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주민 대상 ‘김정일 아바타 만들기’, 유훈교양사업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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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12일자 1면에 수록된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는 우리 인민의 혁명적 풍모”라는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김정일의 유훈은 “사회주의 강국건설과 주체혁명위업완수를 위한 가장 과학적이고 백과전서적인 강령적 지침”이며,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절대로 변할 수 없는 혁명투쟁의 진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인민들은 김정일의 “충직한 전사, 제자”로서, 김정일의 교시를 “자자구구 학습하며, 자기 신조, 자기의 뼈와 살로 만들고, 사업과 생활에 철저히 구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9년 동안 김정일의 유훈을 빛나게 관철한 “도덕의리의 최고 화신”이라고 찬양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김정일의 유훈을 당 노선(路線)이나 정책으로 개념화하는 차원을 넘어, 전주민이 “자기의 신조(信條)이자 뼈와 살”로 만드는 ‘체득화’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인데요.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김정일의 가르침은 “새로운 주체 100년대 진군길에서 우리 인민이 심장 깊이 새긴 철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령의 사상과 뜻을 얼마나 귀중히 여기고 받드는가는 김정일에 대한 충실성을 특징짓는 기본척도”라고 밝혔습니다. 인민들에게 “김정일의 유훈을 끝까지 관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신성한 혁명임무는 없다”며, “유훈관철을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모든 것을 여기에 지향복종시켜나갈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고 있는 인격적 주체입니다. 인간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그리고 그 누구라도 침해하거나 강압적으로 억압해서는 안되는 천부인권이 부여돼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주민들의 ‘천부인권’을 짓밟고 말살하려는 ‘유훈체득화’ 교양사업은 중단해야 합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김정일의 유훈관철 여부’를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검증하는 기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전주민 김정일 아바타만들기’ 책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김정일의 유훈관철을 “그 어떤 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절대성, 무조건성의 원칙에서 끝까지 실천해야 할 사업”이라고 적어, 유훈관철에 예외나 열외가 없다는 점을 확고히 했습니다.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김정일이 준 교시와 과업들, 그 관철을 위한 방침들을 빠짐없이 정립하고,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깊이 침투시켜 유훈을 환히 꿰들고 뼈에 새기도록 하는 사업이 심도있게 벌어지고 있다”며 유훈 교양사업을 독려했습니다. 유훈관철 교양사업은 “김일성-김정일주의연구실과 혁명사적교양실, 혁명연혁소개실을 비롯한 교양거점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북한의 전지역에서 ‘김정일 아바타 만들기’ 교양사업이 일사불란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통치집단의 전주민 ‘김정일 아바타 만들기’는 스탈린의 철권통치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감시와 지원활동이 실시간대로,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2천 5백여 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을 한 사람의 생각과 뜻으로 일색화하려는 책동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김정은 정권은 9년전 출범 당시, ‘김정일 유훈통치’를 공식선언(2011.12.22. 노동신문 사설)하고 세습권력의 안착을 도모해왔습니다. 그러다 2016년 5월에 당 제7차대회를 개최해 독자적인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렸습니다. 현재 5년여의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번 논설이 ‘김정일 유훈통치 교양사업’을 철저하게 주문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유훈통치는 ‘사망한 김일성과 김정일이 생전에 남긴 교시와 교훈으로 북한 주민을 통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7월 8일 직후 부터 1998년 9월 헌법을 개정하고 김정일 정권의 공식출범 이전 까지 ‘김일성 유훈통치’를 실시했습니다. 김정일의 ‘김일성 유훈통치’는 ①카리스마와 리더십이 부족한 김정일이 김일성의 권위를 빌어 권력에 대한 도전을 사전에 봉쇄하려는데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②권력이양기 체제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③세습권력의 신성불가침적인 권위를 세우며, ④세습권력의 통치체제를 정비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김정일의 ‘김일성 유훈통치’ 배경과 이유를 비추어 볼 때 이번 노동신문의 ‘김정일 유훈통치’ 강조는 김정은 정권이 현재 심각한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불안정 요인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또는 완화 실패에 따른 김정은의 권위손상, ②80일전투 노력착취 장기화로 인한 주민불만 팽배, ③당 8차대회를 앞두고 예고(11.29 정치국 확대회의)된 당 핵심조직 개편작업의 여파 등을 지목해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김정일 사망 9주기를 앞두고 김정일 개인우상화의 일환이라는 점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김정일 유훈통치’ 9년을 참고 묵묵히 견뎌냈지만 삶은 더욱 피폐해졌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비참한 현실을 눈앞에 두고 ‘김정일 유훈 체득화’를 주장하는 이번 논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은 ‘조선반도 비핵화’가 김일성과 김정일의 변함없는 유훈이라고 대내외에 공언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미사일과 잠수함을 만드는 일에 폭주(暴走)했으며, 지금도 핵무력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겉다르고 속다른 김정은의 ‘유훈통치’를 보면서 ‘진정한 유훈’이 무엇인지 이해 할수 없게 됐습니다. 따라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유훈을 체득화하라는 이번 논설 주장을 외면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