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대미문의 혹독한 도전과 난관, 정면돌파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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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020년 1월 1일자 1면에 수록된 “주체혁명위업 승리의 활로를 밝힌 불명의 대강”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된 조선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 상정된 ‘의정’과 김정은의 보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가 전하고 있는 전원회의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추구하는 한 비핵화는 없을 것이며 대미(對美) 핵억제력을 항시 유지하겠다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자력갱생원칙 아래 경제의 ‘내각책임제’를 강력하게 실시해 식량자급자족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장기화에 대비한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전 당과 전체 인민이 들고 나가야할 투쟁구호를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로 채택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매체들은 연일 “정면돌파전의 사상과 정신, 전략”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정면돌파전과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정면돌파전과 관련하여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돌파전을 강행해야한다”며 정면돌파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정면돌파전은 혁명의 당면 임무로 보나 전망적인 요구로 보나 반드시 수행해야할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오늘의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며 경제정책과도 연관 짓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내세운 정면돌파전은 비핵화 협상과 경제실패로 직면한 최악의 대내외 정세와 이로 인한 전대미문의 혹독한 도전과 난관을 에돌아 가지 않고, 주동적인 공격을 통해 극복해 보겠다는 ‘투쟁전략이자 방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진배치와 24시간 대북(對北) 정찰활동 강화, 각종 전시작전 훈련 실시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 ‘새로운 셈법 요구’와 ‘크리스마스 선물’ 도발을 공공연하게 위협하며 외쳐댄 결과입니다. 자승자박(自繩自縛)입니다. 경제 악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인내력이 요구되는 대화와 협상을 저버리고, 핵무력에 바탕을 둔 정면돌파전을 채택한 것은 패착입니다. 북한의 군사력과 경제력, 주민들의 사상적 응집력만으로는 국제사회의 압력과 제재를 무력화하거나 완화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김정은은 하노이 미북정상회담(2019.2) 결렬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며 지난해 연말까지 진전된 제안이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전원회의’결정내용에서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다각적인 분석과 전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의도한 ‘새로운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의 대미(對美) 불만에서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시험장 폐기와 같은 선제적인 비핵화조치를 실행했지만 미국은 합동군사연습과 한국에 첨단장비 반입, 십여차례의 단독제재 조치를 실행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미국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걸을 때나 경제건설노선을 벌리고 있는 지금이나 전혀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미국과 약속한 공약에 더 이상 매여있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미정책적 입장’이란 것을 밝혔는데요, ①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철회될 때까지 조선반도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며 ②전략무기 개발을 중단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고 ③미국의 핵위협을 제압하기 위해 강력한 핵억제력을 항시적으로 유지할 것이며, ④적대세력들은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 바로 그 것입니다. 이런 언술들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이 주장해온 ‘새로운 길’은 2018년 이전의 ‘비타협적 핵보유전략으로의 회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핵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對)조선입장에 따라 상향조정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추후 도발 명분과 책임전가용 술책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김정은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면서 경제제도를 재정비하고 생산잠재력을 총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내각은 ‘경제사령부’로서 경제의 ‘내각책임제’를 강화하고, 농업전선을 정면돌파전의 주타격 전방으로 정해 다 수확 열풍을 세차게 일으킬 것을 주문했습니다. 북한의 경제 내각책임제와 농업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스스로 “전대미문의 혹독한 도전과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원인은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결정책 고수와 자력갱생 방식의 사회주의폐쇄경제에 있습니다. 이 두가지 잘못된 정책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여 북한체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북한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다는 차원에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의 내각책임제를 주장한 것은 일면 수긍이 가는 조치입니다. 그러나 “내각이 경제사령부”라는 주장이나 ‘경제의 내각책임제’는 김정일시대에 시행했다가 실패한 제도들입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를 거친면서 경제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경제에 대한 ‘당의 행정대행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해 ‘내각책임제’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당적 지도와 영도’를 여전히 강조하는 이중적 행태로 인해 내각중심의 경제재건은 실패로 끝나게 됐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농업전선을 주타격 전방으로 삼은 것은 문제인식 차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김정은 시대에 새로 도입한 분조관리제나 포전담당제를 통해 식량증산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인농 허용수준’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말의 성찬’으로 끝날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은 미국과의 핵무기 대결을 고집하면서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를 선언고 있는 북한 지도층의 시대착오적인 전원회의 결정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비핵화 방안과 사회주의폐쇄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정책들이 나올것으로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할 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김정은은 정면돌파전을 이 시대의 새로운 사상과 정신, 전략이라며 소리를 높혀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지금까지 만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도 핵무력 고도화에 나서겠다는 것과 그로 인한 제재와 압박을 자력갱생으로 이겨내자는 것에 불과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기약 없는 ‘허리띠 조르기’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여, 희망없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과 깊은 좌절감으로 새해를 맞이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