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월 12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공화국창건 75돌과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이 되는 올해를 위대한 전환의 해, 변혁의 해로 빛내이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공화국창건 75돌과 전승 70돌은 유일무이한 정치사상강국, 세계적인 군사강국의 공민된 뿌듯한 자긍심, 위대한 승리자들의 후손이라는 값높은 영예를 가슴가득 안아보게하는 경사스런 명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黨)에서는 올해를 빛내기 위해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보장하고 인민생활향상에서 실제적인 변화들을 가져오기 위한 과업과 그 수행방도들을 환히 밝혀주었다"고 선전했습니다. 특히 총비서동지의 탁월한 사상과 영도는 "국가의 존엄과 지위를 최고 높이에 올려세우고 부흥강국의 휘황한 미래를 당겨오는 결정적 담보"라면서 그의 "구상과 결심을 결사관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인민경제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는 인민의 식의주문제 해결을 위해 "나의고지운동과 여성보잡이운동, 천리마작업반운동, 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과 같은 대중운동을 총분출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또한 1960-70년대의 투쟁정신과 기치를 높이 들고 "당원이라면 몸이 열쪼각, 백쪼각이 난대도 당결정을 결사관철"하고, "청년이라면 당의 부름따라 산으로 바다로 개발지로 남먼저 달려나간 그때의 청년들처럼 살기 위해 분발하고 분투"해야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올해 명절중 '꺽어지는 해'(정주년, 5년·10년)를맞는 '공화국창건일(9.9, 75돌)과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일(7.27, 70돌)을 집중 거론하며, 인민경제 성과창출을 독촉하고 나섰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공화국창건 75돌과 전승 70돌은 국가의 도도한 전진기상과 인민의 애국심, 백절불굴의 투쟁기세를 "온세상에 힘있게 과시하는 의의깊은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인민들은 "공화국창건 75돌과 전승 70돌을 조국청사에 길이 남을 승리자의 명절로 빛내일 드높은 열의를 안고 올해 진군의 첫걸음을 내짚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전체인민은 당(黨)에서 밝힌 "공화국창건 75돌과 전승 70돌이 되는 올해의 과업과 수행방도"를 따라 "시대적 사명감과 책임감을 자각하고 견인불발의 노력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다그쳤습니다. 북한은 국가명절과 기념일조차도 노력착취수단과 계기로 이용합니다. 인민들은 상반기는 전승 70돌 행사준비를 위해, 하반기는 정권창건 75돌 행사를 위해 1년 내내 노력착취에 시달릴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나의고지운동, 여성보잡이운동, 천리마작업반운동"과 같은 1950년대 대중운동을 예로 들면서 인민들의 "충성과 애국의 힘을 총분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7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대중운동'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이 예시한 4개의 대중운동에서 ①'나의고지운동'은 6.25전쟁시기 인민군을 대상으로 전개한 '고지탈환경쟁운동'입니다. ②여성보잡이운동은 6.25전쟁시기 전시식량확보를 위해 여성들을 식량생산현장에 동원한 여성노력동원운동이었습니다. ③천리마작업반운동은 1950년대 후반 근로자들의 노력착취를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현장노력경쟁운동이었으며 이후 확대발전된 천리마운동은 영구적인 '총노선'으로 굳어졌습니다. ④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 역시 1950년대 후반 전국 각지의 기계공장을 대상으로 전개한 공장노력경쟁운동이었습니다. 이들 대중운동의 문제점은 인민경제의 기본사명인 '먹는 문제' 해결과는 전혀 상관없이 추진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1년을 십년, 백년잡이로 급속하게 발전하는 최첨단 과학기술시대에 70여년전의 대중운동과 그 정신을 소환하는 것은 인민경제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1950년대 대중운동 뿐만 아니라, 1960년대와 70년대 '투쟁정신과 기치'를 높이들고 나갈 것을 주문했습니다. 북한이 인민생활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노력경쟁운동'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세습독재권력이 7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인민들을 위해 제대로된 경제정책을 펼쳤다면 가장 기초적인 '인민들의 먹는 문제' 하나쯤은 벌써 해결했을 것입니다. 인민들의 경제적 풍요는 물론 자유와 인권의 향유수준도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발전했을 것입니다. 지난해 채택한 정책이라도 목표달성에 실패했을 경우 새롭게 수정보완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나라입니다. 길게는 70년, 짧게는 50년 동안 실패를 거듭한 정책과 그 기조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숨은 목적'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대중운동은 그 방점이 인민경제발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령결사웅위와 세습독재권력 안위에 놓여있습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 한다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이번 사설이 6.25전쟁시기와 1960-70년대 대중운동을 들고나온 것은 김일성의 전시 및 전후 위기탈출과 장기독재권력구축 사례로부터 현재의 위기극복술책을 도출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누구나 사회주의적인 애국운동, 혁명적인 대중운동의 거세찬흐름속"에서 충의심과 애국심을 승화시켜 온 나라가 혁명열, 투쟁열, 애국열로 끓어 번지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사회주의 대중운동'이 김씨 일가의 영구집권과 주민통제수단으로 변질된 상황에서, 전시(戰時)에 동원했던 대중운동을 다시 꺼내 전국화, 전면화하는 것은 전주민을 '전시노예'로 만들겠다는 대(對) 주민 선전포고입니다. 조선노동당은 주민들에게 '온 나라에 들끓는 대중운동'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 아니라, 당(黨)이 먼저 인민앞에 책임질 수 있는 정책과 실천방도 및 실행각오를 내놓고 솔선수범하는 행위를 보여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설은 전인민 노력착취를 위한 대중운동을 당연하다는 듯이 명령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주인은 그 나라의 국민이고 인민이며, 백성입니다. 주민들은 연초부터 대중운동을 채찍질하고 나선 통치집단의 반인민적 행태를 보고 나라와 후대들의 앞날 걱정에 깊은 한숨을 짓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