일제(日帝) 시기 김일성의 사고체계에 꿰어 맞추려 한다는 점에서 퇴행적인 사상사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이번 겨울, 혁명전통 교양을 통해 주민들에 대한 사상적 통제가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김씨 가문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를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