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수령예찬과 ‘충신되기’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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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월 20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수령과 사상도 감정도 의지도 하나가 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수령은 전체인민 이익의 대표자이며 혁명의 승리, 국가 강대성의 상징"이고 "조국과 인민에 대한 사랑의 화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수령의 '참된 전사가 되는 것'이 "혁명가들의 한결 같은 지향이며 최고 영예"라고 선전하면서, 참된 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령과 하나의 사상과 감정, 의지를 가져야"하고, "수령의 사상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며, "수령의 뜻과 의도대로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수령과 의지를 같이하는 충신은 "혁명적인 사상과 풍만한 감정정서, 불굴의 의지 그 어느 하나도 결여"되어서는 안 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령과 끝까지 운명을 함께"하는 일심동체가 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오늘의 시대는 "김정은동지의 사상과 의지, 감정과 정서로 전진하고 백전백승하는 시대"라며 "수령과 인민의 사상의지의 유일성과 감정, 정서의 일치성을 확고히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일군들은 '참된 충신과 애국자의 본보기'로써 "혁명적 수령관을 세우는 데서 대중의 거울"이 되고, "당중앙이 의도하고 걱정하는 문제를 앞장에서 풀어나감으로써 집단의 분위기, 사회적 풍조를 혁명적으로 주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인민전체가 김정은의 사상과 의지, 감정과 정서로 하나가 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인민이 자기의 사상이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김정은 분신되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인데요.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참된 전사나 혁명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령과 사상의지 뿐 아니라 감정, 정서"까지 하나가 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수령과 "사상의지적으로 하나가 된다 해도 감정, 정서적으로 일치하지 못하면 수령과 멀어지게 되며, 사상감정을 같이 한다 해도 의지가 박약하면 중도"에서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령과 인민이 일심동체가 되지 못한 나라는 일시적인 시련앞에서도 붕괴되고 만다는 것이 세계혁명운동사가 새겨주는 철리이며 교훈"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모든 사람의 사상과 의지, 감정과 정서는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토론과 협의를 거쳐 조정되고 다듬어졌을 때 진정한 힘을 갖게 됩니다. 최고권력 한 사람의사상과 의지로 획일화된 사회야말로 붕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회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수령은 "조국과 인민에 대한 사랑의 화신"이며, "열의인, 정의인의 최고 귀감"이라고 칭송하면서 "조국의 부강발전과 인민복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자로 선전했습니다. 이런 '상투적인 수령예찬'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아시는 바와 같이 사회주의체제는 당이 국가보다 우위에 있는 '당국가체제'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당국가' 위에 수령을 올려 놓고 '수령유일지배체제'라는 기형체제를 만들었습니다. 이같은 기형화는 수령론에 의해 축조되었습니다. 수령론은 그 목적이 김일성의 독재권력 구축과 독재권력의 세습에 있으며, 혁명적 수령관과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후계자론으로 분화되어 김씨 일가의 '영원한 독재'를 합리화하는 토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수령들은 특출한 예지력을 가진 탁월한 영도자도 아닙니다. 수령은 고난의 행군기에 아무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잘못된 핵무력정책 채택으로 심각한 체제위기와 경제난을 초래하고 있을 뿐입니다. 수령제 폐지를 검토할 때가 온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꿈을 꿔도 총비서에 대한 꿈을 꾸고, 무슨 일을 해도 그가 기뻐하는 일을 하며, 걸음을 걸어도 그가 가리키는 길로만 가는 사람이 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이 '충신만들기 총력전'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충신의 조건'도 제시하고 있지만, 반대로 '충신자격'이 부족한 사람으로 "당과 한길을 걷다가 고난앞에서 물러서는 사람, 당이 걱정하건 말건 자신의 안위만 추구하는 사람, 요령주의, 눈치놀음만 하는 사람"을 지목하고 이런 사람들은 "절대로 우리 대오에 있을 자리가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총비서가 무엇을 하자고 하면 산악같이 일떠서고, 그가 걱정하는 문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하며, 무슨 일을 하든 그가 바라는 높이에서 완전무결하게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고려해볼 때 '충신만들기 총력전'에 나선 것은 계속되는 경제침체와 전술핵 운용훈련, 남북간 드론전에서 들어난 총체적 부실, 가혹한 사상통제 등으로 만연해진 주민들의 민심이반 현상을 다잡기 위한 의도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일군들은 그 누구보다 '혁명적 수령관'을 세우는데서 대중의 거울이 되어야하며 당의 사상과 노선, 방침들의 진수와 내용에 완전히 정통"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일군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혁명적 수령관은 혁명에서 수령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대한 견해와 관점을 말하는 것인데요, 수령은 혁명의 뇌수이며, 당과 인민대중의 이익의 최고 체현자이고 위대한 사상이론가이며 탁월한 영도자, 자애로운 어버이, 위대한 혁명가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수령에게 이러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했으며, 그 검증과 평가의 기준 및 방법, 절차는 왜 없느냐는 것입니다. 수령이 그 지위에 맞게 역할을 제대로 잘하고 있다면 구태여 일군들이 나서서 혁명적 수령관을 억지로 '세우는 노력'은 불필요합니다. 일군들은 없는 사실을 허위로 만들어 인민을 속여야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며, 깊은 시름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