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27일자 1면에 수록된 “사회주의헌법을 철저히 구현하여 우리 조국을 인민의 나라로 더욱 빛내이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1972년 북한 사회주의헌법을 “김일성이 작성, 채택한 것”으로 소개하면서, 사회주의헌법은 “인민의 의사와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인민의 이익을 철저히 옹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는 가장 인민적인 헌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은 사회주의헌법을 수정보충하여 김일성-김정일헌법으로 명명하고, 국가법체계를 완비했다”고 밝혔습니다. 각급 당조직들은 “법무생활에 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교시 및 당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고, 법기관들과 법집행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강화하여 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가 철저히 구현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사회주의헌법이 “인민의 의사와 요구, 이익을 충분히 반영하고 철저히 옹호하는 가장 인민적인 헌법”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실제 법규와 규범의 운용를 보면 거짓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사회주의헌법이 “모든 분야에서 전체 인민에게 참다운 자유와 권리를 부여하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온갖 조건들을 법적으로 담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각급 당조직들은 “인민들의 사회주의법무생활에 대한 당적지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법무생활과 관련한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교시와 당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사업을 짜고 들어 진행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헌법보다 수령의 교시와 당의 방침이 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못밖았습니다. 더 나아가 “법무사업에 대한 당적 지도를 당위원회적인 사업으로 전환”시키고, “법기관들과 법집행에 대한 정책적 지도를 강화”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사회주의법무생활 지도에서 헌법 기관이나 헌법보다 당과 당 정책의 우위성과 선차적 적용을 잊어서는 않된다는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사회주의헌법이 인민의 이익을 담보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 선전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 헌법이 “가장 인민적인 헌법”이라고 선전하면서도, 수령의 교시나 당 정책보다 하위규범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세계 대다수 나라들의 헌법이나 규범체계와는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북한 헌법의 ‘정치적 종속’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정권은 출범 초기 마르크스와 레닌의, “상부구조인 법은 하부구조의 변화로 인해 사회가 공산사회로 전환하게 되면서 사멸할 수 밖에 없다”는 ‘법사멸론’에 따라 헌법의 규범적 가치를 경시했습니다. “일제잔제와 봉건유습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사회주의혁명과 건설에 돌입한 후에도 수령의 교시와 당의 방침이 체제의 핵심규범으로 기능했으며, 헌법은 대내외 과시용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북한 규범체계의 이중성은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짓 밟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북한은 법치가 아니라 수령의 인치가 지배하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사회주의헌법은 ‘김일성-김정은헌법’으로 명칭이 바뀌고 각 분야 활동이 법에 의해 이루어지는 ‘법치국가’의 외형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는 일부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정치적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공장, 기업소와 같은 ‘경제적 공간’에서 당의 법적통제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이 ‘경제분야’에서 인민법무생활지도를 특별히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현재 북한은 자력갱생을 ‘항구적인 전략노선’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항구적인 전략노선은 장기적이며 불변하는 노선입니다. 이번 사설은 ①사회주의법을 철저히 구현하는 것은 “경제전반을 활성화하고 우리 힘으로 사회주의건설을 다그치기 위한 기본요구”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②경제관리분야에서 “법질서를 강화하고 사회주의법의 조직동원적 작용을 높여야 자립경제의 우월성을 최대로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③생산계획을 무조건 수행하도록 “법적통제를 강화하여야 경제전반이 활력있게 전진하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설 내용으로 볼 때, 현재 진행중인 80일전투가 끝난 후에, 다시 새로운 ‘노력동원 전투’를 전개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활동에 대한 당 조직의 법적통제 강화 주문은, 장기적인 노력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근로자들의 대열이탈이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각자도생’ 방식의 생계유지확산으로, 북한 경제의 상징인 ‘계획경제’와 자력갱생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보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 헌법을 인민을 위한 “대정치헌장”이라고 선전하면서도, 법무생활에서는 헌법보다 “수령의 교시와 당의 방침”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말만 앞세우는 “인민이익 구현”이란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북한 헌법이 “인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인민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①수령을 정치법률적으로 보위하고 ②당의 노선과 정책을 관철하며 ③사회주의 전취물을 수호하는 기능에 국한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북한 헌법 제11조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노동당의 영도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는 규정에 의해 수령의 교시와 당의 방침, 당의 유일영도체계확립 10대원칙이 헌법보다 우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 헌법의 태생적 기능제약은 ‘법에 의한 국가운영’ 이라는 현대 국가의 법치주의 기본이념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이민위천’의 좌우명과 ‘인민대중제일주의’ 이념구현을 위해 헌법을 새롭게 손질하고, 헌법에 대한 수령의 교시와 당 방침의 관여를 차단해야만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왜곡된 규범체계를 수정보완하는 작업이 이루어 지지 않는 이상 ‘사탕발림식 선전’을 곧이 곧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