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체농법과 농업발전 5대요소의 철저한 구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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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29일자 1면에 수록된 “우리 당이 밝힌 농업발전의 5대 요소에 관한 사상의 정당성”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주체농법에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숭고한 뜻이 집대성”돼 있다며 주체농법의 핵심이 식량의 자급자족임을 밝혔습니다. 농업발전 5대 요소는 “조선노동당이 김일성의 주체농법을 계승하여 발전시킨 것으로 종자혁명, 과학농사, 새땅찾기, 저수확지에서의 증산, 당적 지도 강화”라고 적었습니다. 이 ‘5대 요소’는 “농업생산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오게 하는 위력한 보검”이며 “농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수 있는 방향과 방도를 밝힌 독창적인 사상”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모든 일군들과 근로자들은 ‘농업발전 5대 요소’에 관한 사상의 진수와 정당성을 깊이 체득하고 철저히 구현해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하는 데 적극 이바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김일성이 창조했다는 ‘주체농법’은 실패한 농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논설은 주체농법을 “우리 나라 실정에 맞는 우리 식 농법”으로 “알곡생산을 비할바 없이 늘어나게 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선전했습니다. 주체농법과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은 주체농법을 “불리한 자연 기후조건에서도 높고 안전한 수확을 거둘수 있게 한 우월한 과학농법, 집약농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주체농법은 그 태동에서부터 부도덕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는 ‘주체농법’은 김일성종합대학 농업생물학과의 한 교수(엄녕섭 박사)가 정리한 ‘농사방법’이었다는 것입니다. 김일성이 그 교수의 연구결과를 가로챈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김일성이 북한의 기후와 지리적 환경에 맞지 않는 ‘농법’을 자의적으로 추가하여 자기 이름으로 ‘주체농법’을 발표하고, 이를 농업현장에 일괄적으로 강제적용함으로써 북한 농업의 황폐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원래의 주체농법은 ‘적지적작, 적기적작 원칙’에 따라 포기농사와 모 기르기, 두벌갈이, 병충해 예방 같은 ‘농업관리체계 표준화’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일성은 여기에 ‘밀식’과 ‘다락밭 개간’을 추가하여 북한의 농사를 망치게 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밀식의 문제점은 농작물의 통풍과 광합성 작용 저해, 병충해 방제미흡으로 수확량의 급격한 감소를 낳았습니다. 다락밭은 큰 비가 내릴 때마다 홍수로 토사가 밀려 논밭이 파괴됨으로써 경작이 무산되고 야산이 모두 민둥산으로 바뀌어 치산치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농지가 거의 황폐화 되는 결과를 낳게됐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김일성의 주체농법과 농업혁명방침을 이어 받아 더욱 심화발전시킨 조선노동당의 ‘농업발전 5대 요소’를 “최단시간내에 농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과 방도를 밝힌 독창적인 사상”이라고 선전했는 데요, 북한이 주장하는 ‘농업발전 5대 요소’에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이 내세우고 있는 농업발전 5대 요소는 “종자혁명, 과학농사, 새땅찾기, 저수확지에서의 증산, 당적 지도 강화”인데요,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이미 김일성시대부터 해왔던 농업방식들이라는 것입니다. 즉 과거 농업방식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문제점을 도출하고 이를 개선보완하여 농업생산물을 획기적으로 증산할 수있는 ‘새로운 농업방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 종자혁명은 김일성시대부터 늘 강조했던 요소입니다. 종자혁명의 문제점은 새로 개발된 종자가 북한의 경작 농지에 맞게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종자의 양적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산성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노력은 허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농사 역시 토지산성화 방지, 윤작과 휴경재배, 단작과 연작재배 금지, 비료의 과학적 생산등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실행되는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는 집약농법이라는 주체농법의 원칙때문입니다. 새땅찾기와 저수확지에서의 증산은 다락밭과 다락논의 폐해, 밀식과 토지산성화로 이어졌고, 당적 지도강화는 정치가 농업을 좌지우지하면서 농업과학자와 전문가들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주장과 의견이 묵살되어 농업을 더욱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예를 들어 김정일시대 감자증산은 김일성시대 옥수수재배의 장기화로 토질이 산성으로 바뀌어 있어, 감자농업이 제대로 될수 없는 경작환경이었으나 정치적으로 강행됐으며, 결과는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자급자족이라는 식량생산 목표는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실현이 요원한 상황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주체농법’과 이를 토대로 발전시킨 ‘농업발전 5대 요소’로 북한의 식량 자급자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농법과 농업발전 5대 요소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세력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된 농업증산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주체농법과 농업발전 5대 요소가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역대 정권들은 주민들의 식량부족 문제보다는 김일성의 권위와 세습독재권력이 무너지는 것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식량문제는 근본적으로 자급자족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농업생산면적은 전체 면적에서 가장 넓게 잡아도 20%정도입니다. 그것도 경사지에 돌밭이 대부분이라서 생산력 조건은 최악입니다. 이런 사정은 아무리 토지생산력을 높인다 해도 자급자족할 만큼의 농업생산물을 생산해 낼 수 없습니다. 외부로부터 곡물수입 없이는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없습니다. 하지만 조선노동당은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항구적인 전략노선과 경제방침으로 못박아 놓고 있고, 수령 무오류론에 따라 주체농법의 폐해를 확인하고 있음에도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없어 농법의 개혁과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체농법과 농업발전 5대 요소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입니다. 정치가 농업을 지배하고 집단농업이 계속되는 한 식량자급자족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모든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주체농법에 기초한 ‘농업발전 5대 요소’의 사상적 진수와 정당성을 체득하고 철저하게 구현해 나갈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농업전문가들은 주체농법과 농업발전 5대 요소가 북한의 농업을 개선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의 농업환경은 한랭전선의 북상과 기후 온난화라는 지구차원의 기후변화와 오랜 세월에 걸친 인위적인 경작방법으로 토질도 심각한 수준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새로운 병충해 발생과 자연재해 현상도 자주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된 상황을 포함하여 농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법에 대한 수령의 지시와 당적 지도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농법과 농업문제를 농업전문가와 농업일군 및 농민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할 것입니다. 이런 기대를 오래전부터 해왔던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번 논설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