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먹는 문제해결’과 ‘애국충〮성운동’ 강력 촉구”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월 4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필승의 신심과 의지로 자력번영의 새 국면을 과감히 열어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지난해 말에 개최된 당 제8기 제6차전원회의는 "당과 국가의 전진방향과 새로운 도약의 중심고리를 책정명시"하였으며, 전원회의 결정들에는 "인민들에게 남들이 부러워하는 복리를 안겨주고 민족만대의 번영을 실현하려는 비상한 사명감과 혁명정신이 뜨겁게 맥박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2023년은 "5개년계획실현에서 관건적 의의를 가지는 중요한 해"이며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과 공화국창건 75돌을 기념하게 되는 뜻깊은 해"라고 밝히면서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 근로자들은 "오직 자체의 힘으로, 견인불발의 의지"로 "도전과 난관을 결연히 타개"하고, "먹는 문제해결"을 위해 "알곡생산목표를 무조건 점령"할 것과 "대중적인 애국운동, 충성의 운동을 활발히 조직전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1956년 12월 전원회의 결정을 높이 받들고" 투쟁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당 제8기 제6차전원회의가 "새로운 도약의 중심고리를 책정명시"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깜깜이 전원회의'라는 평들이 있는데요. 관련 사례를 좀더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북한 매체들은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다룬 다섯 개의 의정 제목과 회의일정에 대해 개략적인 보도만 하고있을 뿐 상세한 내용보도를 생략하고 있습니다. 그 사례를 보면, 북한 인민이면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을 '책정된 중심고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인민경제 각 부문들에서 달성해야 할 '경제지표들과 12개 중요고지'들을 기본과녁으로 정하고 그 점령방도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고 적어 보도하고는 있지만, 언급한 '경제지표와 12개 중요고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보도가 없습니다. 또한 네 번째 의정인 "혁명학원들에 대한 당적지도를 강화할데 대하여"와 다섯 번째 의정 "새시대 당건설의 5대노선에 대하여"도 제목만 밝혔을 뿐 토의내용이나 결정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통제는 '알맹이 없는 전원회의라는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지금이야말로 "1956년 12월 전원회의 결정"을 높이 받들고 "그 정신과 투쟁기풍이 세차게 나래쳐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이 66년 전 '전원회의 결정'을 갑자기 들고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1956년은 이른바 '8월 종파사건'으로 김일성이 실각위기에 직면했던 때였습니다. 김일성은 6.25전쟁 실패책임을 박헌영에게 덮어씌워 처형하는 등 독재권력 구축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련에서 스탈린격하운동이 전개되고 그 여파가 주변국으로 확산됨에 따라 북한에서도 소련파와 연안파 당간부들이 주축이 되어 김일성의 독재와 개인숭배를 비판하는 저항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이 이들을 '종파'명분으로 숙청한 후, 자력갱생과 군중노선을 채택하고 중공업우선정책을 실시하기에 이릅니다. 이번 사설의 1956년 12월 전원회의 언급은 현재 김정은 권력이 당시 김일성이 겪은 '위기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을 실토한 것입니다. 또한 김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혈통세습을 이루었듯이 김정은도 현재의 위기극복과 만년세습을 이룰 수 있도록 당원들에게 '절대충성과 성과창출'에 매진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제2의 숙청과 공포정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해결"에 "국가의 사활과 부흥이 달려"있다며, "알곡생산목표의 무조건 점령"을 지시했습니다. 수십년째 이어지는 '단골 과제'입니다. 이 과제를 반복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2021년 12월, 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를 세번째 의정으로 다루고 지난해 내내 '식량문제 완전 해결'을 위한 '농업생산력의 비약적 발전'을 추진해왔으나 목표량 달성에 실패했으며 외부의 식량지원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올해도 먹는 문제를 '체제의 사활문제'로 재강조하고 나선 것은 농업부문 일군들과 농업근로자들의 노력동원을 최고수준으로 이끌어내고 식량생산책임을 농업일군과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입니다. 먹는 문제해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전술핵무기 다량생산과 핵탄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 전술핵 장착이 가능한 초대형방사포를 발사함으로써 식량생산보다는 핵폭탄생산이 먼저라는 점을 내보였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각급 당조직들은 "인민의 충성심과 애국적 열의를 남김없이 발동"하기 위해 "여러가지 대중적인 애국운동, 충성의 운동"을 조직전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에서 말하는 '대중적인 애국운동'과 '충성의 운동'에는 건국사상운동, 천리마운동,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 200일전투와 같은 사회주의대중운동을 말합니다. 이중에서도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은 1970년 11월 5차 당대회에서 공식제기된 이후 북한 헌법에도 규정(제14조)되어 있는 대표적인 노력착취운동입니다. 이 운동의 문제점은 주체사상에 입각하여 인민대중을 역사발전의 주체와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규정하고 '혁명과 건설'을 명분으로 이들의 노동력을 합당한 대가 없이 무차별적으로 갈취한다는데 있습니다. 겉으로는 '노동해방'과 '사회주의낙원'을 선전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주민에 대한 노력착취와 억압이 무한반복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노동신문이 새해 벽두부터 '대중운동'을 강력하게 지시한 것을 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